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대비 저평가된 종목 노려봐야 ‘헛수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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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이동평균선·주봉·월봉의 주가 변화 등 흐름을 읽어야

일반의 주식 매매 패턴을 보면 주식의 사이클과 반대로 매매를 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격언에 ‘구두방 아저씨가 주식을 사려고 할 때는 주식을 팔 때이며, 주식으로 자살하는 사람이 생기고 모두 주식시장을 떠날 때가 주식을 살 때’라고 말합니다. 사람들은 흔히 주가가 바닥권에 들면 주식을 매도하고 주가가 상투권에 들면 주식을 매수합니다. 이러한 잘못된 주식 매매는 일반의 잘못된 상식과 일반에게 제공되는 정보의 잘못된 체계화에 따른 것입니다.

우리는 상품을 쌀 때 사려고 합니다. 그러나 주식은 쌀 때 사지 않고 비쌀 때 사려고 합니다. 즉 주식이 쌀 때는 주가가 더 하락할 것 같은 생각이 들고, 주식이 높게 오를 때는 주식이 무한정 오를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주가가 내리면 주가가 비싸 보이는 반면 주가가 오르면 주가가 싸 보입니다. 이것은 일반의 내면에 주식의 심리적인 가치가 형성돼 있어 이와 비교되기 때문입니다.

주가가 바닥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수익성과 경제에 대해 가장 비관적인 상황이 됩니다. 경제전문가의 말을 듣거나 각종 방송과 신문에서 보도되는 것들이 모두 비관적인 현실과 미래를 말하게 됩니다. 기업은 곧 도산할 것 같고 경제는 더욱 위축돼 살기 어려워질 것 같은 상황이 됩니다.

일반은 주위에서 얻는 정보를 통하여 자신의 내면적인 심리적 가치를 형성하게 되는데, 주가가 바닥에서는 모든 정보가 비관적이므로 이에 맞추어 내면의 심리적 주가는 거의 제로 수준이 됩니다.

따라서 주가가 몇 백원으로 하락하더라도 심리적 가치에 비하여 매우 고가이며 이 때문에 주식이 비싸게 보입니다. 이렇기 때문에 바닥권에서는 주식을 사지 못하며 오히려 조금만 올라도 매도해 버립니다. 반대로 주가가 정점이 되려면 많은 기업의 실적과 경제의 호전, 주변의 낙관적인 향후 전망 등을 토대로 합니다. 주가가 바닥에서 상승할 때는 이유 없이 상승하지만 충분히 상승한 후에는 상승한 원인이 정보 매체를 통하여 일반에게 전달됩니다.

실제로 기업의 수익이 증가하고 경제가 성장세를 보이는 통계가 누적되고 전문가들의 장밋빛 전망이 늘어납니다. 또 주위에서 주식에 투자해 돈을 번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이렇게 주가가 상당히 상승한 상태에서 뒤늦게 투자자의 비관적인 시각을 바꾸는 정보들이 제공되고 이제서야 투자자는 움츠렸던 마음을 풀고 투자에 나서게 됩니다. 주위에 돈을 번 사람들이 많아지고 투자하는 사람이 충분히 많은 뒤에야 안심하고 투자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하락기에는 비관적인 정보만 쏟아져

이때는 기업의 개선된 실적과 호전되는 경제, 장밋빛으로 그려진 향후 전망 때문에 이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믿게 되며, 이때 일반이 갖는 심리적 주식의 가치는 바닥에서 천정으로 불연속적으로 급등하게 됩니다. 이렇게 심리적인 주가가 상승하고 나면 아무리 높은 가격이라도 갑자기 싸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미 정보를 통해 형성된 내면의 가치는 먼 미래까지 연장되어 현재보다 매우 높은 가격이 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가가 거의 상투에 이르는 데도 일반은 적극적으로 주식을 매수하게 됩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주가의 상투를 전후하여 일반의 매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됩니다. 주변에 주식으로 돈을 번 사람이 많아질수록 안심하고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주가가 정점에 도달한 후 하락할 때는 일반의 매수가 더욱 증가하게 되는데, 이것은 최고가의 몇 배로 형성된 내면의 심리적 가치에 비하여 주가가 점점 싸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정점에서 주가가 하락할 때 일반은 주가가 다시 상승을 시작하여 이전의 높이보다 훨씬 높아지리라는 확신으로 주식을 매수하게 됩니다. 또한 주가가 더욱 하락하면 매수를 더하는 소위 물타기 매수도 이때 많아집니다.

그러나 주가가 상승할 때 이유 없이 상승한 것과 마찬가지로 하락할 때도 이유 없이 하락합니다. 그러나 일반은 ‘실적 대비 저평가’ 이므로 곧 실적에 맞는 주가를 회복한다는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손실을 기꺼이 감수하며 때로는 주식을 더 매수하게 됩니다.

더 하락하면 점차 주가가 하락하는 비관적인 악재들이 나타나게 됩니다. 실적의 축소, 악재의 발생, 주가의 고평가, 경제의 위축, 전문가들의 비관적인 시각 증가가 있게 됩니다. 일반은 비로소 주가가 하락하는 원인에 대한 정보에 접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이미 너무 하락해 버린 후이므로 주식을 선뜻 팔지 못하고 장기간 보유하면 언젠가 상승한다는 신념이 굳어지며, 아직도 내면의 가치는 크게 하락하지 않습니다.

마지막 단계로 하락 말기가 되면 악재와 비관적인 정보들이 더 늘어나게 되며, 결정적으로 위기감이 조성됩니다. 이때 일반의 심리가 동요하며 내면의 가치가 다시 바닥으로 갑작스럽게 떨어집니다. 악재들이 절정에 달할 때 심리적으로 포기 상태가 되며 이때가 되면 자신의 주식이 갑자기 매우 비싸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다시 바닥권이 되면 주가가 매우 비싸 보이고 아무리 싼 주식이라도 선뜻 사지 못할 뿐 아니라 장기 보유하기로 마음먹고 가지고 있던 주식도 선뜻 매도하게 되며 다시 바닥권에서 일반의 매도가 시작됩니다.

주가는 실적을 반영하기 위하여 상승하는 것이 아닙니다. 주가는 미래에 가치가 변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변하게 됩니다. 항상 실적 변화에 앞서 주가가 먼저 반응합니다. 주가와 실적은 늘 같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며, 실적이 좋은 주식이 하락해도 제 가격으로 복원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미 실적이 악화된 때문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주가가 이유 없이 상승할 때는 그 상승하는 원인을, 하락할 때는 하락의 이유를 발견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일반의 잘못된 투자 리듬을 유인하는 정보의 굴레를 벗어날 필요가 있으며, 고가에서도 안심하고 사고 하락할 때 편안하게 손실을 감수하는 ‘실적 대비 저평가’라는 마법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주가는 흐름이 중요하며 그 흐름은 향후 변화될 기업의 모습을 미리 알려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장기 이동평균선이나 주봉, 월봉의 주가 변화를 관찰하여 주식을 매수할 때와 물러날 때를 아는 것이야말로 주식 투자의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김철상 팍스넷 투자전략 분석가/마우스와 키보드로 찾아낸 즐거운 인생 iWeekly 제2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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