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한 우물 판 애경그룹 간판 스타

중앙일보

입력

“IMF사태를 맞아 오히려 회사가 경쟁력을 갖게 되고 노사협력의 계기를 만들 수 있었지요.”
최근 환경분야 ‘ISO 14001’인증을 받은 애경화학 임성주 사장(56)은 회사경영에 도움을 주기위해 IMF가 터지자 노조를 자진 해산했던 노조원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애경화학은 불포화 폴리에스테르수지인 폴리코트(Polycoat)의 국내 1위 생산회사다. 폴리코트는 각종 단추 소재에서부터 자동차, 선박, 피아노, 욕조, 낚싯대, 건축자재 등에 이르기까지 우리 생활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각종 제품에 사용되는 강화플라스틱(FRP)소재라고 생각하면 된다.
애경화학은 올해 1천억원 정도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8월에는 일본 도쿄에 사무소를 설치했고 중국 칭다오(靑島)와 선양(瀋陽)에 건설중인 현지공장도 내년 상반기중 가동할 예정이다.
임사장은 말 그대로 한 우물만 판 전형적인 외곬 전문경영인이다. 목포고와 전남대 화학과를 졸업한 임사장은 군복무(ROTC 4기)를 마친 후 68년 애경유지에 입사하면서 애경그룹과 인연을 맺었다. 애경그룹은 첫 직장이자 지금까지 32년을 근무해 온 마지막(?) 직장이기도 하다.
당시 비누·세제를 만들던 애경유지에 입사한 임사장은 유지(油脂) 영업부장을 맡아 삼성·LG 등 대기업과의 치열한 세제전쟁을 치르면서 영업력을 인정받았다.
80년 애경화학으로 옮긴 임사장은 그곳에서도 초기 영업부장을 맡아 마케팅조직을 안정화시키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하게 된다. 이후 애경화학에서 이사, 전무 등을 거쳐 96년 이 회사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했다.
장영신 애경그룹회장(민주당의원·구로을)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전문경영인으로 요즘은 회사일 외에 정치일까지 겹쳐 몸이 열개라도 부족할 정도로 바쁘다.
현정부 실세그룹인 MK(목포·광주)출신 정치권 인사들과의 만남도 만남이지만 장영신 회장의 지역구일까지 틈틈이 챙기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임사장의 설명.
장회장이 평소 강조하는 ‘믿음, 신뢰의 경영’을 가장 좋아한다는 임사장은 애경그룹 13개 계열사 중 백화점을 제외한 12개 계열사 사장이 거의 모두 공채출신 전문경영인이라고 강조한다.
그만큼 평소 장회장이 전문경영인에게 전권을 위임하고 소신껏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해 준다고 강조한다. 때문에 애경그룹은 계열사 사장의 평균 재임기간이 7∼8년에 달할 정도로 경영이 안정돼 있다. 임사장은 그러나 그만큼 전문경영인으로서 부담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임사장은 “차라리 내 회사라면 가끔 쉬면서 일할 수도 있겠지만 나를 믿고 회사를 맡겨준 그룹총수의 뜻을 감안할 때 마음놓고 쉴 수도 없다”고 말한다. 임사장은 지난 32년간 공식휴가를 거의 간적이 없을 정도로 일에 미쳐 살아 왔다고 회고한다. 정치를 해 볼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임사장은 고개를 흔든다.
그룹회장인 장회장이 구로을에 출마했을 때 정치판을 들여다볼 기회가 있었는데 한 마디로 정치는 제정신으로는 할 수 없는, 그야말로 난장판 그 자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판은 음모, 모략, 권모술수 등이 난무하며 정신이 제대로 박힌 사람은 할 수 없다”고 결론내린다. 때문에 목포고 출신 한화갑 최고위원 등 정치권 친구·선배들이 정치참여 얘기를 가끔 하지만 단호하게 거부했다고 한다. 대신 기업일에 매진하는 게 국가와 민족을 위해 보람있는 기여라고 임사장은 생각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