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꿈이 자라는 공간으로, 폐교의 부활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59호 12면

비전센터 건립(경기도 양평군 양동면) 기공식이 끝난 뒤 어린이들이 장래 희망을 담은 풍선을 날리고 있다. 비전센터는 저소득층 어린이들을 위한 체험학습장으로, KT 등 14개 기업이 후원한다. [드림 투게더 제공]

“요리사, 캐셔(계산대 종업원), 경비원, 사육사, 승무원….”
일부 저소득층 어린이들이 적어낸 장래 희망이다.

저소득층 아동 위한 ‘비전센터’ 양평에 첫삽

KT 봉사단체인 ‘사랑의 봉사단’이 지난해 초 자매결연을 하고 있는 700여 지역 아동센터 어린이들에게 설문조사해 얻어낸 답변이다. “희망직업이 없다”고 응답한 어린이도 꽤 많았다고 한다.

지역아동센터는 저소득층 어린이들의 ‘방과후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사회복지시설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현재 전국적으로 3800여 개가 운영되고 있으며, 이곳에서 방과후 돌봄을 받는 어린이가 10만 명에 달한다.

22일 경기도 양평군 양동면 금왕리의 한 폐교에서는 지역아동센터 어린이들을 위한 의미있는 행사가 열렸다. 저소득 초등학생들에게 희망과 꿈을 심어줄 ‘비전센터’(가칭) 건립 공사의 첫 삽을 뜬 것이다. 폐교를 리모델링해 서울과 수도권의 1000여 개 지역아동센터에서 방과후 수업을 받는 3만여 명의 저소득층 어린이들이 이용하게 하려는 것이다. 5월 문을 여는 비전센터에는 교실과 강당 외에 텃밭, 공방, 캠핑장, 조형물 등이 조성되며 학교나 지역아동센터에서 가르치기 힘든 각종 놀이와 체험학습 등 다채로운 교육을 하게 된다. 소외 아동들에게 꿈과 용기, 시민의식 등을 심어준다는 청사진이다. 한 번에 50명씩, 2박3일 일정이며 1년 내내 연중 무휴로 운영된다.

폐교를 리모델링해서 지을 비전센터 조감도.

기공식에서 만난 최재근 KT 전무는 “저소득층 어린이들의 꿈이 작고 단조로워서 안타까웠다. 이들이 경험한 풀(pool)이 적어서 그런 것 같다”며 “이들을 초청해 기업체 탐방만 시켜줘도 꿈이 커질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 아동과 대화를 나눠보니 꿈이 있어도 자신감이 없거나, 이루려는 의지가 부족해 보였다. 뜻을 같이하는 기업이나 기관이 힘을 합쳐 체계적으로 저소득층 아동들의 꿈을 키워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착공 배경을 설명했다.

양천초등학교 6학년 유은지양은 “비전센터가 우리들의 꿈을 이룰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 이곳을 거쳐간 친구들이 음악가, 요리사, 운동선수 등 다양한 꿈을 이곳에서 꾸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착공식에는 보건복지부 관계자,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김주현 사무총장과 참여기업을 비롯한 지역아동센터 교사 및 관계자, 대학생 자원봉사자, 지역주민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특히 소외 아동 40여 명이 참석해, 소망하는 비전센터 모습을 그림으로 그리고 이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주최 측은 이들 아동과 교사들의 희망·요구사항을 센터 건립에 최대한 반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한 아동들의 꿈의 실현을 기원하며 ‘소원 풍선 날리기’ 퍼포먼스도 펼쳐졌다.

비전센터 건립과 운영에는 KT, 대명그룹, 매일유업, KBS, 하나투어, 어린이도서 출판전문 비룡소, 한국건강관리협회, 정철영어TV, 코리아보드게임즈 등 14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아동에 대한 사회공헌활동에 관심이 높은 기업들이다. 이들 14개 업체는 지난해 3월 ‘아동사랑 네트워크’(일명 드림 투게더, Dream Together)’를 결성해 기업별 특성을 살려 어린이들을 지원하기로 했다.

14개 기업의 간사 격인 KT 홍보실의 이종일 과장은 “체계적 지원을 위해서 기업 한 곳이 하기에는 한계가 많았다”며 “10만 명의 저소득층 어린이들에게 좀 더 혜택을 주기 위해 기업들이 뭉친 거라고 보면 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드림 투게더는 기업의 사회공헌에서 새로운 모델이 되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분야에서 사회복지단체나 언론사 등과 연계한 경우는 자주 있었지만, 순수하게 기업들이 네트워크를 구성해 사회공헌활동에 나선 것은 국내에서 첫 사례로 평가된다. 예전에는 기업별로 특정 대상을 정해 지원하다 보니 대상이 중복되거나 아예 누락되는 사례가 빈발해 효율성이 떨어지고 자원이 낭비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비전캠프’ 프로그램은 각 기업의 특성에 맞는 기업의 재능기부를 통해 아이들에게 배움의 즐거움과 학습효과를 증대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캠프 참여 아동들은 KBS 스튜디오를 방문해 아나운서나 연기자 체험을 하고, 매일유업 공장에서 우유 만드는 체험을 하게 된다. 대명 비발디파크에서는 물놀이와 스키를 즐기고 콘도생활을 통해 단체활동의 질서를 배운다. 하나투어 직원들을 통해 세계 여러 나라의 문화를 익히고, KT는 올레스퀘어 방문 IT체험 등을 통해 아동들의 정보격차를 해소시키는 한편, 인터넷·게임 중독에 대해 예방교육도 하게 된다.

정철영어TV의 콘텐트는 아동들의 영어교재로 활용되고, 코리아보드게임즈의 다양한 보드게임 체험을 통해 사고력과 사회성을 키우게 된다. 어린이책을 출간해 온 비룡소에서는 비전센터 내 아동들의 사고력과 창의력 증진을 위해 다양한 도서를 배치할 계획이다. 한국건강관리협회에서는 소외 아동들에게 건강검진과의사간호사 등 의료 계층의 직능별 현장체험 제공을 통해 아동들이 의료인의 꿈을 꿀 수 있도록 지원하게 된다.

드림 투게더는 후원기업과 후원자, 자원봉사자 등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페이스북도 22일 오픈했다. 후원, 재능기부를 희망하는 개인이나 기업은 ‘드림 투게더 페이스북’에 접속해 안내에 따라 신청이나 기부를 할 수 있으며 기부금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모금된다. 기부금 처리도 가능하다.

공동모금회 김주현 사무총장은 “아동들을 위한 교육문화 공간인 비전센터 건립에 함께한 드림 투게더에 감사한다. 앞으로도 저소득 가정의 아동들이 꿈과 희망을 키울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참여기업 CEO이자 1호 자원봉사자로 등록한 이석채 KT 회장은 “드림 투게더를 처음 접하고 ‘한 사람의 꿈은 꿈에 불과하지만, 만인의 꿈은 현실이 된다’는 칭기즈칸의 말이 떠올랐다”며 “드림 투게더도 ‘10만 명의 소외 아동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겠다’는 확고한 비전을 가진 의미 있는 협력 프로젝트”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자주 참여하기는 어렵더라도, 본인이 가져왔던 꿈을 아동들에게 전하고 아동들의 꿈을 함께 나누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 회장의 뒤를 이어, 대학생 등 개인과 참여기업 인사들이 계속적으로 자원봉사자로 등록하고 있다. 2호 자원봉사자로 등록하고 비전센터 착공식에도 참가한 대학생 정수용(26·경기도 부천시)씨는 “착공식에 참여한 어린이들이 아나운서나 요리사, 스포츠선수, 음악가 등 자신의 꿈을 당당하게 발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아이들이 비전센터에서 마음껏 체험하고 배우고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 꿈을 이뤄가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드림 투게더는 페이스북을 통해 ‘후원천사’를 상징하는 1004명의 자원봉사자를 모으고, 궁극적으로 1만 명의 자원봉사자를 참여시키겠다는 청사진을 가지고 있다. 비전센터가 성공적으로 건립되고 프로그램이 정착되면 영남과 호남에도 제2, 제3의 비전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후원기업과 자원봉사자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