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본 말레트 〈행복했던 가족〉

중앙일보

입력

가정 속에서, 가족 구성원간에 나누는 행복과 교감이란 원초적이고 주관적일 때가 많다.
어머니가 차려주신 밥상과 따뜻한 아랫목만으로도 만족감을 얻을 수 있으며, 그 속엔 경쟁과 비교의 잣대를 들이댈 수 없는 '소중함'이 존재한다.

한국은 '가족의 나라'라는 꼬인 말처럼 가족이기주의와 가족독재를 톡톡히 경험하며 살아가면서도 문득, 스위트홈의 전형인 몇 가정이 머릿속에서 떠오른다.

노아의 방주를 지은 노아씨네 가족들과 각종의 동물들, 엽기가족의 원조인 아담스 패밀리,
나름대로 화목한 괴짜가족, 그리고 온 가족이 영화를 만드는 이란의 영화감독 마흐말마프가족...-물론, 맨 끝에 우리 집이 떠오르는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바네턱만'이라는 생소한 이름만으로도 세상과의 먼 거리를 짐작케하는 외딴 섬에 프루잇씨 의 가족들이 살고 있었다. 모두 일곱명으로 구성되어있는 이들은 여름엔 조개를 잡고, 겨울엔 낮잠을 자면서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 때때로 배가 아프거나 등등, 병이 날 때가 있었지만 이들은 병명에도 무관심했고 그러다보면 저절로 병이 낫는 자연의 법칙을 경험하곤했다.

추운 겨울이 오면 프루잇 가족은 심각하게 고립이 되어버리지만, 이 역시 별로 개의치 않았다. 이들은 특별히 가봐야 할 곳도 없었으며, 급한 우편물 또한 없는...그저 겨울이 지나가 버리면되는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정말 우연히 어떤 사람이 프루잇 가족이 고립되었다는 사실을 상식적으로 깨닫고 경찰에 신고를 한다.

이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가 인도주의자들로 변모하여 야단법석을 떨기 시작한다.
폭격기가 음식물 상자를 날라오고 언론사에서는 스키보드를 타고 취재를 나오며, 큰아들 찰스의 맹장염엔 개썰매 구조대까지 동원이 된다. 구조대원이 죽고 썰매를 끌던 개가 실종되는 소동을 통하여 찰스는 치료를 받기 위해 외국으로 옮겨진다. 그러나 다음장면에선 작은 아들이 생방송으로 중계되며 맹장염 수술을 받는 일이 생기고 있다.
방송사에서 보낸 구조대가 작은아들을 맹장염 환자로 착각했기 때문이다. 끝내 작은아들은 죽고, 의료사고에다가 언론피해의 막대한 재난을 입은 가족들은 가장 드라마틱한 불행을 맞이한다.

집은 구조대가 떨어뜨린 신호탄 때문에 불이 나버리고, 잠시 대피하고 있던 프루잇 일가는 의사가 놔둔 황산액을 술인 줄 알고 나누어 마셨다가, 모두가 사망하는 참사를 겪는다.
파란만장한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어 건강을 회복하고 돌아온 찰스는 가족들의 장례를 치르고 섬을 떠나간다.

물질문명과 매스미디어에 대해서 일침을 가하는 이 영화는 아이러닉한 이야기를 빠른 전개와 코믹한 캐릭터, 경쾌한 음악등을 통해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뽀빠이 그림을 떠올리게 하는 의도적인 그림체는 다분히 미국적인 문화에 대한 비판이며 독설이다. 영화 속의 '고립'과 '자선'이란 얼마나 무지하고 개인적인 판단에서 비롯되는 것인가. 그러나 행복의 조건과 잣대는 다소 개인적이어야 할 필요가 충분히 있다.

경쟁과 인스턴트음식과 TV가 살고 있지 않은 외딴섬은 우리들의 마음 속 저편에 외롭게 떠있을지도 모른다.

※ 수상경력: 몬트리올, 시카고 영화제 수상, 아카데미상 노미네이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