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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422> 타이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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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문병주 기자

자동차 운전자에게 신발과 같은 존재이면서도 사고가 나지 않는 이상 크게 부각되지 않는 부품이 타이어다. 마모 상태나 공기가 얼마나 차 있는지에 따라 자동차의 제동거리가 달라짐은 물론, 탑승자가 느끼는 승차감까지 차이가 난다. 경우에 따라서는 타이어 불량으로 인해 큰 사고가 일어난다. 조금만 친해지면 즐거운 드라이빙은 물론, 안전까지 보장받을 수 있는 타이어의 모든 것을 알아보자.

1895년 프랑스 미슐랭 형제, 자동차용으로 바꿔

공기 타이어의 등장은 아들을 사랑하는 아버지의 마음에서 비롯됐다. 미국 서부영화에 나오는 마차 바퀴가 그렇듯, 원래 바퀴는 나무나 쇠로 만들었다. 이를 바꾼 것은 영국의 수의사 존 보이드 던롭이다. 1888년 던롭은 아들인 조니가 쇠로 만든 바퀴가 달린 삼륜자전거를 타고 놀다 넘어져 얼굴을 다친 것을 보고 안전한 타이어의 필요성을 느꼈다. 이에 쇠바퀴에 고무를 씌웠다. 그러자 덜컹거림이 크게 줄었다. 던롭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고무에 공기를 넣어 탄력을 주는 법을 개발한 후 자전거에 적용시켰다. 1895년 프랑스의 미슐랭 형제가 이것을 자동차용으로 발전시키면서 타이어의 보편화가 이뤄졌다.

원료 천연고무 많아 … 기계로 반죽한 뒤 열 쪼여

대전시 대덕연구단지 안에 위치한 한국타이어중앙연구소 연구원들이 각종 장비를 이용, 타이어를 테스트하고 있다. [중앙포토]

타이어의 원료 고무로는 천연고무가 가장 많이 쓰인다. 합성고무도 이용된다. 원료 고무는 범버리 믹서(bumbury’s mixer)라고 하는 기계나 롤에 의해 반죽된다. 이때 다른 재료들이 많이 첨가된다. 가황제(加黃劑)인 유황이나 가황 촉진제, 보강제(補强劑)인 카본 블랙, 아연화(亞鉛華)·백도토(白陶土)·탄산마그네슘은 물론, 반죽이나 성형이 잘 되도록 하기 위한 스테아린산·파라핀 등을 넣는다. 반죽된 고무 원료는 얇은 판 모양(시트)으로 나오는데, 이 시트에 보강을 위한 타이어 코드(cord)를 여러 겹으로 붙여 성능을 높인다. 이후 가황가마에 넣고 가열해 시중에서 볼 수 있는 타이어를 만든다.

구조는 트레드·카카스·비드 세 부분으로 나뉘어

타이어는 크게 트레드(tread)·카카스(carcass)·비드(bead) 세 부분으로 이뤄진다. 트레드는 직접 땅에 닿는 부분으로 잘 닳지 않는 튼튼한 고무로 만든다.

 카카스는 타이어의 골격이다. 차체의 하중을 지지한다. 코드가 겹쳐져 있는데 예전에는 무명(木綿)을 썼으나 현재는 레이온·나일론·폴리에스테르 및 케블라 등의 코드를 쓴다. 가느다란 철사를 꼰 스틸 코드도 사용한다. 코드를 감는 방식에 따라 래디알(Radial)타이어와 바이어스(Bias)타이어로 구분된다. 래디알은 코드를 타이어의 원주 방향에 직각으로 감는 것이고, 바이어스는 주행방향과 약 32~38도 각을 이루게 한다.

 비드는 타이어의 등뼈 부분이다. 카카스에 사용되는 코드가 비드에 감겨 있다. 이 비드 부분이 바퀴의 림에 고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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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에 숫자·문자 … H는 최고 시속 210㎞ 주행 가능 뜻

타이어에는 제조회사 이름을 비롯해 여러 숫자들과 영어 알파벳이 적혀 있다. 그냥 지나치기 쉽지만 타이어에 있는 숫자와 알파벳만 제대로 알아도 타이어를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떤 타입으로 만들었는지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타이어 바깥 부분에 ‘205/65/R 14 91 H’라 적혀 있다고 하자. 가장 앞에 있는 숫자 ‘205’는 타이어 트레드의 폭(mm)을 의미한다. 뒤에 붙은 숫자 ‘65’는 타이어 단면폭에 대한 옆면의 높이 비율을 나타낸다. 타이어 폭을 100이라 할 때 옆면의 높이가 65%라는 의미다. 그 다음에 오는 알파벳은 타이어 내부 구조의 형태를 나타낸다. ‘R’은 래디알 구조를 뜻한다. 승용차에는 거의 래디알 타이어가 쓰인다.

 이어지는 숫자 ‘14’는 타이어 휠의 지름(inch)을 나타내며, ‘91’은 타이어 한 개당 운반할 수 있는 최대 무게, 즉 하중을 의미하는 지수다. ‘91’의 경우 615kg까지 견딜 수 있다. 마지막의 영어 ‘H’는 타이어가 견딜 수 있는 최고속도를 나타내는 기호로 ‘H’의 경우 시속 210km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타이어에 따라 S(180km), T(190km), V(240km), W(270km), Y(300km) 등 알파벳이 적용된다.

 이렇게 규격이 적힌 쪽의 반대편에는 최대 공기압지수(psi)가 표시돼 있다. 최대 공기압지수는 영문 ‘psi’ 앞에 있는 숫자로, 타이어가 견딜 수 있는 최대 무게를 실었을 경우 표기된 공기압을 넣으라는 것이다. 보통 때는 최대 공기압보다는 낮은, 차량별 적정 공기압을 주입하는 것이 좋다.

 이외에도 타이어 안쪽 옆면에는 타이어 제조일자가 표기돼 있다. DOT라는 영문 뒤에 4자리 숫자로 기입돼 있다. 앞 두 자리는 몇째 주에 만든 것인지를, 뒤 두 자리는 제조연도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3011’은 2011년 30째주에 생산되었음을 뜻한다.

트레드의 홈 그루브, 제동력 높이고 빗물 빼

트레드에는 갖가지 무늬가 새겨져 있다. 이런 무늬는 차의 제동력과 구동력, 그리고 승차감을 향상시켜 준다.

 ‘그루브(groove)’라 불리는 트레드에 깊이 파인 홈은 조종 안정성과 제동성을 높이는 기능을 한다. 빗물을 빼는 역할도 한다. 그루브가 깊을수록 배수력이 좋아져 미끄럼을 최소화할 수 있다. ‘사이프(sipe)’는 트레드 블록에 파인 홈이다. 블록의 이상마모를 방지하고 조종 안정성, 견인력, 제동력을 높여준다.

 타이어는 패턴(무늬)에 따라 성능도 차이가 있다. 원주 방향을 따라 여러 개의 홈을 만들어 놓은 ‘리브(Rib) 패턴’은 옆방향 미끄럼에 대한 저항이 커 조향성이 좋고 소음이 적어 승용차의 기본형으로 많이 사용된다. 타이어의 회전방향에 대해 직각에 가까운 홈을 여러 개 파놓은 ‘러그(Lug) 패턴’은 비포장 도로에서 구동력과 제동력이 강해 트럭과 버스에 사용된다. 이 두 패턴을 혼합한 ‘리브 러그 패턴’도 많이 쓰인다. 또 스노타이어나 건설용 차량의 타이어에 주로 적용되는 ‘블록 패턴’은 노면과의 접촉 부분을 하나씩 독립된 블록으로 구성해 견인성과 제동성을 높이고 옆미끄럼을 줄여준다.

 고성능 경주용 차량의 경우 타이어 트레드가 아예 없다. 도로에 닿는 면이 넓어 접지력이 좋고 껌과 같은 성질을 지녀 열기가 있을 때 도로에 착 달라붙는다.

마모 심한 타이어로 빗길 달리면 물 위 주행하는 꼴

타이어의 마모 상태는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제동 거리를 좌우한다. 한국타이어가 안전을 위협하는 마모 정도를 측정하기 위해 젖은 노면에서 시속 100km 이상 달리다가 급제동하는 실험을 한 결과가 참고할 만하다. 홈의 깊이가 7mm인 새 타이어를 장착했을 때와 홈의 깊이가 1.6mm로 많이 닳은 타이어를 장착했을 때의 제동력은 두 배 차이가 났다.

 타이어는 트레드 사이의 홈(그루브)을 통해 배수를 하도록 되어 있는데, 고무층의 지나친 마모는 타이어 사이로 물이 빠져나갈 수 없도록 만들어 타이어와 도로 표면 사이에 수막을 형성하게 된다. 수막 현상은 고속으로 달릴 때 더 심해진다. 타이어가 심하게 마모된 차량이 빗길을 고속으로 달리는 것은 물 위를 떠오른 채 주행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정도다. 일반 타이어의 마모 한계선은 홈 깊이가 1.6mm일 때지만 빗길 안전운전을 위해서는 한계까지 기다리기보다는 홈 깊이가 2.8mm 정도인 상태에서 여유를 두고 타이어를 교체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국내 확실한 1위 한국타이어, 쑥쑥 크는 3위 넥센

국내 타이어업계는 1강(한국타이어) 2중(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 체제다. 지난해 매출이 한국타이어 6조4844억원, 금호타이어는 3조2479억원, 넥센타이어는 1조4299억원이다. 넥센이 금호에 많이 뒤지지만 성장세가 가팔라 업계에서는 ‘2중’으로 분류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1941년 ‘조선타이어공업’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했다. 지난해 창업 70년 만에 매출 기준 세계 7위, 생산량 기준 5위 업체가 됐다. 현재 180여 개국에 타이어를 수출하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60년에 삼양타이야공업㈜으로 시작해 96년 현재의 금호타이어로 상호를 바꿨다. 넥센타이어의 전신은 42년 부산에 세워진 흥아타이어공업이다. 이후 주인이 여러 차례 바뀌면서 2000년 8월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됐다.

 국내 업체들은 해외 유명 완성차 업체나 경주대회의 공식 타이어 공급업체로 속속 선정되면서 위상을 높이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91년 폴크스바겐 멕시코 공장을 시작으로 아우디·폴크스바겐·BMW 미니·포드·GM·크라이슬러·도요타에 신차용 타이어를 공급하고 있다. 금호타이어 역시 메르세데스-벤츠·폴크스바겐·포드· GM 등에 신차용 타이어를 수출하고 있다. 넥센타이어는 해외 브랜드들과 협상을 하고 있어 올해 안에 첫 해외 브랜드 장착이 기대된다.

 자료 협조=한국타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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