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 케이블 끊어다 판 간 큰 절도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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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대전시 서구 흑석동∼계룡역 호남고속철도 구간. 지난달 말 이 구간에서는 큰 열차 사고가 날 뻔했다. 누전 등을 막아 열차가 사고 없이 운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접지케이블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 철도특별사법경찰대의 수사 결과 구리로 만들어진 접지케이블이 고철로 비싸게 팔려 일부 사람들이 생활비 마련을 위해 망치와 전선용 커터기 등을 이용해 이 구간의 접지케이블을 훔쳐간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 철도 주변에서 접지케이블 등 전선 절도사건이 잇따라 열차 안전 운행을 위협하고 있다.

 15일 국토해양부 철도특별사법경찰대와 코레일에 따르면 경부선 및 호남선 고속선(KTX) 철도 안전운행을 위해 설치된 접지케이블 절도사건이 2010년부터 전국에 걸쳐 45건이나 발생해 특별수사반을 편성, 수사를 벌이고 있다. 접지케이블은 낙뢰, 누전 등으로 이상전압이 발생했을 때 전류를 땅으로 흘려보내는 역할을 한다. 이 케이블이 파손될 경우 신호기 오작동, 기기 이상으로 열차 운행에 막대한 지장을 주고 열차 충돌 사고도 초래할 수 있다.

 최근 도난된 접지케이블은 4만1778m로, 피해 금액만도 2억9000만여원에 달하고 있다.

 철도특별사법경찰대는 15일 접지케이블 도난 사건과 관련, 3명의 용의자를 검거했다.

 철도경찰대는 호남고속선(흑석리∼계룡역 등) 주변에서 망치와 전선용 커터기를 이용, 철도공사에서 설치한 접지케이블 3173m(시가 3128만원 상당)를 절단해 훔친 혐의로 황모(63)씨를 붙잡아 구속하고 김모(56)씨 등 장물업자 2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조사결과 황씨는 지난해 2월 철도 공사현장에서 일을 하면서 동료로부터 접지케이블을 자르는 방법을 배워 인적이 없는 철도 선로 주변 등에서 밤에 2만5000 볼트의 전류가 흐르는 전선을 피해 전류가 흐르지 않는 접지케이블만을 골라 훔쳤다.

 철도경찰대는 황씨 등에 대해 아직 해결되지 않은 사건 중, 동일 수법 사건에 대한 여죄를 추궁하는 한편, 관련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철도경찰대 심상봉 수사과장은 “최근 접지케이블의 구리 값이 오르고, 야간 철도주변에 감시가 소홀한 점을 틈 타 절취사건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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