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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홍수 태국에 두 번 상처 준 그룹 블락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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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송지혜
문화부문 기자

20일 신인 남성 7인조 그룹 블락비(지코·재효·태일·유권·피오·박경·비범)에 대한 성토가 인터넷을 달궜다. 최근 블락비가 태국의 인터넷 신문 RYT9와 가진 인터뷰 동영상이 유튜브 등에서 퍼졌는데, 이 인터뷰에서 멤버들이 태국의 홍수 피해와 관련해 상식 이하의 발언을 한 것이다.

 태국 기자가 통역을 통해 “태국에 홍수가 난 사실을 아느냐”고 묻자 한 멤버가 “홍수로 인해 여러 피해가 크셨을 텐데, 저희의 금전적인 보상으로 마음이 치유 됐으면 좋겠다. 저희들이 가진 건 돈밖에 없다. 7000원 정도?”라고 말했다. 이후 일부 멤버는 폭소를 터뜨렸다. 또 이들은 인터뷰 내내 소파에 드러눕거나 발로 박수를 치고, 다리를 떨고 잡담을 나누는 등 무례하게 행동했다.

 지난해 10월 태국에서 발생한 홍수는 커다란 재앙이었다. 국토의 5분의 1 이상이 물에 잠겼고, 400명 이상이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은 돕고, 최소한 애도해 주는 것. 그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단어의 정확한 뜻까진 몰라도, 초등학생도 아는 기본일 터다.

 하지만 블락비는 그 기본조차 없었다. 블락비 멤버들이 태어난 해는 1993년생에서 90년생까지, 한국 나이로 20~23살이다.

 네티즌의 비난이 빗발치기 시작했다. 태국 출신의 2PM 닉쿤도 19일 자신의 트위터에 “태국의 홍수 피해 관련된 일들에 대해 별 생각 없이 말씀하시는 분들, 태국인의 입장에서 기분이 나쁘네요”라고 썼다.

 논란이 커지자 블락비는 20일 새벽 공식카페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자유와 방종의 선을 구분하지 못했다” “국가적인 재해와 수재민들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한 발언이 너무 부끄럽다” “진심으로 가슴 속 깊이 반성하고 고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럼에도 비난 여론은 쉬이 수그러들 것 같지 않다. 네티즌 ‘tara***’는 “인터뷰 했던 태국 언론을 통해 태국에 공식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블락비는 조PD가 제작, 지난해 4월 데뷔한 힙합그룹이다. 최근 발표한 두 번째 미니앨범 타이틀곡 ‘난리나’로 인기를 얻던 중이었다. 신중하지 못했던 발언 때문에, 블락비는 자신들의 노래 제목처럼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이번 사태를 두고 ‘한류에, 국격(國格)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지적도 쏟아진다. 하지만 그건 두 번째 문제다. 음악이란 무엇인가. 인간에 대한 예의 아닌가. 이들의 사과가 가슴에서 우러난 진심이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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