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재공연작, 이번에는 놓치지 말자

중앙일보

입력

영화나 연극, 아니면 좋은 전시 안내를 보고 '꼭 가야지' 마음 먹었다가 놓친 경험은 누구나 몇번쯤은 있을 거다. 영화의 경우는 스크린에서 보는 것만은 못해도 대개는 후에 비디오로 출시되니까 언젠가는 볼 수 있겠지만 공연이나 전시는 그렇지 않다. 전시는 도록이라도 만들어지지만 공연은 그야말로 그냥 놓쳐버리게 된다.

11월에는 연장 혹은 재공연을 하는 좋은 무대들이 많이 준비된다. 고맙게도 다시 관객을 찾아온 '화성인'·'오구'·'스텀프'. 이번에는 놓치지 말자.

퍼포먼스 극 '화성인'

관객은 화성행 우주선에 탑승한 관광단이다. 극장 입구에서 받아든 헤드폰을 머리에 쓰고 자리에 앉으면 무대 정면의 대형 스크린과 전자계기판, 극장 벽면에 설치된 1백여대의 모니터가 눈길을 끈다. 극장전체가 화성관광단을 태운 우주선이다.

"안녕하세요 지구인 여러분. 안전하게 화성으로 모시겠습니다." 전광판의 안내문이 이륙할 것을 알린다. 화성의 유적과 자연을 비추는 대형 스크린. 이어 등장하는 우주선 승무원들은 기기를 점검하며 출발준비를 한다.

2000년 서울연극제 공식초청작이면서 문화관광부 무대공연 지원작품으로도 선정된 넌-버벌(대사가 없는) 퍼포먼스 '화성인'은 이렇게 시작한다. 화성여행을 떠나는 우주선 안팎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렸다.

승객들을 싣고 지구를 출발한 낡은 우주선은 고장을 일으켜 화성의 낯선 곳에 불시착한다. 물이 부족한 화성인들은 우주선에서 물을 찾으려고 승무원들을 괴롭히고 화성인과 여승무원은 사랑에 빠진다.

이 연극의 가장 큰 볼거리는 무대와 객석이라는 고정된 틀을 깨는 시도들이다. '관객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을 표방하는 씨어터제로의 심철종 대표의 철학이 무대에 그대로 반영됐다. 관객은 전광판에 나오는대로 박수를 치고, 발을 구르고 소리친다. 승무원이 제공하는 물을 마시기도 한다.

스크린과 무대, 다양한 배경음악과 효과가 극의 재미를 더한다.

11월30일까지 평일 오후 8시, 일·공휴일 오후 4시30분(월요일 쉼) / 씨어터 제로 / 일반1만5천·학생1만2천·초등학생5천 / 문의 02-338-9240

삶과 죽음은 다 축제다 '오구-죽음의 형식'

강부자 주연의 '오구'(이윤택 작·연출)가 11월30일까지 정동극장 무대에 다시 오른다. 정동극장 상설레퍼토리 중 하나인 '오구'는 89년 초연 이후 매년 무대에 올라 롱런을 기록중인 작품.

평소에도 습관처럼 저승갈 준비 타령을 하던 주인공 노모(老母)는 어느날 낮잠을 자던 중 태평양전쟁 때 죽은 남편과 염라대왕을 만나고는 저 세상 갈 채비를 서두른다. 무당을 불러 극락왕생을 축원하는 산오구굿 한판을 벌리고는 "나 갈란다" 한마디를 남기고 세상을 떠난다.

죽음이라는 비극적이고 을씨년스런 분위기는 삶의 싱싱한 에너지로 승화된다. 한민족 특유의 낙천성과 해학이 작품에 그대로 투영되는데 노모를 데리러 온 저승사자의 행동은 그 절정을 이룬다. 화투판에 끼어들고 과부와 눈이 맞아 정사를 벌이기도 하면서.

초상집을 배경으로 하는 극이지만 무겁거나 진지하기는 커녕 코미디에 가깝다.

11월30일까지 오후 7시30분(월요일 쉼) / 정동극장 / R5만·S3만·A2만 / 문의 02-773-8960

오프 브로드웨이의 대명사 '스톰프'

브로드웨이의 대형 극장 주변의 실험적인 무대를 대변하는 '오프(off) 브로드웨이'의 대표작 타악 퍼포먼스 '스톰프(Stomp)'가 96년에 이어 두번째로 한국을 찾는다.

지난 96년 공연에서 전회 매진기록을 세운 '스텀프'는 '발을 쾅쾅 구르다'는 뜻의 제목처럼 두드리고 때리는 넌-버벌(대사가 없는) 퍼포먼스다.

타악 퍼포먼스의 선구자로 불리우는 이 작품은 우리나라의 '난타'를 비롯, 세계 각지의 타악 퍼포먼스의 본보기가 돼 왔다. 80년대 초 영국의 거리공연에서 출발해 94년 브로드웨이에 진출, 7년째 롱런하고 있다.

고물상에 널려있을 법한 온갖 잡동사니로 어수선한 무대. 뉴욕의 뒷골목이다. 한명 한명 등장하는 힙합차림의 젊은이들. 그들의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은 음악이 된다.

빗자루·막대기·드럼통·비닐봉지·쓰레기통과 싱크대, 성냥갑과 라이터.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든 사물들이 악기가 된다. 리듬과 소리, 다이나믹한 몸동작과 표정으로 가사와 음률을 대신한다.

극의 시작을 알리는 문구, "더이상의 소음은 없다"에서 알 수 있듯 소음이 만드는 황홀경에 빠지게 된다. 소리에 취해 한시간 반을 보내다보면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릴 지경.

11월28일∼12월10일 평일 오후 7시30분·주말 오후3시·7시 (월요일 쉼) /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 R6만·S5만·A4만·B3만·C2만 / 문의 02-580-1300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