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칠 좀 다한 뒤 비판하라

중앙일보

입력

인터넷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문화와 비즈니스, 그리고 삶, 그것은 우리가 그려 나가는 미술작품과 흡사하다. 인터넷은 기업에게는 물론 개인에게도 자신만의 창조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새하얀 화폭을 선사해 주었다.

이제 우리는 지금 저마다 자신의 주관대로 수채화 또는 유화 등 다양한 그림을 그려 나가고 있다. 그려지는 그림은 자신이이 어떻게 화폭을 활용하느냐에 따라 2폭짜리든 10폭짜리든, 아니 그 이상의 그림이 그려지기도 한다.

이와 함께 최근 들어서는 부쩍 다른 사람이 그려놓은 그림을 놓고 이러쿵 저러쿵 촌평을 하고 있다. 이제 밑그림을 그려둔 미술작품을 두고 다양한 비평들이 분분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맞다, 아니 저것이 맞는다는 둥.

하지만, 이제 밑그림을 그린 상태로 색칠도 하지 않은 그림을 놓고 격론을 벌인다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밑그림을 지워가면서 더 큰 작품을 구상하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 기업들이 중심이 돼 창조해 가고 있는 비즈니스는 하나의 커다란 예술작품과 같다. 많은 사람들이 이 거대한 역작을 남기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인터넷이 만들어 가는 비즈니스는 하나의 미술작품과 같다. 그런 만큼 인터넷이란 공간 속에서 사람들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창조적인 작업의 연속 과정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여기에 대한 비평과 감상도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미술작품을 감상할 때 우리는 화폭에 담긴 사물이 원래의 사물과 얼마만큼 유사하게 그려졌는가를 먼저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이는 미술작품 감상에 있어 하나의 고정관념에 불과하다. 따라서 플라톤이 ‘예술은 모방이다’라고 규정한 것처럼 얼마나 비슷하게 그렸느냐는 논제보다 어떤 차원의 상징을 가능케 하느냐는 입장에서 보아야 한다.

이는 기존 오프라인의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온라인에서는 직접 실천하는 자세가 요구된다는 의미이다. 무조건 오프라인에서의 기준을 온라인에 접목시키기보다는 상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향에서 접근하고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넷이라는 화폭에서는 단순히 하나의 사물이라는 추상적 개념이 아닌 어떤 사물을 어떻게 그리느냐에 따라 밑그림이 달라진다.

실제적인 사물인 과일, 건물, 인물의 표정 등 기본적인 형체가 결정된 다음 그 위에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이제 이 형체를 강화하고 뚜렷하게 하는 행위가 남았다. 그것은 그려진 밑그림 위에 색을 입혀 형체를 나타내는 것이다.

붉은색과 초록색, 노란색과 검은색 등 이러한 색채는 형체를 앞지르는 강한 상징을 유발한다. 예를 들어 초록은 생명력, 흰색은 순결과 신비, 연두는 꿈과 평화, 보라는 우아와 고독 등을 연상시킨다.

형태와 색채를 통해 유발된 상징은 다시 그 형태의 배치에 의한 구도, 묘사된 상태 등에 의해 변형되고 색채의 농담, 혼합, 기법 등에 의해 완전히 다른 차원의 상징으로 분리되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인터넷에 나름대로나마 기본적인 형체를 그려놓았다. 이 형체만 보고 예술적 가치가 ‘있다, 없다’를 논하기는 아직 이르다. 또 이 그림이 정서적으로 좋은 그림인지, 나쁜 그림인지도 감히 비평할 입장이 아니다.

그림을 그리는 자신들도 자신의 그림이 예술성이 뛰어난 작품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단지 지금은 자신의 예술작품에 최선을 다하고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서로의 작품을 감상하는 자세가 필요한 때다. 무엇보다 지금 우리가 실천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이제까지 그려온 밑그림에 무엇을 어떻게 색칠해 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이 그림이 던지는 상징을 받아들이기 위해 얼마나 올바르게 감상할 것인가에 달렸다. 자신이 나타내려고 했던 바로 그 상징을 위해 즉, 인터넷에서 펼치고자 했던 문화 또는 비즈니스를 구체화 시켜야 하는 것이다.

바로 그 상징에 알맞은 색을 칠해 나갈 때다. 그런 다음 올바른 감상법으로 작품을 감상하고 발전적인 비판을 하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