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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 위기 그리스 한국증시에 SOS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9면

다급한 그리스가 한국 주식시장에도 손을 내밀었다. 그리스 기업을 한국 거래소에 상장시켜 ‘코리안 머니’를 끌어오겠다는 것이다.

 23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최근 그리스 아테네 거래소의 소크라테스 라자리디스 이사장 측이 한국 거래소 김봉수 이사장에게 만나자는 요청을 해왔다. 김 이사장이 터키를 방문했을 때다. 김 이사장은 13일 터키 증권업협회와 양국 간 상장 유치에 협력하는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기 위해 이스탄불을 방문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라자리디스 이사장이 그리스 비상장 선박회사 몇 곳을 한국 거래소에 상장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싶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사정이 급한 그리스가 우량 선박회사 지분 일부를 해외 주식시장에 공개하고, 돈을 당겨 오려 한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만남은 성사되지는 못했다.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단의 일원이었던 라자리디스 이사장이 당시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약속을 급히 취소했기 때문이다.

 영국의 해운·조선 전문조사기관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그리스는 세계 최대 선박 보유국이자 2위의 선박 발주국이다. 하이투자증권 허성덕 연구원은 “그리스 선사가 국내 증시에 상장을 추진한다면 이는 삼성중공업·현대중공·대우조선해양 같은 주요 조선사들이 지분 투자 좀 해 달라는 요청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조선 해운 업황이 바닥을 벗어나는 중이어서 상장한다면 장기 투자 대상으로도 나쁘지 않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한국거래소 측은 그리스의 요청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거래소는 그리스는 물론이고 세계 각국 기업의 상장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다만 거래소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논의가 이뤄지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리스는 한국 기업에도 손을 내밀고 있다. 인수합병(M&A) 업계에 따르면 최근 외국계 투자은행(IB) 서울사무소에서는 매물 그리스 기업 명단을 들고 국내 대기업을 돌며 매수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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