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회장 스펙 없이 리더십전형 합격하려면

중앙일보

입력

2012학년도 중앙대 다빈치형인재전형에 합격한 최정현군(왼쪽)과 성균관대 리더십전형에 합격한 심주현군이 “교내 활동을 차곡 차곡 쌓은 결과 합격했다”고 말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학 입시에서 리더십 전형으로 합격하려면 학생회장을 꼭 하는 것이 필수 일까. 아니면 화려한 활동 경력을 갖춰야 유리할까. 올해 학생회장 선거에서 떨어진 김경민(가명)군의 고민이다. 3학년인 김군은 올해 대학 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전형인 리더십전형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군뿐만 다른 수험생들도 리더십전형에 대해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2012학년도 성균관대 리더십전형에 합격한 심주현(인문과학계열 1)군과, 중앙대다빈치형인재전형에 합격한 최정현(경영학부 1)군은 “화려한 스펙은 없었다. 교내 활동에 적극 참여해 창의적으로 활동한 결과” 라고 입을 모았다.

영자신문·고전문학 동아리·교내대회 참가

 심군은 전교 학생회장을 한 적이 없다. 2학년 때 학년장과 1, 3학년 학급부회장을 한 게 전부다. 교내 활동에 적극 나선 것이 그가 내세우는 합격 비결이다. 고 2때 영자신문 동아리에 가입해 반반마다 돌아다니며 설문조사를 하고 취재했다. 농구부와 고전문학 동아리에서도 활동했다. 이를 발판 삼아 교내 대회는 거의 대부분 참가했다. 인문계였지만 교내 컴퓨터기능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심씨는 “기회가 왔을 때 최대한 잡으려고 노력했다. 그러자 다양한 활동기회들이 함께 따라왔다”고 말했다.

 다양한 분야의 교내 활동에 충실한 모습이 입학사정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는 고3때 새터민 어린이 대상 봉사활동에 참여해 주도적으로 활동했다. “지역 새터민들과 가까워지는 기회”라고 생각했기에 봉사활동에서도 주어진 일만 하지 않았다. 봉사활동에 함께 참여한 친구들과 머리를 맞대고 새터민을 위한 프로그램을 손수 기획했다. 그 결과물이 ‘놀이 공간 마을 지도’와 ‘좋은 이웃 마을 지도’다.

 심씨는 어린이들과 동네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놀이 공간을 조사해 지도에 표시하고, 사진을 찍은 뒤 지도에 붙였다. 좋은 점과 개선할 점도 덧붙였다. 아이들이 추천하는 좋은 이웃이 사는 곳을 지도에 표시하고 찾아가 인터뷰했다. 지역 새터민들의 체육대회 준비를 돕고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마련해 동참하면서 이들과 가까워졌다. 그는 “봉사활동이 공부에 방해가 된 게 아니라 오히려 힘든 수험생 시절에 힘이 됐다”고 자랑한다.

 이렇게 봉사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과 개선할 점, 사진 등을 증빙서류(포트폴리오)에 등을 담아냈다. 대학에서 공부할 전공에도 관심을 갖고 교외에서 열리는 인문학 강좌를 찾아 다니며 들었다.

 이런 경험은 면접에서 주어진 추상적인 질문에도 구체적이면서도 자신감 있게 답변할 수 있는 바탕이 됐다. ‘리더로서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심씨는 ‘소통의 능력’이라고 서슴지 않고 대답할 수 있었다. 이어 이런 말을 곁들였다. “저는 봉사활동을 할 때 개개인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역할을 분담했어요. 만들기를 잘하는 아이에게는 만들기를 하도록 하고, 지리를 잘 아는 아이에게는 길을 찾도록 했습니다. 그들과 소통했기에 개개인의 특성과 재능을 파악할 수 있었던 겁니다.”

꿈 생기자 3.4→2.4→1.2등급 성적도 쑥쑥

 3.4등급->2.4등급->1.2등급. 최군의 고교 3년간 내신 성적 평균이다. 성적이 꾸준히 상승했다. 그는 “수업 시간에 최대한 집중하고 수업이 끝나면 바로 복습했다”고 회상했다. “중학교 때까지 놀기 좋아했다”는 그가 공부에 빠진 계기는 봉사활동이었다.

 고2때 청소년적십자(RCY) 동아리에 가입해 봉사활동을 꾸준히 했다. 장애인들의 1박 2일 캠프에 동참해 함께 어울렸고 독거노인들을 위해 연탄을 날랐다. 이 과정에서 그는 ‘RCY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전문적인 경영 능력을 갖고 봉사를 더 체계적으로 기획하고 홍보하고 싶다는 자신의 미래와 포부를 자기소개서에 담아냈다.

 고2 때 그는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리더’가 되려고 노력했다. 일본 학생들이 3박 4일 간의 일정으로 대신고에 방문했을 때였다. 최씨는 학생들과 머리를 맞대고 일본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코미디를 준비해 일본 학생들에게 웃음을 선사했고, 서울의 전통 관광명소 방문 일정에 동행해 우정을 쌓았다.

 축제가 2년 동안 열리지 않는 것에 주목해 축제를 부활시키기 위해 친구들과 동아리를 찾아 다니며 축제에서 선보일 프로그램 마련을 독려했다. 축제를 홍보하는 포스터와 전단지를 만들어 배포하며 학교와 주변에 알렸다. 축제 분위기를 더하기 위해 학교 일부 건물을 ‘유령의 집’으로 꾸몄다. 사비를 털어 가발·가면 같은 분장도구를 사 귀신 분장도 했다. 친구들이 줄을 서서 관람할 정도로 인기도 끌었다.

 이렇게 축제를 준비하면서 느낀 점, 친구들과 협력하며 배운 점 등을 사진과 함께 포트폴리오에 담았다. 최군은 “고1 때 학교 홍보 모델로 잠시 활동 했었던 것이 계기가 돼 자연스럽게 학교 일에 관심이 많아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 점이 “학교생활을 즐기며 주도적으로 활동할 수 있었던 동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입학사정관이 본 심주현·최정현군은

“교외활동이나 화려한 스펙보다 교내 활동을 충실히 한 점입니다.” 성균관대 권영신 입학사정관이 꼽은 심군의 합격 비결 중 하나다. 특히 “영어·인문학·컴퓨터·운동 등 다방면에 걸쳐 활동한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심군의 내신 성적도 3년 평균1.5등급으로 우수하다. 권 사정관은 “리더십전형에서 임원의 직위는 중요하지 않다. 활동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리더십전형이라고 해도 학업성취도와 봉사활동도 중요한 평가 요소”라고 강조했다. “학교생활의 충실도를 측정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가 바로 내신”이라고 덧붙였다. 성균관대는 2013학년도 입시에서 자기추천자전형과 리더십전형 등이 통합된 ‘성균인재전형’으로 신입생을 선발한다. 권사정관은 “교외 활동을 열심히 하는 것도 좋지만 교내의 다양한 활동에 적극적 참여해 창의적은 능력을 발휘하길 권한다”고 조언했다.

최군에 대해 중앙대 차정민 입학사정관은 “내신 성적이 꾸준히 올랐고, 학교 활동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참여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평가했다. 차 사정관은 “고교 교육과정 안에서 창의적이고 적극적으로 활동한 경험이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교과과정에서 다루기 어려운 각종 대회나, 큰 비용이 드는 해외봉사활동은 평가에서 제외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중앙대는 2013학년도에 다빈치형인재전형을 균형형전형과 재능형전형으로 나눠 선발한다. 올해 신설된 재능형전형은 전공과 관련된 특정 부분에 재능을 갖춘 학생을 선발한다.

<임선영기자 youngcan@joongang.co.kr 사진="황정옥"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