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프로야구 결산 ③올 시즌이 남긴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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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프로야구는 IMF 한파를 맞았던 2년전보다도 입장객 수가 줄어드는 참담한 흥행 성적을 남겼다.

올 시즌 프로야구를 관전한 유료관중은 11일 현재 249만6천577명으로 사상 최악의 흥행난을 겪었던 98년의 263만9천119명보다도 떨어졌고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는 무려 22%나 감소했다.

프로야구 관중은 지난 95년 5백40만명으로 최고조를 보인 이래 96년 4백50만명, 97년 3백90만명으로 해마다 줄었으나 올해처럼 큰 폭의 하향세를 보인 것은 IMF사태를 맞았던 98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 시즌 프로야구는 아시아 홈런 기록에 도전하던 이승엽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322만624명의 관중을 동원, 인기 회복의 발판을 마련했었다.

팀별 관중동원상황을 살펴보면 신생팀 SK와 두산만이 소폭의 증가세를 경험했을뿐 올 시즌 최고승률팀 현대가 지난해보다 47% 감소라는 처참한 기록을 남겼고 야구도시 부산을 본거지로 삼고 있는 롯데도 38%의 감소율을 보였다.

올 시즌 일부 구단이 야구장에 편의시설을 설치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실패한 것은 `재미없는 프로야구'에 야구팬들이 등을 돌렸기 때문.

경기의 재미를 감소시킨 가장 큰 요인은 리그와 구단의 전력불균형이다.

드림리그 4위팀인 해태가 한때 매직리그 1위팀인 LG의 승률을 앞서 야구팬들 사이에서 `드림리그 = 1부리그, 매직리그 = 2부리그'라는 우스개 소리까지 나올 정도로 양리그간의 전력불균형 현상은 심각했다.

또한 신생팀 SK와 해태는 시즌 내내 무기력한 모습으로 일관,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각팀이 치열한 접전을 벌여야할 페넌트레이스의 긴장감을 찾아볼 수 없었다.

전력불균형 현상이외에 선수협의회와 구단간의 신경전도 올 시즌 프로야구를 멍들게 했다.

시민단체 등의 지원을 업고 사회적 이슈로까지 부상됐던 선수협의회는 정부의 중재로 48일만에 구단과 화해했지만 선수협과 구단의 신경전은 시즌까지 이어졌다.

선수협 결성을 주도했던 양준혁은 해태에서 LG로 트레이드 됐고 선수협의 대변인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강병규는 두산에서 신생팀 SK로 보금자리를 옮겨야했다.

선수협도 시즌 도중 구단측과 합의한 프로야구제도개선위원회의 구성이 지연되자 한국야구위원회(KBO)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는 등 올 시즌은 초반부터 `경기외적인 요소'가 경기 자체의 흥미를 반감시켰다.

지난 겨울 처음 시행됐던 자유계약선수(FA) 제도도 많은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자유계약선수 제도는 프로야구 선수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구단 사장들의 거듭된 개악속에 제정 당시 취지가 완전히 퇴색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이 제도로 팀을 옮긴 대표적인 선수인 김동수와 이강철(이상 삼성)도 새로운 팀에서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해 야구 팬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한편 올 시즌 KBO는 프로야구 출범이후 처음으로 올림픽 출전을 위해 정규시즌을 중단시켰다. 프로 선수들로 구성된 대표팀은 사상 첫 메달이라는 좋은 성적을 거둬 KBO의 시도는 일단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대표팀의 일부 코칭스태프가 지적한 것처럼 다음 올림픽에도 또다시 정규시즌을 중단할 것인지의 여부는 KBO가 고민해야할 몫으로 남았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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