"미래엔 누구나 돈을 벌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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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일이 중요한 화두가 된 모양입니다. 언제 쯤인가부터 벤처 기업으로 이른바 ‘대박’을 터뜨리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그런 분위기는 더 무르익었지요. 반대편에는 여전히 돈 버는 일을 마치 사리사욕에 눈이 먼 청맹과니들이나 매달리는 일 정도로 취급하는 분위기가 남아있기도 하지요.

돈을 번다는 게 뭡니까?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풍요로운 삶을 향한 의지 아닌가요? 돈을 벌어 개인의 생활이 보다 나은 쪽으로 변화한다면, 이는 곧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디딤돌이 되지 않을까요?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의 가치는 놀랄 만큼 빠르고 크게 변화하고 있으며, 그 변화는 돈을 버는 방법에도 변화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변화에 대한 앎이 곧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게 한다는 것입니다. 그 변화를 일찌감치 깨달은 사람들의 행태는 자칫 허무맹랑해 보이기도 하겠지요.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가 거의 하루 걸러 사상 최고치를 갱신하는 것을 보고, 나는 아내와 상의한 후 이제 막 태어난 아들의 의결권까지 위임받아, 우리 가족을 상장하기로 결정했다.”

뉴욕타임즈 99년 7월 9일치 기사로 실린 앤드류 포스트맨의 이야기입니다. 새로 나와 눈길을 끄는 ‘미래의 부’(스탠 데이비스, 크리스토퍼 메이어 함께 지음, 신동욱 옮김, 세종서적 펴냄)의 81쪽에서 옮긴 글이지요.

한 가족 전체를 증권화하는 이야기이지요. 개인의 인적 자본의 가치를 극대화하자는 뜻의 이야기인데, 그게 포스트맨이 처음은 아닙니다. 유명한 영국의 록 스타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는 이미 97년 그의 매니저와 뉴욕의 투자은행인 풀먼그룹과 함께 5천5백만 달러 어치의 15년 만기짜리 보우위 채권을 발행했습니다. 신용평가회사에서는 이 채권에 제네럴모터스와 같은 신용도인 'A' 등급을 부여했다고 합니다. 또 이 채권의 전량을 푸르덴셜 보험이 사들였다지요.

개인의 인적 자본의 가치가 어떤 방식으로 인정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될 겁니다. 이제 우리는 변화하고 있는 새로운 사회에서 어떻게 부를 창출할 것인지를 궁리하게 됩니다. ‘미래의 부’는 바로 그러한 궁금증을 해답으로 이끌어가는 재미있는 책입니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는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로버트 기요사키, 사론 레흐트 함께 지음, 형선호 옮김, 황금가지 펴냄)가 책 시장에 인기몰이를 했었지요. 그 열기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사람들이 아직은 그 책의 이야기를 계속 하고 있으니까요. 그 책이 사람들에게 읽혔던 까닭은 자본가에 고용된 노동자로서의 경제 생활 패러다임에서 벗어나라는 도전적인 메시지와, 그에 따르는 구체적인 사례와 전술을 보여주고 있었다는 것일 겁니다.

그런 이유에서라면‘미래의 부’역시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미래에 돈을 많이 벌기 위한 지침서가 아닙니다. 지금껏 변화해 온 우리 사회의 경제 구조와 그 동인(動因), 그리고 앞으로 전개될 변화의 흐름을 치밀하게 분석, 해설하는 책이지요. 변화를 정확하게 읽어내는 힘, 대통령의 집 청소원이 거액의 상납금을 챙기는 요상한 사회만 아니라면 그것은 곧 큰 돈을, 그것도 건강하게 벌 수 있는 열쇠가 되는 것이겠지요.

이 책은 세계적인 경영 컨설팅 회사인 언스트 앤 영의 주요 경영 전략 연구원 두 사람이 함께 썼습니다. 이들은 이미 경제 구조의 변화를 분석한 ‘변화의 충격 Blur'(스탠 데이비스, 크리스토퍼 메이어 지음, 김한영 옮김, 씨앗을뿌리는사람 펴냄)을 함께 쓴 바 있지요. 새 책에서 이들은 “속도와 연결성, 그리고 무형의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성공하는 세계”라고 현 사회를 규정합니다.

지적 자산을 가진 사람이 곧 주요한 자본으로 대두할 것이며, 변화하는 시장 구조 속에서 미래의 부를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밑바탕이 될 것이라는 결론입니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인 제5부에서는‘미래의 부로 가는 스무 고개’라는 제목으로 전체 내용을 정리하고 있습니다.‘금융 리스크가 나를 위해 일하게 만들어라’‘인적 자본을 위한 금융 시장을 건설하라’‘내 노동을 거래할 수 있는 유가증권으로 간주하라’‘직원에게 투자하라’등 스무 개의 미래 사회에 대한 시나리오를 정리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은이들은 이 책의 내용으로 웹사이트를 개설해, 독자들과의 대화를 이끌고 있어요. 웹사이트 주소는 www.future-wealth.com 입니다. 들러볼 만한 좋은 사이트라고 생각되더군요.

고규홍 Books 편집장 (gohkh@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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