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미디어 전쟁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중앙일보

입력

이제는 평화로울 것으로 생각했는데, 필자의 하드 드라이브에 다시 한 번 코덱 대전이 터졌다. 멀티미디어 프로그램들은 게릴라 군대들처럼 MP3, MPG, AVI, RM, WAV, Indeo, 기타 수십 가지의 다른 형태로 암호화된 오디오/비디오 파일을 작동시킬 수 있는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필자의 윈도우 레지스트리에서 또 다시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어떤 전리품을 노리고 이런 적대적인 전쟁들이 일어난단 말인가? 이 전쟁은 돈버는 꿈과 관련돼 있다. 미디어 플레이어를 지배하는 자는 당연히 컨텐츠도 지배하게 된다. 냅스터가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것은 명백한 자금원이었다.

싸움은 알고리즘 분야에서 벌어졌다. 알고리즘은 디지털 오디오/비디오 프로그래밍을 가장 효율적인 형식으로 공급하기 위한 경쟁체계다. 하지만 효율성은 다양한 방식으로 정의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정의를 내리는 것이 모든 면에서 유용한 것은 아니다. 오디오 코덱을 예로 들면, 이것은 파일 크기에 대한 음질의 비율일 수도 있고, 형식이 인터넷을 통해 그대로 흘러나올 수 있느냐 또는 작동시키려면 다운로드를 받아야 하느냐의 문제일 수도 있다.

DVD 드라이브에 대해선 전지전능한 신의 말씀이라 할 수 있을 만한 MS의 엔카르타 2000(Encarta 2000) 사전조차도 코덱의 의미를 하나로 정의내리지 못한다. 코덱의 의미를 규정한 정의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첫번째는 코덱을 ‘코더/디코더의 약자로, 오디오나 비디오 시그널을 아날로그와 디지털 형식간에 상호 전환시키는 하드웨어’로 정의한다.

이렇게 정의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실수들을 만회하기 위해 엔카르타는 ‘콤프레서/디콤프레서의 약자’로 두번째 정의를 내렸다. 이는 오디오/비디오 데이터를 압축하거나 압축 해제하는 하드웨어 내지 소프트웨어를 의미한다. 엔카르타는 이 모든 정의를 무색케 만들며 ‘정의 1과 정의 2의 기능을 결합한 하드웨어’로 세 번째 정의를 내렸다.

필자는 이 글에서 소프트웨어에 대해서만 언급하고자 한다. 필자의 하드 드라이브에서 늘어나고 있는 많은 애플리케이션들은 점점 더 많은 코덱과 결합하면서 적합한 파일 형식 각각에 대해 디폴트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 같은 경쟁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필자의 기기에서 싸우는 주요 투사들에는 MS의 윈도우 미디어 플레이어, 리얼네트웍스의 리얼플레이어와 리얼주크박스 2 플러스, 뮤직매치(MusicMatch)의 뮤직매치 주크박스 등이 있다. 때로는 필자의 비디오 카드에 번들로 묶여 나온 ATI 소프트웨어나 아답텍(Adaptec)의 이지 CD 크리에이터(Easy CD Creator)가 합세하기도 한다.

당연히 시이저의 것은 시이저에게 줘야 한다. 그래서 필자는 윈도우 미디어 파일은 윈도우 미디어 플레이어로, 리얼네트웍스의 스트리밍 오디오/비디오 포맷은 리얼플레이어로 나눠서 분리했다. 필자는 특정 순간에 필요한 기능이 무엇인가에 따라 필자가 갖고 있는 두 종류의 MP3 파일용 주크박스를 번갈아 가며 사용했다. 이렇게 배치하는 것에 아무런 무제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곧 문제가 발생했다.

문제는 이 모든 플레이어들을 몇 주 간격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데 있다. 코덱 자체가 꾸준히 발전하고 있고 새로운 코덱 기술이 계속 나오고 있으며,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은 끊임없이 점점 더 많은 형식을 추가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매번 업그레이드할 때마다 각각의 플레이어는 은밀한 방식으로 가능한 한 많은 형식을 통제할 수 있도록 기능을 보강한다. 그 결과 리얼플레이어 8을 업그레이드한 후 몇 주 동안은 뮤직매치 주크박스가 정기적으로 필자에게 “뮤직매치 주크박스가 작동시킬 수 있는 파일 타입을 다른 애플리케이션과 공유하고 있습니다. 뮤직매치 주크박스를 디폴트 플레이어로 만드시겠습니까?” 라고 경고문을 띄웠다.

필자는 뮤직매치가 MP3, WAV 파일을 통제할 수 있도록 복구시켰을 때에도 리얼플레이어와 윈도우 미디어 플레이어로부터 이와 비슷한 경고를 받았다. 빨리 돈벌고 싶은 세어웨어 개발자가 있다면, 사용자들이 좋아하는 애플리케이션으로 미디어 형식을 보낼 수 있는 ‘코덱 평화유지 유틸리티’를 만들거나 아니면 단지 그런 경고 메시지를 없애주는 유틸리티를 만들면 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엘비스 코스텔로가 “필자는 그 동안은 컴퓨터에서 벌어지는 국지전을 무척 싫어했지만, 이제는 좀 즐겨보려 한다”고 간명하게 표현했던 것처럼 즐기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