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j View 파워스타일] 박혜경 에이트 인스티튜트 대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15면

박혜경(45) 에이트 인스티튜트 대표는 미술계에서 늘 ‘최초’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갤러리 마케터로 ‘미술품 홈쇼핑 경매’를 처음 기획했고, 1998년엔 국내 최고 미술 경매사 1호가 됐다. 2007년 서울옥션에서 45억2000만원에 팔린 박수근의 ‘빨래터’, 지난해 18억원에 낙찰된 고미술품 ‘백자청화운룡문호’ 등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쳐 갔다. 그리고 2년 전, 국내 민간 최초의 미술전문 교육기관인 에이트 인스티튜트를 설립했다. “누구나 예술을 알고 싶은 욕망이 있죠. 그런데 학교가 아니면 기회가 별로 없어요. 이런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고 싶었어요. 더구나 요즘은 어느 분야든 예술과 접목시키는 게 메가 트렌드잖아요.”

 미술계라 하면 왠지 ‘고상하다’ 싶지만 박 대표의 옷차림은 실용성과 활동성에 중심을 둔다. 슈트보다는 편안한 니트를, 치마보다는 바지를 즐겨 입는다. 이유를 물었더니 동작을 취했다. “보통 사람들은 그림을 볼 때 이렇게 팔짱 끼고 쳐다보면 되잖아요. 하지만 전 작품을 ‘물건’으로 골라야 하죠. 그러니 작가 사인이 어딨나, 흠이 있지는 않나 밑·옆까지 샅샅이 살펴봐요. 당연히 손 뻗치기 쉽고, 앉았다 일어났다 하기 좋은 옷들을 입게 되죠.”

 인터뷰에서도 검정 캐시미어 니트(르베이지)와 신축성 있는 저지 소재 바지, 그리고 옅은 팥죽색의 모직 코트(진태옥)를 입었다. 신발 역시 활동성이 먼저란다. 가장 애용하는 건 발목을 꽉 조여주는 앵클부츠. “남들은 겨울에 신는 부츠를 전 가을부터 신어요. 경매·강의 때도 오래 서 있지만 아트 페어를 다닐 때도 기본 서너 시간은 걸어다니죠. 하이힐 대신 차선책으로는 딱이에요.”

 7년 전 구입한 프라다의 앵클부츠 ①는 그중에서도 아껴 신는다. 발목 부분이 스판 소재라서다. 밑창을 세 번이나 갈면서도 쉽게 버리지 못한다. 지난해 베이징·홍콩·뉴욕·베니스 등 세계적 아트페어를 다닐 때도 꼭 챙겨 갔다. 그는 그러면서 모형 신발 ②을 하나 보여줬다. “디자이너 알렉산더 매퀸의 작품 모형이에요. 지난해 뉴욕 메트로폴리탄에서 회고전이 있었는데 제가 봤던 전시 중 최고였어요. 작품도 작품이지만 기획 자체가 너무 감동이라 한정판으로 나온 기념품을 바로 샀죠.”

 활동성을 기본으로 하지만 어느 정도 센스를 보여주려 한다. 특히 블라우스에서 따로 잘라낸 듯한 목걸이형 칼라 ③(진태옥)가 대표적이다. 밋밋한 검정 라운드 니트에 이것 하나만 더해도 위트 있고 격을 갖춘 차림으로 봐주기 때문. “10년 전부터 진태옥 디자이너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장혜경 디자이너라는 분이 스타일링 조언을 많이 해주셨죠. 숄·베스트 등으로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도회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주셨어요.”

 그는 패션처럼 미술도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겠냐고 했다. “경매사는 입찰자들에게 객관적인 정보를 주면서도 작품의 시의성, 소장가의 힘, 얽힌 사연들을 얘기해요. 본래 가치 위에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죠. 그래야 작품을 제대로 알아보고 최고가를 부를 수 있거든요.” 그러면서 요즘 ‘미술 투자’의 기본 원칙을 알려줬다. “이젠 작가의 학력·국가·사망 여부 같은 건 의미가 없어요. 얼마나 자기 철학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는지가 중요하죠. 그래서 그림에 대한 이해와 학습이 꼭 필요한 것이고요.”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