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나의 세테크] 할아버지 유산, 손자에게 상속 땐 30% 세금 할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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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김예나
삼성증권 세무전문위원

50대인 A씨의 아버지 B씨가 석 달 전에 갑작스럽게 돌아가셨다. 그동안 경황이 없어서 하지 못한 상속문제를 정리해 보려고 한다. 아버지가 남긴 자산을 조회해 보니 금융자산과 부동산의 총 평가액이 10억원 정도다. A씨는 외아들인지라 어머니와 둘만 상속인이 된다.

어머니도 매월 생활비 이상의 연금이 나오는 데다 자신도 재산이 많은 편이라 상속재산을 누가 받는 것이 좋을지 고민이다.

 자신의 나이도 이미 50대이므로 상속재산을 받아와서 자신의 재산을 더 늘릴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에 A씨는 자신의 아들인 C군이 할아버지 재산을 물려받도록 하고 싶다. 아들이 곧 유학을 가니 3억원 정도는 필요할 것 같고, 어차피 A씨가 넉넉한 재산이 있어 결국은 아들에게 증여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그렇다면 상속세 측면에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유리할까? 일단 A씨나 어머니가 물려받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 경우는 배우자공제로 최소 5억원을 공제받을 수 있고 일괄공제로 5억원을 더 받을 수 있다. 이 밖에도 금융재산에 대한 공제 등도 추가로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총 10억원을 공제받으면 재산가액이 모두 차감되어 상속세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런데 C군이 상속을 받는다면 세금은 달라진다. 상속인이 아니므로 각종 공제를 받을 수 없어 10억원에 대해 고스란히 상속세를 내야 한다.

또한 아버지를 건너뛰어 세대를 생략한 것에 대한 30%의 할증까지 더해진다. 이렇게 계산하면 무려 2억8000만원의 세금을 내게 된다. 따라서 이 경우는 A씨 본인이 상속재산을 받는 것이 나을 수 있다. 일단 A씨가 재산을 받는데 상속세가 전혀 없고 유학자금은 C군을 부양하는 비용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유학자금을 고려하지 않아도 유리하다. A씨가 상속을 받아서 C군에게 증여한다면 세대생략 할증인 30%가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C군이 직접 상속을 받을 때 부담하는 상속세보다 적은 2억1000만원 정도만 증여세로 부담하게 된다.

 물론 모든 사람이 똑같이 유리한 것은 아니다. 만일 A씨의 재산이 아주 많아서 증여나 상속을 할 때 50%의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이 경우 A씨는 당장은 상속세를 내지 않더라도 C군에게 자산을 물려줄 때 50%의 세금을 내야 하므로 할증이 되더라도 할아버지의 재산을 C군에게 바로 물려주는 것이 나을 것이다. 이처럼 상속이나 증여에 대한 결정은 재산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재산 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예나 삼성증권 세무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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