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카드, 그래도 박주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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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축구전문가들은 2012 런던올림픽 축구대표팀 와일드카드 유력 선수로 박주영을 첫손가락에 꼽았다. 박주영이 지난해 9월 고양시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월드컵 3차 예선 레바논전에서 헤딩슛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뽑을 것인가, 말 것인가. 그것이 문제다.

 7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에 성공한 남자 축구대표팀의 가장 큰 딜레마는 박주영(27·아스널)이다. 그를 와일드카드(23세 초과 선수)로 뽑아 런던 올림픽에 데려가는 게 전력에 보탬이 될 것인가, 아니면 지금까지 동고동락하며 올림픽 티켓을 따낸 선수들끼리 마음을 모아 첫 올림픽 메달에 도전하는 게 좋은가.

 중앙일보는 국내 감독과 선수, 구단 관계자 및 에이전트, 축구 해설위원 등 70명을 대상으로 전화와 e-메일을 통해 설문조사를 했다. 응답자 중 63%에 해당하는 44명이 박주영을 와일드카드로 뽑아야 한다고 답했다.

 선수와 해설위원은 거의 예외 없이 박주영의 손을 들어줬다. 감독은 의견이 약간 엇갈렸으나 대체로 박주영을 신뢰했다. 국제대회 경험과 기량, 대회가 열리는 영국 현지 적응력을 이유로 들었다. 박주영은 올림픽이 열리는 런던을 연고지로 한 아스널 소속이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와일드카드로 활약한 정경호(32·대전)는 “박주영이 이름값에 어울리는 활약을 보여줄 것으로 믿는다. 후배들도 박주영을 잘 따른다고 들었다. 팀워크에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주역인 황선홍(44) 포항 감독은 “큰 대회는 경험이 성적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경험 있는 선수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대 입장에서는 박주영의 선발이 팀워크를 저해한다고 우려했다. 또한 컨디션이 좋지 않은 박주영을 선발하는 것은 ‘병역 면제를 위해 특혜를 주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특히 선수들과 가까운 에이전트 10명 가운데 5명이 박주영 선발에 반대 의견을 나타내 눈길을 끌었다. 한 에이전트는 “그동안 노력한 다른 선수들이 괴리감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에이전트는 “축구는 ‘1+1=2’가 되는 스포츠가 아니다”라며 “만약 와일드카드로 공격수를 쓴다면 굳이 박주영을 선택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을 보였다.

 박주영 선발의 키를 쥐고 있는 홍명보(43) 올림픽팀 감독은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그는 올림픽 본선 진출을 확정짓고 귀국한 지난달 23일 “지금 와일드카드를 논의하는 것은 올림픽 본선 진출을 이뤄낸 선수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 고 말했다.

 한편 와일드카드를 얼마나 활용할지에 대해서는 ‘3명 모두 활용’(32명)과 ‘1~2명 활용’(31명)이 백중세를 이뤘다. 소수 의견으로 와일드카드를 쓰지 말자는 의견을 낸 한 에이전트는 “지금껏 와일드카드를 써서 큰 효과를 본 적이 없다. 기존 멤버들로 내실을 다지는 게 좋다”고 말했다. 와일드카드로 적합한 포지션에 대해서는 공격수가 42명을 차지했으며, 수비수(14명)-골키퍼(8명)-미드필더(6명)가 뒤를 이었다.

오명철·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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