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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탐방] 서초 아크로비스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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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오후 2시30분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아크로비스타 C동 29층 스카이라운지. 김덕례(63) 회장을 포함한 ‘아크로비스타 브리지 동호회’ 회원 5명이 모였다. 매주 금요일 2~3시간씩 카드게임 브리지를 즐기기 위해서다. 이 동호회는 2년 전 탄생했다. 김 회장과 이승하(54) 회원이 단지 내 분수광장에서 우연히 만나 이야기하다 서로 브리지를 즐긴다는 사실을 알았다. 김 회장은 “동네 사람들끼리 함께 해보면 어떻겠냐”며 동호회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문화센터에서 브리지를 배우고 있던 손명숙(59)·이수연(56) 회원 등이 동호회 결성 소식을 듣고 참여했다. 김 회장은 아파트에 공고문을 붙여 회원을 모집하기도 했다. 현재 회원 수는 11명으로 모두 주부다.

‘아크로비스타 브리지 동호회’ 회원들은 2010년부터 매주 금요일 아파트 29층 스카이라운지에서 카드게임 브리지를 즐긴다. 왼쪽부터 이수연씨, 김덕례 회장, 이승하·조희숙·손명숙씨.

 회원들은 “브리지는 노후대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 회장은 “규칙이 복잡하고 팀플레이가 필요한 놀이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심을 키울 수 있고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조희숙(54) 회원도 “파트너와 정보 교류에 집중하다 보면 잡다한 생각이 들지 않는다. 스트레스가 해소되며 서로 신뢰도 깊어진다”고 거들었다.

 브리지 초보자는 동호회 활동을 통해 실력을 키울 수 있다. 손씨는 “보통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브리지를 배운다. 동호회에서 꾸준히 실습하니 실력이 빨리 는다”고 말했다. 그는 “문화센터에서 브리지를 막 배운 초보자를 받아 주는 클럽은 없다. 문화센터 브리지 회원들이 아파트에 동호회가 있는 걸 알고 부러워한다”고 덧붙였다. 이승하씨는 “다른 브리지 클럽은 시작과 끝나는 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동호회는 개인 사정에 따라 조금 늦게 가도 되고 일찍 끝내도 돼 부담이 적다”고 밝혔다.

 회원들은 브리지를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길 바란다. 먼저 남편들에게 권했다. 회원 2명의 남편이 함께 배우기로 약속했다. 나머지 회원들의 남편들도 건전한 놀이를 하고 있다며 격려해준다고 한다. 이수연씨는 “나이가 들어도 할 수 있는 건전한 놀이가 브리지다. 앞으로 널리 알려져 더 많은 사람이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단지 내 지하 1층에 있는 연회장 ‘아크로홀’에서는 매주 화요일 10시30분부터 ‘노래교실’이 열린다. 어느덧 7년째다. 노래교실 회원 수는 30여 명이며, 50~60대가 주류를 이룬다. 회원들이 모은 돈으로 노래강사를 초청해 배운다.

 2006년 당시 입주자대표회장이었던 이인숙(70)씨가 ‘노래교실’을 만들자고 입주자대표회의 때 제안했다. 그는 “입주를 시작한 지 2년밖에 안 돼 주민들끼리 잘 몰라 서먹서먹했어요. 친목 도모를 위해 노래교실을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죠”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도 노래교실에 참가하고 있다. 임재범의 ‘너를 위해’,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 추가열의 ‘행복해요’. 그가 요즘 배운 노래다. 매주 새로운 노래를 배우는 재미에 빠졌단다. “노래는 삶의 활력이에요. 엔드로핀이 나오는 게 느껴진다니까요. 노래 부르지 않는 사람은 알지 못할 거예요.”

 노래교실이 끝나도 회원들은 헤어질 줄 모른다. 함께 노래방을 가거나 점심식사를 하며 지난 일주일간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며 정을 나눈다. 연말엔 송년모임을 빠트리지 않는다. 아파트 축제 땐 합창 실력을 뽐내기도 한다.

 이씨는 노래교실 활동으로 성격이 바뀐 회원을 소개했다. 어느 날 한 사람이 노래교실 회원 모집 공고를 보고 찾아왔다. 그는 단지에서 정 붙일 친구 한 명 없을 정도로 소극적인 성격이라고 털어놨다. 그런데 노래교실에 참가한 뒤 얼마 안 돼 그의 성격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마이크 잡는 것조차 수줍어하더니 이제는 노래를 잘 부르며 개인레슨까지 받고 있다.

 이씨는 “이런 회원을 보면 뿌듯하다”며 “동호회 활동을 6~7년 이상 하기 어렵다고 주위에서 말하는데 우린 지금까지 하고 있다. 다들 노래를 정말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단지 내 ‘스포츠 커뮤니티’ 센터에는 수영장·골프연습장·헬스장이 있다. 주민들은 이곳에서 다양한 강습을 받고 동호회 활동을 한다. 센터 강사들은 나이가 많은 주민이 주로 이용하는 점을 감안해 체력단련보다는 건강관리에 중점을 두고 조언한다. 센터 측은 건강 관련 세미나를 3개월에 한 번씩 아크로홀에서 연다. 외부 강사를 초청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센터 강사가 무료로 강의한다. 4월 초에는 ‘혈액순환 개선’을 주제로 강의가 열릴 예정이다. 세미나 참가자는 매회 선착순으로 20명을 모집한다.

 이 센터의 문상호(38) 커뮤니티팀장은 “입주민들이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전문화된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고 있으며 동호회 홍보도 적극 돕는다”고 말했다.

조한대 기자 , 사진=김진원 기자

브리지(Bridge)게임=4명이 사각테이블에서 하는 카드게임이다. 마주보는 사람끼리 같은 편을 이뤄 진행하기 때문에 파트너십이 중요하다. 130여 개국에서 즐기고 있는 ‘두뇌 스포츠’다. 워런 버핏, 빌 게이츠, 덩샤오핑, 클린트 이스트우드. 브리지게임 매니어다.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는 ‘2007 북미 브리지 챔피언십’에 함께 출전하기도 했다.

아크로비스타 시설

유아방·수영장 등 갖춰
상가 분리돼 불편 해소

2004년 6월 입주를 시작한 아크로비스타는 주거용 3개(A, B, C) 동과 상가용 1개 동으로 이뤄져 있다. 주거용 아파트는 총 757세대다. B, C동 29층에는 커뮤니티시설인 ‘스카이라운지’, B동 지상 1층엔 유아놀이방과 게스트룸 2곳이 있다. B동 지하 1층에는 유료 공용세탁실, C동 지하 1층엔 연회장 아크로홀을 갖췄다. 스포츠시설로는 25m짜리 레인 3개가 있는 수영장을 비롯해 헬스장, 골프연습장, GX룸, 남·녀 사우나가 있다.

상가용인 ‘아케이드’는 지하 3층, 지상 5층 규모다. 상가는 로비를 포함해 모두 3개 층에 입점해 있다. 지상 2~5층은 오피스텔이다. 아크로비스타 이휘영(52) 생활지원센터장은 “주상복합 아파트의 경우 저층부에 상가가 입점하기 때문에 간판 설치로 주민과 갈등이 생기기도 하지만 우리 아파트는 상가동과 주거동이 분리돼 있어 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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