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아간세포로부터 심근세포 배양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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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인체 특정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어머니 세포격인 인간 배아간(幹)세포로부터 심근세포를 배양하는데 성공했다.

의료법인 마리아병원 기초의학연구소 박세필 소장은 6일 "배아간세포가 담겨있는 배양접시안에 특수 성장인자를 주입, 배아간세포를 심근세포로 분화.유도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이 연구소는 지난 8월말 미국 위스콘신대와 싱가포르 국립의대에 이어 세계에서 세번째로 시험관에서 배양된 상태로 냉동보존된 수정란(배반포기배)에서 배아간세포를 떼어내 배양하는데 성공했었다.

배아간세포는 210개 이상의 장기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원시세포로 인체 특정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도록 배양조건을 맞춰주면 당뇨나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등 난치병을 앓는 환자에게 필요한 세포와 장기를 공급할 수 있어 미래의학을 이끌 꿈의 세포로 불린다.

이 때문에 배아간세포가 특정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배양조건을 찾아내는게 현대의학의 핵심과제였다.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면역결핍된 실험쥐에 배아간세포를 주입, 신경세포나 근육세포 등으로 분화하는 것을 간접확인한 적은 있으나, 배양조건을 갖춘 배양접시안에서 특정장기를 배양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소장은 "배아간세포로부터 심근세포를 만드는데 성공함으로써 앞으로 심근경색 등 다양한 심장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길이 열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성공으로 우리나라의 인간배아 연구수준이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것이 확인됐지만 윤리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미국이 지난 97년이후 연방연구비를 인간배아세포 연구에 사용할 수 없도록 금지하던 것을 지난 8월말 폐기예정인 냉동배아를 사용하는 실험에 한해 지원키로 가이드라인을 정하자 로마 교황청이 "매우 비도덕적이고 대단히 부정한 행위"이라고 비난하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수태(의학적으로는 수정)로부터 생명이 시작하며 따라서 배아도 보호받아야할 존엄한 생명이라고 가르치고 있는 교황청은 인간 배아세포를 사용한 연구는 "실험을 위해 배아에서 세포를 제거하는 것으로 배아를 죽이는 행위"라며 "결과가 아무리 좋아도 옳지 않은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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