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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 잡아라’, 700만명 은퇴 비즈니스 큰 장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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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호 24면

KB금융지주는 경영연구소를 주축으로 가칭 ‘은퇴연구소’ 설립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하반기에 문을 열게 되면 은퇴·퇴직자들을 위한 금융상품을 기획·개발하고 각종 세미나·행사 등을 통해 은퇴시장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양원근 경영연구소장은 “그동안 해온 베이비부머·은퇴 연구와 프라이빗뱅킹(PB) 노하우를 묶어 은행·증권·보험 계열사들의 비즈니스 방향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은퇴 연구소’ 전성시대

700만 명이 넘는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의 55세 직장 퇴직이 지난해부터 본격화하고 금융권에 은퇴자들을 둘러싼 비즈니스의 큰 장이 서면서 이른바 ‘은퇴연구소’ 설립 붐이 일고 있다. 100세 장수가 보편화하는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 시대를 맞아 ‘5070 세대’를 둘러싼 은퇴시장은 금융사들이 외면할 수 없는 비즈니스 기회로 떠올랐다. ‘연구소’ 간판을 단 곳이 많지만 삼성경제연구소나 LG경제연구원 같은 종합 싱크탱크와는 성격이 다르다. 은퇴시장의 추이를 분석하고 이들 상대의 비즈니스 전략기획을 짜는 본부 성격이 강하다.

산하에 ‘100세 시대 연구소’라는 은퇴연구소를 둔 우리투자증권의 황성호 사장은 14일 임직원과 함께 경기도 성남시 고령친화종합체험관을 찾았다. 근력과 운동 기능을 억제하는 장비를 착용한 채 계단을 오르내리고 식사를 하면서 노령의 불편함을 몸소 체험했다. 그는 “노년 세대에게 제대로 된 은퇴·자산관리 서비스를 하려면 역지사지가 우선이다. 고령 고객에 대한 이해는 향후 관련 사업 성공에 직결된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KB금융지주에 앞서 올 1월 신한은행이 은퇴연구팀을 만들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대우투자증권이 미래설계연구소를, 우리투자증권이 ‘100세 시대 연구소’를 열었다. 삼성증권 은퇴설계연구소가 지난달 ‘58년 개띠’ 베이비부머 탤런트 조형기(54)씨를 앞세워 은퇴자 상대의 대규모 강연회를 서울에서 개최한 것을 비롯해 기존 연구소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현재 금융권에는 일찍이 2005년 문을 연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를 비롯해 은퇴·퇴직 이름을 단 연구소가 10여 곳에 달한다. ‘연구소’라는 간판을 달지 않았지만 대부분 금융사들이 퇴직연금사업부나 PB센터·금융연구소 등을 통해 은퇴 연구와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메트라이프생명은 서울대와 손잡고 은퇴설계 전문가 양성과정을 운영한다.

금융사의 은퇴시장 진출이 활발한 것은 은퇴·노후 설계 상품이 향후 금융시장의 주요 수입원이 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시장 규모도 크다. 삼성생명은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합친 국내 은퇴시장 규모를 200조원으로 본다. 2020년에는 개인연금 500조, 퇴직연금 180조 등 680조원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취미·가족관계 등 비재무적인 활동까지 포함하면 은퇴시장은 더욱 넓고 크다.

은퇴연구소는 ‘미래설계’ ‘100세 시대’ 등 이름이 다양하고 규모·활동 분야도 제각각이지만 베이비부머 중심의 은퇴자·노년 금융시장을 공략하는 ‘전략 사령부’ ‘전초 기지’라는 공통점이 있다. ‘사령부’에서 은퇴시장 흐름을 연구하고 관련 금융상품이나 서비스·행사를 기획·개발한 후 영업망·지점망을 통해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최근 은퇴설계 서비스의 특징은 그 대상이 고액 자산가를 넘어 일반인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고액 자산가에게는 기존에도 PB·자산관리(WM)센터 등을 통해 은퇴 서비스를 해온 만큼 일반인으로 시장을 넓힌 것이다. 올 초 은퇴연구팀을 만든 신한은행은 일반 고객뿐 아니라 여성·자영업자 등 은퇴 준비 소외계층을 겨냥한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제공하는 데 힘쓰고 있다.

금융업계가 은퇴 서비스 강화를 부르짖고 있지만 갈 길은 멀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의 단순 재무설계, 금융자산 판매 수준에 그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생활방식·자산 재분배·수익률 등을 고려하는 본격적인 종합 은퇴 서비스를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은퇴 관련 연구소의 활동도 크게 ▶기업의 퇴직연금 유치를 위한 지원 ▶은퇴 생활 전반에 관한 연구와 관련 금융 상품·서비스 개발로 나눌 수 있다. ‘퇴직연금연구소’ 간판이 붙은 곳은 상당수가 2005년 도입된 퇴직연금제도에 따른 기업의 퇴직연금 유치나 연금 가입자 지원이 중심이다. 가령 IBK연금보험의 퇴직연금연구소, 우리은행의 퇴직연금연구소, 한국투자증권의 퇴직연금연구소, 산업은행의 퇴직연금연구소 등이다. 하지만 이들도 일반 고객 대상의 은퇴 연구로 영역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이들은 소속 금융사의 PB센터 등을 통해 은퇴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말 설립된 KDB대우증권 ‘미래설계연구소’는 은퇴 설계와 함께 미래의 경제·사회적 변화 연구에 힘쓸 계획이다.

퇴직연금뿐 아니라 일반 고객을 상대로 하는 은퇴설계, 서비스 제공에 주력하는 연구소도 중점 분야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는 재무적 은퇴 전략뿐 아니라 사회활동·가족·취미·여가 등 은퇴 생활 전반에 대한 종합연구에 힘쓰려 한다. 은퇴 준비 상황을 종합적으로 측정한 ‘삼성생명 은퇴준비지수’(가칭)도 개발해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우리투자증권의 ‘100세 시대 연구소’는 다음 달 은퇴자산 관리를 주제로 대규모 세미나를 열 계획이다.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는 재무적·비재무적 은퇴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연 1회 퇴직연금 국제세미나를 열고 고객 상대의 노후설계 강좌를 정기적으로 이어나갈 계획이다. 삼성증권 은퇴설계연구소는 베이비부머에 초점을 맞춘다. 보험·연금·적립식 펀드 등 단일 상품에서 벗어나 부동산을 포함한 전체 자산의 재조정을 통해 은퇴에 대비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선택 폭을 넓혀주겠다는 것이다. 삼성증권은 하반기에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은퇴학교’를 세워 관련 강의와 교육에도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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