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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북한 사설

탈북자 인권보호에 나선 연예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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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탈북자 북송 문제에 대한 논의가 한·중 양국 외교가에선 여전히 교착 상태다. 이에 이 문제로 정치인이 단식농성을 하는가 하면, 인권단체들은 연일 항의시위를 벌인다. 그런 한편 국회에선 여당이 탈북자 문제에 소극적인 야당에 공세를 펴면서 여야 간 정치적 공방이 한창이다.

 이런 가운데 한류 스타 30여 명이 4일 ‘크라이 위드 어스’라는 북송 반대 콘서트를 개최했다. 물론 연예인들의 현실 참여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특히 최근 들어 많은 연예인이 자신의 정치적 노선을 드러내며 저항적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일이 흔해졌다. 하지만 이번 콘서트를 개최한 연예인들의 면면과 행사 내용이 기존의 정치 지향 연예인인 소위 ‘개념 연예인’들과 달라서 눈길을 끈다.

 먼저 이번 콘서트에 참여한 연예인들은 차인표·신애라 부부를 비롯해 윤복희·아이비·박상민·황보·노사연·박미선·송은이 등 정치색이 없는, 그야말로 생업에 충실한 것으로 평가받는 인물들이다. 상당수는 평소에 저개발국 어린이들을 후원하는 컴패션 활동 등 드러내지 않고 꾸준히 인권활동을 해온 이들이기도 하다. 콘서트에서 낭독한 호소문에서도 한·중 양국의 정치에 대한 비난 등은 없다. 연예인들은 자신들이 준비한 무대를 담담하게 선보인 후 탈북자들의 생명을 걱정하고 이들이 강제 북송되지 않도록 힘을 모아 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들은 일회성으로 끝내는 게 아니라 해외에서도 행사를 벌이는 등 꾸준히 활동해 탈북자 인권문제를 널리 알리겠다고 한다.

 인권문제는 단번에 해결할 수도 없고, 오늘 해결했다고 내일 똑같은 인권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 문제다. 정치적 퍼포먼스나 당리당략에 따른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인권문제는 꾸준하게 문제를 자각하고, 공감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뜻을 모으는 범인류적 연대를 통해 조금씩 진전시켜 나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탈북자 문제를 정치문제가 아닌 순수한 인권문제로 접근하면서, 세계인과 문화적 공감대 속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각성케 하는 연예인들의 문제의식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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