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삼보 '사랑의 드리블'

중앙일보

입력

프로농구 삼보구단(대표 이홍선)은 오는 11월 4일 개막하는 2000~2001시즌 정규 리그의 테마를 '사랑의 겨울' 로 정했다.

스무살 꽃다운 나이에 백혈병으로 사경을 헤매고 있는 상지영서대 1학년 오지해양을 위해 한 시즌을 바치기로 한 것이다.

삼보의 연고지 원주에서 식당일을 하는 홀어머니 김연심(48)씨의 두 딸 중 막내인 오양은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당장 필요한 수술비 5천만원을 마련하지 못해 치료를 포기, 죽음을 기다리는 처지다.

2개월 전 갑자기 목 주위가 부으면서 고열에 시달리다 못해 찾아간 병원에서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은 림프구 세포 내에 암세포가 증식, 정상 혈구수가 감소하면서 장기로 전이돼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수주 내지 수개월 안에 사망하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오양은 이미 백혈병과 싸울 의지마저 잃고 있다.

"엄마, 이게 내 운명인 것 같아" 라며 수술비 마련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어머니를 만류하고 조용히 삶을 정리하고 있다. 얼굴은 퉁퉁 부었고 머리카락이 모두 빠져 복스런 모습은 자취도 없다.

가장 먼저 오양 돕기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사람은 삼보구단 최형길(40)사무국장. 우연히 사정을 전해들은 최국장은 구단 고위층.선수들과 의견을 모아 올시즌을 오양 구명운동에 바치기로 했다.

최국장은 "금전적인 지원도 중요하지만 오지해양이 살겠다는 의지를 갖는 일이 중요하다" 며 지속적으로 원주와 전국 농구팬들의 관심을 고취하기 위해 한 시즌을 오양에게 선사하는 참뜻을 설명했다.

'사랑의 겨울' 을 향한 첫 걸음은 12일 시작됐다.

삼보 구단은 이날 대학 선발팀과의 친선 경기를 치러 얻은 수익금 전액을 오양에게 전달했다.

선수들도 성금을 보탰고, 오픈경기로 치러진 구단 사무국-연예인농구단 팀베니카(대표 손지창)의 참가자들도 성금을 내놓았다.

삼보구단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시즌 내내 관중 수익의 20%를 적립해 오양에게 전달하는 한편 지속적으로 성금을 모아 오양이 완치될 때까지 지원할 예정이다. 일반팬들의 정성도 접수한다.

문의는 삼보 원주 사무국 033-764-3015.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