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패션 올림픽’서 벌써 금메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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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는 코르셋처럼 뼈대(bone)를 만들고 여기 신축성 있는 저지·라이크라 소재를 썼다. 이 컬렉션은 팝스타 레이디 가가·자멜리아 등이 입어 화제가 됐다. [주영한국문화원]
하재민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하씨는 자본주의에서 살아가는 한 사람의 탄생·적응·중독·죽음·환생·희생을 상징하는 의상을 만들었다. 둥근 실루엣이 조각품 같다. [사진작가 루이스박]

독창적 패션 센스로도 이름난 팝 가수 레이디 가가에게 입혔던 ‘화이트메어(Whitemare)’ 컬렉션(조아라 작), 옷은 곧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한 인간의 인생 단계를 상징한다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시리즈(하재민 작)-.

 한국의 젊은 패션 디자이너 8명이 런던에서 연 패션 전시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조아라·하재민·고율희·구원정·김예신·한주희· 김민주·계한희 여덟 명이 ‘몸과 공간(A new space around the body)’을 주제로 연 전시가 19일(현지시간) 런던 서머셋 하우스에서 열린 ‘인터내셔널 패션 쇼케이스(IFS)’ 시상식에서 최우수상인 ‘이머징 탤런트 상 2012’를 수상했다.

 IFS는 영국문화원과 영국패션협회가 오는 7월 열리는 런던 올림픽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한 자리다. ‘런던 패션 위크’를 맞아 미국·중국·일본·이탈리아 등 19개국 유망 디자이너 80여명의 작품을 런던 주재 각국 대사관이나 문화원에 전시했다. 일종의 런던 패션 올림픽이다.

 김민주는 ‘연애의 기술’‘남자에게 사랑받는 스타일링’ 등 한국의 인터넷에 넘쳐나는 사랑받고 싶어하는 여자아이들의 깜찍하고도 엽기적인 모습을 담은 가면을 활용했다. 순정만화 주인공처럼 과장된 눈망울이 특징이다.

 계한희는 남자들의 로망인 ‘식스팩 복근’을 옷에 누벼 넣은 유머러스한 남성복으로 인기를 끌었다. 20~30대 디자이너들의 통통 튀는 디자인만큼이나 돋보였던 것은 전시장의 디스플레이와 도록이다. 전통 한옥의 문과 창호를 닮은 사각의 나무 구조물, 디자이너 8명의 공간을 구획한 동시에 행운의 마스코트 역할을 한 장승, 작품을 도드라지게 한 흰 천과 한지 등이 그것이다. 한국 전시를 주관한 주영한국문화원 홍지혜 큐레이터는 “현대의 디자인도 문화적 전통과 단절될 수는 없다. 도록 사이사이에 민화·풍속화를 넣어 시각적 즐거움을 주는 동시에 의상의 흐르는 듯한 선과 조화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심사위원은 패션 저널리스트 사라 무어, 영국 왕립예술학교 웬디 다그워시 패션학과장 등 11명으로 구성됐다. “신체와 공간을 새롭게 해석하려는 시도가 패션을 예술로 끌어올렸다”(영국패션협회 안나 오르시니 이사), “한국 유망 디자이너들의 작품이 관객들과 문화적으로 소통하며 영감을 불어넣었다. 한국 문화원의 전시가 IFS 개회 무대의 위상을 높였다”(영국문화원의 앨리슨 몰로니) 등의 호평이 이어졌다.

◆인터내셔널 패션 쇼케이스(IFS)= 영국문화원과 영국패션협회가 런던올림픽을 맞아 첫 주관한 패션전. 미국은 세계 3대 패션스쿨 중 하나인 파슨스 디자인 스쿨 졸업생 10명의 작품을, 이태리 문화원은 ‘보그 이태리’가 선정한 8명의 신진 디자이너들의 의상과 액세서리를 선보이는 등 경쟁이 치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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