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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언급한 오바마 “한국인 열망하는 그날 반드시 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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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6일 오전 서울 한국외국어대 미네르바 컴플렉스에서 강연을 마친 뒤 학생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단을 내려온 오바마 대통령은 스마트폰과 디지털카메라를 든 학생들에게 둘러싸였지만 여유롭게 포즈를 취했다. [로이터=뉴시스]

한국, 한국인에 대한 정(情)과 미래 한반도의 비전이 담긴 연설이었다. 북한 김정은 체제에 대해 통첩하는 식의 대북 정책 원칙도 나왔다. 말은 부드러웠지만 곳곳에 신념이 물씬 배어 있었다. 26일 오전 10시30분 한국외국어대 미네르바 컴플렉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감사합니다”라는 우리말로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역할’이란 연설의 운을 뗐다.

 오바마 대통령은 ‘글로벌 코리아’의 현주소를 설명하기 위해 한국계 미국인의 활약상부터 언급했다. 최초의 한국계 주한 미국대사인 성 김 대사를 먼저 거명했다. 이어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성장해 전 세계의 가난하고 아픈 이들을 도와주는 사람도 많이 알고 있다. 그가 바로 며칠 전 내가 세계은행 총재 후보로 지명한 짐용 김(김용 다트머스대 총장)”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의 대표적인 소셜네트워킹(SNS) 사이트인 미투데이,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인 카카오톡 등을 언급하며 한국의 디지털 역량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오늘과 같은 디지털 시대에는 트위터나 미투데이, 카카오톡으로 전 세계 사람들과 연결할 수 있다”면서 “그래서 전 세계인들이 한류 열풍에 휩싸인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한국 서비스를 거론하자 1400여 명의 관객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오바마는 이날 2년을 맞은 천안함 사건의 전사자 46명에 대해 조의를 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러면서 “우리는 함께할 것(we stand together)”이라며 미국의 한국 방위 공약을 재확인했다. 같은 시각 김황식 국무총리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천안함 용사 2주기 추모식에 참석하고 있었다.

 대북 메시지는 단호했다. “도발에 대한 보상이 더 이상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런 시대는 끝났다.” 북한이 도발하고 국제사회가 추가 도발을 막기 위해 대북 지원을 하는 식의 악순환을 끊겠다는 결의다. 북한의 로켓 발사 예고(4월 12~16일)를 앞두고 최후통첩을 한 듯한 인상도 풍겼다. 오바마는 북한이 그간 일관되게 문제 삼아온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과 북한의 안전보장에 관한 입장도 밝혔다. “적대 의사가 없으며, 관계 개선의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 “북한의 도발과 핵무기 추구는 북한이 바라온 안전보장을 이루게 한 것이 아니라 훼손했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안전보장은 핵무기 포기의 다른 길을 갈 때만이 보장된다는 얘기다. 오바마의 이날 연설은 갓 출범한 북한의 김정은 체제를 겨냥해 명확한 메시지를 담았다는 점에서 향후 북한이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된다. 미국뿐만 아니라 북한의 후견국인 중국, 러시아도 대북 압박 쪽으로 기운 상황이어서 북한의 심리적 부담은 적잖을 전망이다.

 오바마는 ‘통일(unification)’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한국 주도의 통일을 한반도 미래 비전으로 제시했다. “모든 한국인들이 열망하는 그날은 쉽게, 큰 희생 없이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반드시 올 것이다. 그것이 오면 한때 불가능해 보였던 변화가 펼쳐질 것이다. 한국인은 마침내 하나가 되고, 자유로울 것이다.” 오바마는 “역사의 힘과 인간의 희망은 부정될 수 없다”며 자유롭고 하나가 된 독일의 예를 들기도 했다. 오바마는 전날 방문한 비무장지대(DMZ)를 자유의 최전선(Freedom’s Frontier)이라고 한 데 이어 이날도 자유를 수차례 언급해 주목을 끌었다. 자유는 전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화두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모든 과정에서 한·미동맹과 21세기 리더로서의 한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핵무기 없는 세계’처럼 하나 된 한국이라는 우리의 비전이 빨리 오지는 않겠지만 한층 강화된 한·미동맹 덕분에 (통일은) 보다 가까운 현실이 될 것이다. 어떤 시련이 있든, 어떤 시험이 닥쳐오든 우리는 함께 일하고 함께 갈 것”이라고 30분간의 강연을 맺은 그는 다시 한 번 한국어로 힘주어 말했다. “같이 갑시다.”

민경원 기자

한국외국어대에서 30분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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