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화된 기업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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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동감 넘치는 3D 화면으로 바다낚시를 즐길 수 있는 ‘대물’ 게임으로 유명한 (주)타프시스템의 실리콘밸리 현지법인인 심웍스는 지난해 7월 설립됐다. 사령탑은 올해 31세인 한재광 대표. 노랗게 물들인 머리에 반바지 차림으로 휴일에도 기술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그를 사무실에서 만났다.

― 주요 업무는 무엇인가.
“미국에서 시장기반을 확보하고 미국화된 기업화를 이뤄 상장을 준비하는 것이 당면 과제다.”

― 심웍스의 사업분야는?
“잘 알다시피 한국 본사인 타프시스템은 3D게임에서는 누구나 실력을 인정하는 회사다. 실리콘밸리에 진출하면서 우리는 그동안 축적해온 3차원 영상처리기술을 핵심으로 컴퓨터게임, 군사시뮬레이션, 지리정보시뮬레이션 등에 주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리정보 시뮬레이션은 지형 판독이나 GIS, 항공촬영 등 여러 분야에서 발전 가능성이 높은 분야다. 지금은 직원 4명에 불과하지만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기술과 광대한 미래시장을 토대로 계속 발전해 나갈 것이다.”

― 실리콘밸리에서 사업을 해나가는 데 어려움은 없나?
“어떻게 비즈니스를 하느냐 하는 가장 기본적인 문제다. 미국화된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주류에 편입되기 위한 채널을 가져야 한다. 벤처캐피털과 어떻게 접촉하고 어떻게 우리 사업을 설명하느냐 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이런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해 왔는데 KSI가 이런 역할을 맡아 줘 다행으로 생각한다.
또 현지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는 CEO를 스카우트하는 것도 회사의 존폐를 가름하는 중요한 임무 중 하나다. 시장의 트렌드를 예측할 수 있는 경험이 있고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CEO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코리언 컴퍼니의 최대 약점은 바로 신뢰도가 높지 않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타프시스템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심웍스(Simworks)라는 회사이름부터 현지화했다.”

― 현지의 보고나 판단이 본사의 정책결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나.
“우리가 이곳에서 보고 듣고 경험하는 많은 사실들이 본사에 보고된다. 현지의 정보 및 마케팅 전략이 서울 본사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히 크다. 대부분 그대로 반영된다고 보면 된다. 중요한 것은 이곳에서 ‘시장’을 보는 관점이 서울에서 판단하는 것과 많은 차이가 난다는 사실이다.”

― 실리콘밸리에 진출하려는 후배 벤처기업인에게 해주고 싶은 충고는?
“먼저 현지 진출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지 목표가 명확해야 한다. 투자유치인지 마케팅인지, 아니면 제품 디스트리뷰터를 원하는지 명확하게 하고 접근해야 한다. 물론 이곳의 벤처캐피털이 도움을 줄 수 있지만 현지 책임자는 자신이 어느 단계에서 어떤 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한국의 벤처열풍과 미국 현지의 그것은 상당히 다르다. 미국에서는 결정은 느리지만 한번 결정을 내리고 나면 일을 진행하는 속도가 대단히 빠르다. 따라서 한국에서 준비작업을 충분히 하고 나서 현지에 진출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현지에 부임하는 주재원이나 현지법인 CEO는 무조건 본사에서 전권을 위임받아 오라고 충고하고 싶다. 사업에 관한 협상은 이곳에서 벌어진다. 일일이 본사에 보고하고 지침을 받는 식으로는 아무 일도 못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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