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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한 주에 4번 이상 본다 … 웹툰 전성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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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조석의 ‘마음의 소리’ 중 한 장면. 지난달 네이버 연재 600회를 맞은 인기 웹툰이다. 매회 황당하면서 공감이 가는 에피소드로 웃음을 선사한다.

인터넷 만화 ‘웹툰’이 문화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웹툰(webtoon)은 인터넷을 뜻하는 ‘웹(web)’과 만화를 뜻하는 ‘카툰(cartoon)’이 합쳐진 말이다.

 『공포의 외인구단』 이현세(56)와 『쩐의 전쟁』 박인권(58) 화백이 출판 만화를 대표하는 작가들이었다면 웹툰을 대표하는 작가들은 강풀(38) 등 20~30대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출판 만화가 장편소설이라면 인터넷에서 5분 이면 간단히 볼 수 있는 웹툰은 단편소설에 가깝다.

 2000년대 초반 시작된 웹툰은 ‘스마트폰’이라는 엔진을 달면서 문화계의 주요 장르로 뿌리를 내렸다. 특히 컴퓨터·스마트폰·테블릿PC 등 디지털 매체에 익숙한 10~30대 팬층이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천계영의 ‘드레스 코드’의 주인공 계영이. 천 작가의 아바타이기도 한 작품 속 ‘계영’은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옷 잘 입는 법을 알려준다.

  포털사이트 다음은 2003년 강풀의 ‘순정만화’ 등 작품 2개로 포털사이트 최초로 웹툰 서비스를 시작했다. 입소문을 탄 웹툰은 점점 늘었다. 2008년 다음에선 21개 작품이 연재됐지만 아이폰 등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2010년에는 104개로 2009년(48개)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2005년 웹툰 서비스를 시작한 네이버에서도 2008년 73개이던 것이 2010년에는 154개로 급증했다. <표 참조>

 웹툰은 요즘 국내 콘텐트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인기가 검증된 일부 웹툰은 속속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다. 2010년 개봉한 영화 ‘이끼’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개봉한 ‘통증’에는 강풀이 스토리 제작에 참여했다. 웹툰은 이제 소설을 대체해 문화판의 새로운 콘텐트 공급원으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웹툰 ‘패션왕’은 드라마로 만들어질 예정이고, ‘쌉니다 천리마마트’는 시트콤 계약을 맺었다. 가히 웹툰 전성시대다.

 ◆골라보는 재미=포털사이트에선 영업상 이유를 들어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고 있지만 각 포털사이트의 웹툰 주간 조회수는 2억 회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얼추 우리 국민이 일주일에 4번 차례 이상은 웹툰을 본다는 얘기다. 각 포털사이트 스마트폰 맞춤 초기 화면에서 웹툰은 뉴스와 함께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웹툰 인기 비결은 ‘골라보는 재미’에 있다. 로맨스·액션부터 누구나 체험해 봤을 ‘초보 운전 경험’까지 다양하다. 다음에 연재 중인 ‘탐묘인간’ ‘그루밍 선데이’에선 작가가 자신이 기르는 고양이가 주인공이다. 연재 600회를 기록한 ‘마음의 소리’에선 과외·물놀이 등 일상의 소재로 짧은 스토리를 만들어 낸다.

 기존 출판 만화 작가들도 웹툰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언플러그드 보이’로 인기를 끈 만화가 천계영씨는 지난해 9월부터 포털사이트 다음에 웹툰 ‘드레스 코드’ 연재 중이다. 천씨는 이 만화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캐릭터를 등장시켜 옷 코디법 전수하고 있다.

 천씨는 “독자들이 자주 접할 수 있는 매체에 만화가 실리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며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함께 (인터넷) 만화시장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3D로 그림 작업을 하는 천씨는 자신의 작품에서 훌라 춤을 추며 돌아가는 3D 캐릭터를 선보이기도 했다. 종이라는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은 웹툰이 점차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이 커지면서 반작용도 있다. 방통심의위는 최근 학교 폭력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자 23개 웹툰을 문제 작품으로 꼽아 ‘청소년유해매체물 결정 관련 사전 통지 및 의견 안내 공문’을 각 포털사이트에 발송했다. 이에 만화계는 방통심의위 결정에 항의해 거리 퍼포먼스를 벌이는 등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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