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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석3조 천안 토요 다문화교실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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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일 수업 시행에 따라 학교와 공공기관, 전문 교육기관들이 각종 토요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천안 지역 시민단체가 운영하는 청소년을 위한 다문화 통합프로그램이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학생들이 단순한 봉사활동에만 그치지 않고 다문화 가족과 어울려 각 나라의 언어를 공부하고 세계문화를 체험하는 등 주5일 수업의 참 의미를 보여주고 있다.

 24일 오전 천안시 동남구 대흥동 천안지하상가에 있는 토요문화교실에서 왁자지껄 웃음 소리가 흘러 넘쳤다. 천안 지역 고등학생들로 구성된 자원봉사연합동아리와 다문화 가족들이 어울려 윷놀이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윷을 던져보라는 학생들의 권유에 그레이스(31·에티오피아)씨가 수줍은 듯 윷을 던지자 주변에서 탄성이 쏟아졌다. 두 번 연속 ‘윷’이 쏟아지자 같은 편 학생들은 기쁜 나머지 그레이스씨를 얼싸안았다.

행복한다문화가족연합회가 운영하는 어울림 마당과 이중언어 습득 프로그램은 다문화 가정 자녀와 자원봉사 학생 모두에게 리더십과 자신감을 심어주고 있다.

 허아영(월봉고 2년)양은 매주 토요일 이곳을 찾는다. 다문화 가족을 대상으로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천안 지역 고교생 21명이 모여 연합동아리 ‘멘토스’를 만들었다. 허양은 “지난 1월 다문화 가정 아이들과 만났을 때는 어색했지만 지금은 아이들이 ‘언니, 오빠’하며 품에 달려들 때는 가슴이 뭉클하다”며 “다문화 아이들의 부모님들도 행복해 하신다”고 웃었다.

 행복한다문화가족연합회(회장 한영신)에는 이스라엘, 에디오피아, 중국, 필리핀, 태국, 몽골 등 10여 개국 200여 명의 다문화가족이 등록돼 있다. 이곳에는 ‘멘토스’를 비롯해 천안 지역 초·중·고에서 70여 명의 학생이 자원봉사를 신청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봉사가 목적이었지만 방문 횟수가 늘어날수록 학생들이 주는 것 보다 얻어가는 게 더 많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다문화 아이들을 위해 토요일마다 프로그램을 구상해 간다. 어릴 적 부르던 동요를 율동과 함께 보여주거나 엄마와 친구들이 함께 했던 ‘우리 집에 왜 왔니’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연지 곤지’ ‘죔죔’ ‘딱지치기’와 같은 한국의 놀이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학생들은 봉사가 끝나면 집으로 가지 않는다. 다문화 아이들의 부모로부터 각 나라의 언어를 배우는 수업을 받기 때문이다. “중국에는 56개 소수민족 사람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이 중 14개 민족을 뽑아 화폐 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고액권인 100원, 50원에는 건국 4대 인물인 모택동·주은래·유소기·주덕의 얼굴과 노동자·농민·지식인을 넣었고 나머지는 소수민족 시리즈로 제작됐습니다. 하나 하나 알아볼까요.” 이날 이정서(38·중국)씨는 중국 화폐를 주제로 학생들에게 교육을 진행했다. 바로 옆 회의실에서는 주리주엔(39·중국)씨가 초등학교에 다니는 다문화 아이들과 한국 아이들을 한 자리에 모아 놓고 색을 주제로 중국어 수업을 가졌다. 또 다른 강의실에서는 에르말린(39·필리핀)씨가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어수업을 진행했다.

 에르말린씨는 “2002년 한국에 들어와 의지할 곳이 없을 때 한영신 회장님을 통해 한국어를 배우며 고마움을 느꼈다”며 “지금은 협의회가 집 가까이에 있어 좋은 데다 늘 받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승석(성성중 2년) 학생은 “에르말린 선생님과의 첫 수업 때 우리보다 오히려 선생님이 더 어색해 하셨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농담도 하고 필리핀의 문화에 대해 영어로 대화할 수 있어 좋다”며 “이번 주에는 수업 중에 친구 바지가 터져서 웃음을 줬는데 다음주는 ‘어떤 웃음거리가 있을까’ ‘어떤 주제로 공부할까’ 기대되는 마음에 토요일이 기다려 진다”고 밝혔다.

문의 후원·자원봉사 041-551-1253

강태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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