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또 하나의 연습생 신화 박경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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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대장' 박경완(28.현대)이 15년만에 프로야구 포수 홈런왕에 오르며 연습생 신화를 재현했다.

올 시즌 박경완의 홈런왕 등극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이변. 91년 전주고를 졸업한 박경완은 연고구단 쌍방울에 계약금도 없는 연습생 신분으로 입단한 '그저그런' 선수에 불과했다.

입단 첫해인 '91시즌 6타수 무안타라는 처참한 성적을 남긴 박경완은 '92시즌과'93시즌에도 1군에서 보낸 시간보다 2군에서 보낸 시간이 더 길었다.

데뷔 이후 3년 동안 2군에서만 맴돌았던 박경완은 93년 조범현 배터리코치를 만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당시 박경완에게 '흙속의 진주'라는 평가를 내린 조 코치와 함께 코피까지 쏟으며 뼈를 깎는 노력을 한 박경완은 서서히 진가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박경완은 조 코치를 만난 지 1년만인 '94시즌부터 뛰어난 투수리드와 도루저지능력을 선보이며 선배 김호근과 전종화를 제치고 주전 마스크를 쓰기 시작했다.

'96시즌 전경기인 126경기에 출장하며 골든글로브까지 수상, 명실상부한 프로야구 최고 포수로 발돋움한 박경완은 주전 자리를 꿰찬 '94시즌부터 매년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하며 공격에서도 기량이 일취월장했다.

97년 소속 팀 쌍방울의 부도속에 9억원이라는 거액에 현대로 이적한 박경완은 현대 유니폼을 입은 첫해인 98년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두번째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는 경사를 맞았다.

그러나 박경완이 프로야구의 진정한 스타로 자리잡게 된 것은 올시즌의 활약 덕분이다.

박경완은 5월19일 대전 한화전에서 한국 프로야구 19년사에 전인미답의 고지로 남아있던 4연타석 홈런을 뿜어내며 야구 팬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게 된다.

이후 박경완은 가끔 '한방'을 쏘아올리는 평범한 타자가 아닌 프로야구 최고의 '홈런 제조기'로 변신했다.

박경완은 입버릇처럼 "홈런 타이틀에는 관심이 없다"는 말을 되풀이했지만 결국 국내 최고의 홈런타자 이승엽(삼성)과 우즈(두산)를 제치고 시즌 40호 홈런으로 홈런왕에 등극했다.

이로써 박경완은 83년 이만수(현 시카고 화이트삭스 코치)에 이어 17년만의 포수 출신 최우수선수상(MVP) 후보로 떠올랐다.

끊임없는 노력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른 박경완이 앞으로도 '연습생 신화'를 이어나갈 수 있을지 야구팬들의 이목이 쏠려있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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