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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갑 ‘잔소리 경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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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5시면 퇴근하세요. 담배 끊으세요.”

 권오갑(61·사진) 현대오일뱅크 사장의 ‘잔소리’에 서울 남대문로 현대오일뱅크 사무실이 연일 들썩이고 있다. 올 초 권 사장이 현대오일뱅크 전국 사업장을 금연사업장으로 만들겠다고 선포한 뒤부터다. “그래도 담배 피울 거면 월급은 줄 테니 회사엔 나오지 마라” “인사 불이익 각오해라”며 발언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금연펀드에 가입하고 금연공동서약서를 쓰게 하는 등 강도 높은 압박을 한 결과, 한 달 반 사이 흡연자 비율은 전체 직원(1800여 명)의 43%에서 10%로 떨어졌다.

 권 사장은 최근엔 ‘오후 5시=퇴근’을 들고 나섰다. 대학원 제도를 신설해 법정근무시간(오전 8시~오후 5시)에만 일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공부하라는 뜻에서다. 학자금의 70%는 회사에서 지원한다. 권 사장은 “회사가 전액 지원할 수 있지만 본인 돈이 어느 정도 들어가야 아까운 생각에 열심히 공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 사장이 직원 독려에 나선 것은 ‘직원들이 회사재산’이라는 신념에 따라서다. 그는 “축구감독도 선수들에게 담배를 못 피우게 하는데 사람 경영하는 기업도 직원 건강을 챙겨야 한다. 직원들이 많이 공부하고 견문을 넓히면 그게 회사재산”이라고 강조했다.

 권 사장은 올 초 러시아 모스크바대 석사 출신을 신입사원으로 뽑았다. 지난해엔 스페인어 전공자와 말레이시아인 유학생을 뽑았다. 해외시장 공략 차원이다. 과장급 이하 직원에겐 해외단기연수를 보내준다. 권 사장은 “직원들이 우물 안 개구리가 되게 하고 싶지 않다. 해외경험을 하면 판단하는 시각부터 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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