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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년 동안 연애 편지…최고 로맨틱 명사 누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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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문자와 e메일이 활성화된 현대에도 가끔은 손으로 쓴 편지가 그리워질 때가 있다. 달콤한 사탕을 선물함으로써 사랑을 표현하는 화이트데이 등에 정성스러운 손편지를 곁들여 마음을 전달하면 값비싼 선물보다 더 큰 효과를 낼지 모른다. 감동은 돈이 있어야만 되는 건 아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근 역사 속 유명한 연애편지 10편을 공개했다.

1. 헨리 8세가 앤 불린에게 보낸 편지: 영국 헨리 8세의 첫 왕비는 죽은 형의 아내 캐서린이었다. 헨리 8세는 그녀와 이혼하고, 그녀의 시녀였던 앤 불린과 결혼하기 위해 교황의 허락을 신청했다. 5년이 지나도 교황의 허락이 떨어지지 않자 헨리 8세는 1533년 앤 불린과 결혼했다. 앤은 정부가 아닌 여왕이 되고자 했던 자신의 소망을 이뤘다. 다음은 헨리 8세가 1527년 앤에게 쓴 편지이다.

"나는 우리 사이의 감정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내가 1년이 넘도록 사랑의 화살에 맞아 아파했음에도 당신의 애정을 얻었는지 그러지 못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2. 나폴레옹이 조세핀에게 보낸 편지: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은 조세핀에게 만큼은 로맨틱한 남자였다. 비록 조세핀이 아이를 가질 수 없어 훗날 이혼에 이르기는 했지만 말이다. 나폴레옹은 조세핀과의 결혼 직후 이탈리아로 출정가면서 아내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편지에 표현했다. 다음은 나폴레옹이 1796년 7월 17일 조세핀에게 쓴 편지다.

“당신을 떠나온 이후로 쭉 우울했습니다. 당신 곁에 있는 것이 내 행복입니다. 나는 쉴 새 없이 당신의 손길, 눈물, 다정한 배려를 되새기고 있을 뿐입니다. 조세핀, 당신의 비교 불가능한 매력은 계속 내 마음 속에서 활활 타오르고 있습니다. 모든 걱정과 괴로운 근심거리로부터 해방되면 내가 당신 곁에서 당신만을 사랑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요? 오직 행복만을 생각하고 당신을 행복하게 해주며 말입니다."

3. 베토벤이 ‘불멸의 연인’에게 보낸 편지: 1812년 베토벤은 3통의 연애편지를 ‘불멸의 연인’에게 보냈다. ‘불멸의 연인’의 정체는 지금도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역사가들은 그녀가 안토니 브렌타노일 것이라 추정하고 있다. 베토벤은 그녀에게 ‘디아벨리 변주곡 Op.120’을 헌정했다. 다음은 ‘불멸의 연인’ 편지 중 하나.

"잠을 자면서도 내 생각은 당신만을 향하고 있어요, 불멸의 연인이여. 나를 평온히 사랑해주세요. 오늘도 어제도 당신을 눈물로 갈망합니다. 내 삶, 내 전부. 오 날 계속 사랑해주세요. 나의 성실한 진심을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언제까지나 당신의 사랑, 언제까지나 내사랑, 언제까지나 우리의 사랑을 위해."

4. 윈스턴 처칠이 클레멘타인에게 보낸 편지: 영국 총리였던 윈스턴 처칠과 그의 아내 클레멘타인은 56년간 결혼생활을 했다. 그들은 서로 떨어져 지내게 될 때마다 편지를 주고 받았다. 다음은 처칠이 클레멘타인에게 1935년 1월 23일 쓴 편지다. 이 때 클레멘타인은 해외여행 중이었다.

“내 사랑 클레미. 마드라스에서 당신이 내게 쓴 편지에는 당신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들에 대해 적혀 있었습니다. 이것은 내게 매우 소중합니다. 그 편지가 내게 준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사랑이 값으로 매겨진다고 할 때 난 항상 당신에게 압도적으로 빚을 지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당신의 사랑과 우정 속에서 살아온 지금까지의 이 모든 세월은 어떤 말로도 다 전달할 수가 없습니다."

5. 찰스 다윈이 엠마 웨지우드에게 보낸 편지: ‘종의 기원’의 저자 찰스 다윈은 결혼에 대한 찬성 반대 리스트를 작성하고는 그의 사촌 엠마 웨지우드에게 청혼하기로 결심했다. 이들은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며 10명의 아이들을 낳았다. 1939년 결혼식을 며칠 앞두고 엠마에게 찰스가 쓴 편지.

“내가 앞으로 행복할 만큼 당신도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내 소중한 엠마, 나는 당신이 큰 후회를 하지 않게 되기를 진정으로 기도합니다. 당신이 화요일에 해야 할 매우 좋은 일들을 덧붙입니다. 내 소중한 미래의 아내, 신의 가호가 있기를..."

6. 프리다 칼로가 디에고 리베라에게 보낸 편지: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부부 화가인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 프리다 칼로는 디에고 리베라를 열렬히 사랑했고, 그의 바람기 때문에 일생동안 고통을 받았다. 그녀는 “나는 일생동안 두 번 죽었다. 한 번은 전차가 나를 깔고 지나갔을 때였고, 또 한 번은 디에고가 부정을 저질렀을 때였다”고 말했다. 다음은 1940년 칼로가 리베라에게 보낸 편지.

“내 사랑 디에고- 당신이 그 벽화를 완성하고 나면 우리는 영원히 그리고 완전히 함께 하게 될 거라는 것을 기억하기 바라요. 다투거나 하지 않고 오직 서로를 사랑하면서요. 점잖게 행동하고, 모든 것을 에미 루가 말한 대로 하세요. 당신을 어느 때 보다 더 사모합니다. 당신의 소녀, 프리다. 답장주세요."

7. 리처드 버튼이 엘리자베스 테일러에게 보낸 편지: 리처드 버튼과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1962년 영화 ‘클레오파트라’를 통해 만나 1964년 결혼했고, 1974년까지 10년의 결혼생활을 이어갔다. 이혼 후 이듬해인 1975년 재결합했으나 1년을 넘기지 못하고, 다시 파경을 맞았다. 8번 결혼한 테일러에게 버튼은 특별한 사랑이었다. 그녀는 “내가 죽으면 전 남편인 리처드 버튼의 고향에 뿌려지길 원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1964년 신혼 때 버튼이 테일러에게 쓴 편지.

“내 멀어버린 눈은 간절히 당신을 보길 기다리고 있어요. E.B 당신은 물론 모르겠지요. 당신이 얼마나 매혹적으로 아름다운지 말입니다. 그리고 당신이 얼마나 이상하리만큼 특별하고 위험한 사랑스러움을 가졌는지."

8. 로널드 레이건이 낸시 레이건에게 보낸 편지 :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그의 아내 낸시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자주 연애편지를 썼다. 낸시 레이건은 그녀의 책 『로니, 사랑해요』(2001)에서 모아둔 연애편지의 일부를 공개한 바 있다. 다음은 1977년 발렌타인데이 때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낸시 여사에게 보낸 편지.

"성 발렌타인께, 저는 이번 3월 4일 이 집에서 산지 25년을 맞는 젊고 아름다운 여인에 대해 쓰려고 합니다. 당신에게 부탁이 있는데 그 전에 그녀에 대해 좀 더 당신이 알아야 할 필요성을 느낍니다. 우선, 그녀는 두 개의 심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그녀의 것, 하나는 제 것입니다. 불평하지는 않아요. 제 심장을 그녀에게 기꺼이 줬으니까요.

거기에 제 심장이 있는 게 맞고, 또 좋으니까요. 그 여인의 이름은 낸시입니다. 하지만 가끔 저는 그녀를 엄마라고 부르곤 하고 그건 못 바꿀 듯해요. 제 요청은 말이죠.. 혹시 낸시의 귓가에 누군가가 그녀를 매우 많이 사랑하고, 매일매일 더 사랑하게 된다고 속삭여줄 수 있으신가요? 그리고 그 사람은 그녀가 없다면 1달러짜리 시계처럼 곧 멈춰 버릴 거라고. 그래서 그녀가 있어야 하는 그 곳에 항상 있어야만 한다고도 말해주세요."

9. 제리 오배치가 부인 일레인에게 보낸 편지: 영화배우이자 뮤지컬 스타인 제리 오배치는 아내에게 아침마다 커피를 갖다주며 그 옆에 사랑의 시를 적어놓곤 했다. 그들의 25년 결혼생활은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기억해요』라는 책으로도 출간됐다. 오배치는 일레인과 1958년 결혼해 1975년 이혼했다. 다음은 제리가 결혼생활 중 어느 발렌타인데이에 아내 일레인에게 쓴 편지.

"또 발렌타인 데이가 돌아왔어요. 날씨는 춥고 축축하고... 하지만 난 행복하게 출근할 수 있고, 과장되지 않게 행동할 수 있어요. 왜냐하면 나의 태양, 나의 생명줄, 나의 귀여운 연인으로 인해 마음이 따뜻하기 때문이죠. 나가지 않고 집에 있으면서 당신에게 키스하고 싶어요! 키스를 보내며 제리."

10. 노아가 앨리에게 읽어준 편지: 노아와 앨리는 영화 '노트북'에 나오는 부부다. 노아는 앨리가 치매에 걸려 기억을 잃게 되자 자신들의 아름다웠던 사랑을 기억시키기 위해 매일 노트북을 꺼내 읽어준다. 다음은 노아가 읽어주던 편지의 하나.

"내 사랑 엘리에게. 우리 사이가 끝났다고 생각하니 잠이 안 왔어요. 우리가 나눴던 사랑이 진실한 걸 알기 때문에 더 이상 씁쓸한 건 없어요. 미래 어느 순간 먼발치에서 우리가 서로의 삶을 보게 됐을 때, 난 기쁨으로 미소 짓게 되겠죠. 그 여름 나무 아래서 함께 보낸 시간과, 사랑 안에서 성숙해졌던 시간을 추억하면서. 최고의 사랑은 영혼을 깨우고, 더 많이 소망하게 합니다.

가슴에는 열정을 심어주고, 마음에는 평화를 가져다 주지요. 난 당신에게서 그걸 얻었고 당신에게 영원히 주고 싶었습니다. 사랑해요. 또 봐요. 노아."

김효진 기자 k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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