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아시아축구 "너무 먼 세계무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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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축구계는 크게 유럽.남미.북중미.아프리카.아시아로 나뉜다. 월드컵 예선도 이 구도에서 치러진다.

아시아는 축구에 관한 한 제3세력이다. 같은 후진 그룹에 속했던 아프리카가 카메룬.나이지리아 돌풍에서 보듯 유럽이나 남미와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아시아는 더욱 그 모습이 초라해지고 있다.

아시아 축구의 현주소는 지금 레바논에서 벌어지고 있는 제12회 아시안컵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전쟁 위험 때문에 외국 관중이 없다고는 하지만 썰렁한 경기장은 스스로 가치를 떨어뜨렸다.

오죽하면 피터 벨라판 아시아축구연맹(AFC)사무총장이 "마치 공동묘지에서 경기하는 것 같다" 고 말했을까.

기술이나 전술적 측면에서도 세계의 이목을 끌 게 없다. 세계 축구계를 선도할 만한 게 없는 것은 당연하다 쳐도 따라가지도 못하고 있는 현실은 아시아 축구가 외면받는 이유다.

아직도 대부분의 팀은 최종 수비수를 두는 3-5-2 시스템을 고집하고 있다.

세계 축구 판도가 오래전부터 최전방과 최후 수비수의 간격을 최대한 좁힌 콤팩트 축구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시아 축구는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시아 축구의 판도는 한.중.일의 극동 3국과 중동세가 양분하고 있다.한때 오일 달러의 위력을 앞세워 브라질 등 축구 선진국 감독들을 영입해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던 중동국가들은 요즘에는 더 이상의 성장을 멈춘 듯한 모습이다.

한국도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중국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 세계 무대에 내놓을 만한 실력은 못된다. 유일하게 일본만이 전술.기술.조직력에서 뛰어난 실력을 과시하고 있다.

2년 후면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한국과 일본에서 월드컵이 벌어진다. 한.일이 자동 출전하는 바람에 월드컵 본선 진출권도 아시아에 4.5장이 배정됐다.

아시아 국가들은 개최국 2개국을 빼면 2.5장밖에 되지 않는다며 국제축구연맹(FIFA)에 항의했지만 오히려 '그것도 많다' 는 유럽 국가들의 비아냥을 들었다.

아시안컵이 유럽선수권이나 남미선수권처럼 세계의 관심을 끌 때는 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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