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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달리기] 1. 달리기에서 즐거움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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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 보스턴마라톤대회 마스터스 부문 출전을 앞둔 김영아씨가 22일 과천종합운동장에서 몸을 풀고 있다.김춘식 기자

" 봄입니다. 살갗에 닿는 공기부터가 보드랍습니다. 움츠렸던 허리를 펴고 밖으로 나갑시다. 어디든 걸어 봅시다. 걷다가 몸이 근질거리면 달려봅시다. 달리기는 몸과 마음의 건강을 상징하는 가장 간편한 운동입니다. 올해도 바른 달리기를 위한 전문가들의 안내와 조언을 6회에 걸쳐 매주 수.금요일자에 싣습니다.

안녕하세요. 김영아입니다.
요즘 저는 꽤 바빠요. 아침 5시에 일어나 신사동(서울 은평구) 집에서 차를 몰고 부천 지향산에 갑니다. 거기서 두 시간 정도 크로스컨트리로 몸을 깨운 뒤 명동의 은행으로 출근하지요. 점심시간에는 은행 지하 헬스장에서 한 시간쯤 근력운동을 하고 퇴근 후에는 주로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15㎞ 정도를 달리며 몸을 만듭니다. 다음달 18일 보스턴마라톤에 도전하거든요. 마라톤이 뭔지도 몰랐던 내가 보스턴엘 가다니….

2003년 5월. 전국은행연합회 주최의 '거북이마라톤 대회'가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습니다. 제 인생을 바꾼 날이지요. 평소 생활비를 걱정하는 어머니께 맘 편히 쓸 수 있는 용돈 한 번 드리고 싶은 마음에 겁도 없이 하프 종목에 출전했습니다. 그때 전 외환은행 계약직으로 일하며 밤에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어요.

하프가 몇 ㎞인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대회장에 갔지요. 275mm짜리 친구 아버님 운동화를 빌려신고 말입니다. 연습도 준비도 없이…. 얼마쯤 달리다 보니 발에 쥐가 나데요. 물집도 잡혔습니다. 235mm 발에 4cm나 큰 신발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지요. 운동화끈을 너무 조여 맨 탓에 발목도 빨갛게 벗겨졌습니다. 그래도 악물고 달렸습니다. 허리협착증으로 여러 번 수술 받으신 어머니 모습을 내내 가슴에 담고 뛰었지요. 드디어 골인. 여자부 우승! 우승상금 30만원!

적지않은 용돈을 드리면서 가질 수 있었던 행복. 그뿐이 아니었지요. '감동'을 얻는 행운이 찾아왔어요. 외로움과 힘겨움 끝에 찾아온 희열. 아, 이런 느낌을 찾으려 여태 방황했었구나. 내가 이렇게 강한 사람이었구나. 나도 홀로 서서 삶을 이겨낼 수 있겠구나. 주어진 고통은 고통 그 자체지만 선택한 고통은 즐길 수 있는것이구나…. 많은 사람이 물어요. 뭐가 그리 좋아 그렇게 늘 웃으면서 달리느냐고. 이런 말 있잖아요.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

뻣뻣하기만 했던 몸이 마라톤과 함께 필수운동으로 시작한 스트레칭 덕분에 요가 선생님(?) 부럽잖게 유연해졌답니다. 10년 넘은 변비와도 굿바이하게 됐고, 출근길마다 행복을 느낄 만큼의 감사함을 갖게 되었습니다. 회사의 아낌없는 지원이 있고, 다음카페와 네이버엔 제 펜클럽도 생겼어요. 많은 분이 참여하는 공간이지요. 전 초보 달림이들에게 이런 어드바이스도 해주며 보람을 느끼기도 해요.

"마라톤은 정직한 운동입니다. 과욕을 부리면 부상이 따르게 마련이지요. 예를 들면 무릎관절에 대한 무리와 고관절 부위의 부상 등이 찾아와요. 그래서 초보자가 갑자기 거리를 늘리는 건 굉장한 무리랍니다. 대신, 살 빼고 싶은 분께는 거리에 대한 부담보다는 시간주를 권합니다. '오늘은 꼭 한 시간을 채운다'는 마음으로 운동하면 힘들 때 중간중간 걸을 수 있는 여유가 있어 부상 없이 오래 달릴 수 있지요."

작은 액수지만 저는 요즘 마라톤에 입상해 받은 상금을 불우한 노인분이나 어린이를 돕는 데 씁니다. 제가 받는 사랑만큼 저도 베풀며 살고 싶어서예요. 그래서 더 행복합니다.

행복해지고 싶으세요? 주어진 인생을 즐기고 싶으세요? 그럼 저와 함께 마라톤 하시지 않을래요?

김영아 (외환은행 광고디자인팀)

사진=김춘식 기자 <cyjbj@joongang.co.kr>

◆김영아씨는=마라톤 경력 1년9개월의 31세 '얼짱 몸짱 실력짱' 미혼. 2003년 5월 전국금융노조 거북이마라톤대회(하프)를 시작으로 지난해 11월 중앙일보 서울 국제마라톤대회(10km)까지 각종 대회의 10㎞ 또는 하프코스에서 13차례 우승했다. 기록은 ▶풀코스 3시간13초(2004년 춘천마라톤)▶하프코스 1시간26분59초(2004년 손기정배)▶10km 38분31초(2004년 통일마라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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