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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억짜리 단원 그림 고서화 중 최고가…겸재 ‘괴단야화도’ 작년 2억에 팔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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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김홍도의 ‘선고지과도(仙姑持果圖)’. 작년 3억500만원에 팔렸다. 크기는 94×46㎝. [마이아트옥션]

“북경의 그림 가게들은 원백(元伯)의 그림을 심히 중히 여겨 비록 손바닥만한 그림일지라도 비싼 값으로 사지 않음이 없다.”

 조선 후기의 선비 신돈복(1692∼1779)이 남긴 기록이다. 여기서 ‘원백’은 겸재(謙齋) 정선(1676~1759)의 자(字)다. 간송미술관 한국민족미술연구소 최완수 연구실장은 저서 『겸재 정선』에서 신돈복의 이 글을 인용, 겸재의 그림이 당대 중국에서 큰 인기를 모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외면받는 고미술의 현주소를 생각하면 격세지감(隔世之感)이다. 지난해 국내 주요 고미술 경매사에서 거래된 고서화 1273점 중 가장 비싸게 팔린 것은 단원(檀園) 김홍도(1745∼?)의 ‘선고지과도(仙姑持果圖)’, 두 번째가 겸재의 ‘괴단야화도(槐壇夜話圖)’였다. 각각 3억500만원, 2억원이었다. 국보급 화가들의 작품 치고는 싼 편이다. 한국미술정보개발원이 서울옥션·마이아트옥션·옥션단의 경매 자료를 집계한 결과다.

 ‘선고지과도’는 도교의 이치를 체득해 신선이 된 여덟 명을 주인공으로 한 ‘팔선도(八仙圖)’의 하나다. 신선처럼 오래 살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은 그림이다. 팔선 가운데 ‘하선고(何仙姑)’를 그렸다. 하선고는 7세기 무렵의 사람으로 천도를 먹고 선녀가 되었다고 전해진다.

 낙찰총액 기준으로도 단원과 겸재가 단연 1, 2위다. 단원의 그림이 총 7점, 10억1500만원 어치, 겸재의 것이 총 3억9500만원이었다. 흥선대원군 이하응(총 1억7600만원), 현재(玄齋) 심사정(1억3700만원), 추사(秋史) 김정희(1억1460만원)이 뒤를 이었다. 거래 건수로는 추사가 18점으로 가장 많았고, 소치(小癡) 허련(13점), 단원이 그 다음이었다.

 한국미술정보개발원 윤철규 대표는 “지난해 전세계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것이 치바이스의 ‘송백고립도’로 718억원이었다. 이에 비해 당대 중국에서도 얻으려고 줄을 섰다는 겸재 등 우리 대표 서화가들의 작품은 심각하게 저평가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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