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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순·‘도가니’사건 … 성폭행 피해자의 ‘수호천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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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조두순 사건, 영화 ‘도가니’의 소재가 된 광주 인화학교 사건, 대구 학생 자살 사건….

 최근 이슈가 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와 학교폭력 사건마다 등장하는 이름이 있다. 법무법인 ‘나우리’의 이명숙(49·사진) 대표변호사다. 이 변호사는 1990년 변호사 개업 이래 20여 년 간 많은 여성·아동·청소년 관련 사건들에서 무료 상담과 소송 지원을 맡았다. 그는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2일 여성가족부가 개최하는 ‘제6회 아동 성폭력 추방의 날’ 기념행사에서 장관 표창을 받는다.

 2008년 12월 여자아이(당시 8세)를 강제로 끌고가 성폭행한 ‘조두순 사건’은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의 심각성을 사회적으로 환기시켰다. 이 변호사는 이 때 피해 아동을 상담한 신의진(48) 연세대 의대 소아정신과 교수와 함께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승소 판결을 이끌어냈다. 이 소송은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검찰의 수사 관행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이 변호사는 지난해 11월 신 교수와 다시 한 번 손을 잡았다. 영화 ‘도가니’로 주목받은 광주 인화학교에서 발생한 청각장애 아동 성폭력 사건을 맡았다. 손해배상 소송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기간이 범죄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3년이다. 2005년 발생한 광주 인화학교 사건은 이미 소멸시효가 지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변호사는 신 교수에게 의뢰해 피해 학생들이 아직도 심각한 정신적인 후유증을 겪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변호사는 이를 근거로 가해자와 학교 재단,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등을 상대로 한 민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은 힘든 과정이긴 하지만 이러한 사건이 되풀이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관리·감독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또 지난해 대구에서 친구들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중학생 유족들이 시교육청과 학교·교사, 가해학생의 부모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도 대리하고 있다. 학교 폭력 사건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6년 집단 따돌림에 시달리던 학생이 국가 상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첫 승소 판결(1억원 배상)을 이끌어 낸 바 있다.

 그는 82년 대구 신명여고를 수석 졸업한 뒤 이화여대 법학과에 4년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이 변호사는 “사회에 많은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했고, 특히 여대 출신인 만큼 여성·아동과 관련해 많은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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