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IMT-2000표준 개입 천명으로 사업자들 전전긍긍

중앙일보

입력

IMT-2000사업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한국통신, SK텔레콤, LG 등 3사는 지금까지 고수해온 입장대로 모두 비동기식으로 허가신청을 할 경우 `1사 탈락''이라는 새로운 위험변수가 등장함에 따라 치열한 눈치작전을 벌이고 있다.

이들 3사는 그러나 사업권 탈락을 감수하면서도 그동안 선호해온 `비동기식''채택 입장을 거듭 강조하면서 사업권 획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3사는 일단 겉으로는 기존의 비동기식 고수입장을 밝히며 기세를 올리면서도 정부가 `보이지 않는 손''을 통해 사전조율에 나설 것을 예상, 극도의 경계심을 나타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정부(정통부)가 3사가 모두 비동기식으로 사업허가를 신청할 경우 1개사를 탈락시킨다는 방침을 확정한 뒤 3개 사업자들을 개별적으로 접촉, 1개사를 동기식으로 유도하기 위한 사전조율에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각 사업자들은 정부의 압력이 어느쪽으로 집중될 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통신의 고위관계자는 "정부가 동기식을 채택할 경우 인센티브를 준다고 하지만 그동한 검토한 결과 동기식으로 입장을 바꿀만한 효과적인 인센티브가 없는 것으로 판단됐다"면서 비동기식으로 신청, 경쟁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재 3사가 비동기식을 선택할 경우 모두 3분의 1씩 탈락의 위험을 안게 되지만 주주구성을 보면 어떤 업체가 경쟁력이 있는 지 알수 있을 것"이라며 유.무선서비스를 함께 보유하고 있는 강점을 앞세워 비동기식 쪽으로 경쟁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LG측도 "어느 업체보다도 일관되게 비동기식으로 IMT-2000준비를 해온 만큼 비동기식에서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사업권 획득에는 이상이 없을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LG의 관계자는 2세대 이동전화 시장에서 열세를 의식한 듯 "IMT-2000은 기존 2세대 이동전화와는 별개인 만큼 현재의 시장점유율 구도가 IMT-2000사업자 선정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시장 지배력이 강한 사업자가 동기식을 채택하고 후발사업자 2개사는 비동기식을 채택해야 시장균형이 이뤄질 것"이라며 SK텔레콤에 동기식을 떠넘기려는 의도를 내비쳤다.

SK텔레콤측은 "정부의 이번 정책변경이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불만을 표명하면서 정부의 1사 동기식 유도전략과 타 사업자들의 공세가 자신들로 집중될 것에 대비, 치밀한 대응논리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우리나라가 CDMA의 종주국인 만큼 후발사업자가 동기식을 맡아도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게 되지만 비동기식은 선두 지배적 사업자가 뛰어들어야 세계 유수의 업체들과 경쟁할 수 있다"며 자사의 비동기식 채택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SK텔레콤 역시 비동기식으로 사업권 신청을 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들 3개 예비사업자들은 이처럼 `비동기식''고수방침을 분명히 밝히면서 `1사탈락''에 자사가 포함될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유리한 여론를 조성하는 등 기세싸움을 벌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들 3사는 또 비동기식 사업권 신청의 경우 경쟁상황이 된 만큼 사업자 심사기준이 탈락을 좌우할 중대요소로 새롭게 부상함에 따라 사업자 심사기준에 따른 자사의 유.불리를 점치며 사업계획서 작성에도 신중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계량 및 비계량으로 구분된 심사기준중 계량평가보다는 비계량 평가가 당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대책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비계량 평가에서는 투자계획의 우수성, 국내외 장비제조업체들과의 협력계획, 이용자 보호계획, 주주구성의 안정성, 주식보유의 분산정도, 기존 유.무선 정보통신 인프라의 재활용 등이 심사된다.

통신업계는 이외에도 3사가 모두 비동기식으로 신청했다가 탈락한 1사의 경우 남겨진 동기식 사업자 1사를 내년 3월께 선정할 경우 또다른 경쟁업체의 출현 가능성이 있는 만큼 그때가서는 동기식 사업권마저 불투명해지는 상황에 대해서도 우려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3사가 모두 비동기식에 집착하다가는 연말에 탈락하는 1개사는 자칫 IMT-2000 열차에 탑승하지 못할수도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해 3 사업자는 "가능성은 있지만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자신하면서도 정통부의 정책변경에 따른 새로운 전략짜기에 전전긍긍하는 모습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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