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 무어의 팬이라면 눈여겨볼 작품이다. 여기서 그는 낮과 밤을 다르게 사는 독특한 캐릭터로 나온다.
그렇다고 '지킬박사와 하이드' 식의 선.악이 대비되는 인물이 아니다. 또 낮에는 정숙한 숙녀로, 밤에는 요부로 돌변하는 인물도 아니다.
영화는 현대여성을 압박하는 두 가지 요소, 즉 가사와 직장업무를 완벽하게 치러내야 하는 커리어우먼의 강박관념을 은유하고 있다.
프랑스의 한적한 시골에 사는 미국계 여인 마리. 2년 전 남편을 잃은 그는 두 딸을 자상하게 돌보며 뉴욕타임스에 서평을 기고하며 산다. 그런데 아침에 잠에서 깨면 뉴욕의 세련된 출판대행업자 마티로 변신한다.
또 프랑스와 뉴욕에서 각기 다른 남성(프랑스에선 그가 악평한 소설가와, 뉴욕에선 그의 회사 회계사) 과 사랑에 빠지면서 심각한 정체성의 혼란을 일으킨다.
영화는 심리 스릴러 형식을 따랐다. 여주인공의 이중생활을 균등하게 포착하면서 관객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과연 무엇이 꿈이고, 무엇이 현실일까. " 그러나 화면은 급박하지 않다. 주인공의 내면을 따라가며 영화 속 풍경에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만든다.
결론은 역시 사랑. 마티가 회계사를 선택하며 작품의 긴장감이 해소된다. 당초 의도했던 여성의 자아갈등이 맥없이 희석되는 양상이다.
벨기에 출신의 알랭 벨라이너 감독. 원제 Passion of Mind.11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