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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으로 Step UP ⑦ 스쿨뮤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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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대학 시절 그룹사운드를 했던 온라인 악기 쇼핑몰 ‘스쿨 뮤직’의 안정모 사장이 자체 개발한 브랜드 ‘코로나’ 전기기타를 연주하고 있다.

음식점·노래방·맥줏집이 어지럽게 들어선 인천시 신포동의 한 오래된 건물 6층. ‘스쿨 뮤직’이란 간판이 달린 문을 열고 들어서자 기타와 드럼 등이 가득 찬 사장실이 눈에 들어왔다. 악기 쇼핑몰 ‘스쿨 뮤직’ 안정모(45) 사장 방이었다.

안 사장은 1988년 강변가요제에서 ‘매일 매일 기다려’로 수상한 록 밴드 ‘티삼스’의 키보드 출신이다. 대학을 중퇴한 뒤 녹음실, 음악학원, 나이트클럽 일을 전전했다. 하나같이 좋아하는 음악과 관련된 것이었다. 그러다 2000년 기타와 드럼을 가르치는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를 열었다. 그 이름이 ‘스쿨뮤직’이었다.

 “망했죠. 돈 내고 인터넷 음악 교습을 들으려는 사람이 없었어요. ‘인터넷 사이트는 남아 있으니 악기라도 팔아보자’는 생각에 드럼 연습용 고무패드를 팔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장사가 잘됐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온라인 쇼핑몰 사업. 초기엔 뜻밖에 탄탄대로를 달렸다.

 “사실 경영학의 ‘경’ 자도 몰랐죠. 그것 때문에 오히려 잘나갔던 것 같습니다. 잘 모르니 그저 고객이 원하는 대로 하자고 생각했거든요. 고객이 마음에 안 들면 군소리 않고 100% 교환·환불해 줬고, 다른 쇼핑몰 제품도 모두 애프터서비스(AS) 접수를 받았지요.”

 몇 년간 성장을 거듭했다. 그러나 2006년 한계에 부닥쳤다. 쇼핑몰이 커지면서 자연히 늘게 된 재고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조차 몰라 헤매게 됐다. 고민 끝에 중퇴했던 대학에 다시 들어가 경영학 공부를 시작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공개강좌도 신청했고, 이를 통해 전경련의 ‘중견기업 키우기 프로그램’과 연이 닿게 됐다.

 전경련의 권재석(64) 자문위원은 “그만한 매출을 올린다는 게 신기할 정도로 아무런 시스템을 갖추지 않고 있는 회사였다”고 안 사장과의 첫 만남을 회고했다.

신세계 I&C 대표를 지낸 권 위원은 재고·고객관리 등 기본적인 경영 시스템의 문제점과 개선안부터 제시했다. 그러면서 스쿨뮤직은 중견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기본 체계를 갖춰 나갔다.

 2009년엔 PB 브랜드인 ‘코로나’ 제품을 출시했다. 지난해 인기를 끈 드라마 ‘드림하이’에서 가수 아이유가 연주한 핑크색 기타로 주목받기 시작한 바로 그 브랜드다. 이어 오프라인 매장을 열고 이마트나 롯데마트 같은 대형마트와 종합쇼핑몰에 입점했다. 지난해엔 스마트폰으로 모든 재고 관리 같은 각종 경영 활동을 할 수 있는 시스템까지 갖췄다.

 ‘시스템 구축’에 집중하는 사이 100억원 매출 달성은 애초 목표였던 2010년에서 지난해로 1년 늦춰졌다. 그러나 안 사장은 오히려 더 만족스럽다고 했다.

 “그저 더 팔려고만 했으면 2010년에 목표를 이뤘을 겁니다. 그러나 그보다는 미래를 위한 투자가 우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야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테니까요.”

 안 사장은 요즘 자신의 후배 격인 중·고·대학생 밴드를 지원하고 있다. 회사 이름을 딴 경연대회도 만들었다. 일부 꿈나무들에겐 영국 음악학교 유학 기회를 준다. 그는 “내가 좋아하는 음악과 관련된 일을 했기에 이런 성공이 가능했던 것 같다. 고객들이 싫다면 하자가 없어도 100% 바꿔 드리는 마음을 변치 않고 간직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권재석 위원은 “국내에선 보기 드문 성공한 악기 쇼핑몰”이라며 “조만간 해외 진출과 함께 중견기업 반열에도 오를 가능성이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가영 기자

PB(Private Brand) 상품

유통업체가 자기 매장의 특성과 고객의 성향에 맞춰 독자적으로 개발한 브랜드 상품. 해당 유통업체의 점포에서만 판매된다는 점에서 전국 어디에서나 살 수 있는 제조업체 브랜드(NB·National Brand)와 구별된다. 유통업체가 제조업체에 직접 물건을 발주하는 만큼 마케팅 비용이 적게 들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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