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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만에 나타난 걸작, 경매 돌연 취소된 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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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겸재 정선의 황려호

서울옥션은 20일 조선 후기 화가 겸재(謙齋) 정선(1676∼1759)의 ‘황려호(黃驢湖)’의 경매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이 작품이 도난품이라는 지적에 따라서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경매에 들어갈 예정이던 겸재의 작품이 도난품이라는 의견이 접수돼 해당 작품에 대한 경매를 취소했다”며 “도난품 여부는 아직까지 확인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옥션은 당초 이날 오후 5시 서울옥션 평창동 스페이스에서 ‘황려호’ 등을 경매에 부칠 예정이었다. 예상 경매가는 4억~5억원이었다. 겸재의 ‘황려호’는 서예가 일중(一中) 김충현(1921~2006) 선생이 서울 동선동 자택에 보관하다 1993년 도난당했다. 김씨의 아들 김재년(63)씨는 “93년 집에 도둑이 들어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범인을 잡지 못했다”며 “지난 금요일 경매에 나온다는 얘기를 듣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황려호’는 조선시대 여주의 한강변을 남종화풍으로 그린 그림이다. 오른쪽 상단 화제(畵題)에는 1732년 7월 19일 김원행(金元行·1702~1772)이 원경하(元景夏·1698~1761)의 시를 쓴 후 오원(吳瑗·1700~1740)에게 선사했다는 글이 적혀 있다.

사건을 접수한 서울 성북경찰서 관계자는 “93년 도난 사건 발생 당시 신고가 접수됐지만 현재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달리 조치할 만한 방법이 있는지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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