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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멤버 타이탄스〉 압도적 1위 개봉!

중앙일보

입력

올림픽조차도 지성과 외모를 겸비한 흑인 스타 덴젤 워싱턴이 주연한 스포츠 영화의 열기를 잠재울 수는 없었다.

그가 주연한 신작 〈리멤버 타이탄스(Remember the Titans)〉는 9월 29일부터 10월 1일까지의 주말 흥행에서 2위의 3배 가까운 2,091만불의 수입을 올리며 압도적 기세로 1위를 차지하였다. 이같은 흥행성적은 지난 8월 초 〈할로우맨〉이 2,600만불의 수입으로 1위를 차지한 이후 가장 높은 주말 1위 수익일 뿐 아니라, 97년의 〈러쉬 아워〉(3,300만불), 작년의 〈더블 크라임〉(2,320만불)에 이어 역대 9월 개봉작중 세번째로 높은 성적이고, 덴젤 워싱턴 개인의 출연작중에서도 최고의 주말 흥행수입이다. 지금까지 그가 출연한 영화들 중에서는 〈크림슨 타이드〉의 1,860만불이 최고의 주말 흥행수입이었다.(공교롭게도 그의 두 흥행작 모두 제리 브럭하이머가 제작하였다)

지난 주말 664개 극장을 통하여 27년만에 재개봉되었던 〈엑소시스트: 새로운 버전(The Exocist: The Version You've Never Seen)〉은 이번 주말에는 극장수를 1,150개로 늘이며 721만불의 수입으로 2위를 차지하였는데, 제작사인 워너 브러더즈측은 13일의 금요일인 다음 주말에는 다시 6백 개 정도의 상영관을 추가하여 관객몰이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마찬가지로 지난 주말에 비하여 상영관수를 5백여개 늘인 평론가선정 올해 최고의 화제작 〈올모스트 페이머스(Almost Famous)〉는 557만불을 벌어들여 3위를 차지하였는데, 기대보다는 낮은 수입이라서 과연 제작사인 드림웍스의 예상처럼 올해의 〈아메리칸 뷰티〉가 될 수 있을 지는 아직 의문이다.

지난 주말 1위로 개봉했던 〈캠퍼스 레전드 2: 파이날 컷(Urban Legend: Final Cut)〉은 441만불의 수입을 기록해 4위로 급락하였으나, 이 영화의 2주간 수입이 1,468만불에 달하여 제작사인 소니는 이 영화의 제작비 1,400만불을 이미 건진 셈이 되었다.

이어서, 치어리더 팀들 사이의 건강한 경쟁을 그린 청춘물 〈브링 잇 온(Bring It On)〉은 301만불의 수입으로 5위를 차지하였고, 지난 달 2주간 1위 자리를 지켰던 키아누 리브스, 제임스 스패이더 주연의 스릴러물 〈왓쳐(The Watcher)〉가 228만불을 벌어들여 6위를 기록하였다.

이번 주말의 또 다른 신작으로서, 비교적 작은 수인 646개의 극장에서 새로 선보인 샐리 필드의 극영화 감독 데뷔작 〈뷰티플(Beautiful)〉은 141만불의 수입을 올려 10위에 턱걸이 하였다.

이번 주말 12위권내 영화들(일명 Golden Dozen)이 벌어들인 총수입은 5,274만불이었는데, 이는 지난 주말에 비해서는 11%가 증가한 성적이지만, 빅히트작〈더블 크라임〉과〈쓰리 킹스〉가 각각 1,700만불과 1,580만불의 수입으로 1위와 2위를 차지하였던 작년의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는 여전히 32%나 감소한 성적이다. 결국 미국영화계는 올 중반이후 벌써 11주 연속으로 작년에 뒤진 주말 흥행을 기록하게 되었다. 하지만 흥행집계사인 엑지비터 & 릴레이션사의 대표인 폴 데저베리언은 이번 주말의〈리멤버 타이탄스〉를 신호탄으로, 다음 주말에 선보이는 실베스타 스탤론 주연의〈겟 카터(Get Carter)〉와 로버트 드니로의 〈미트 패런츠(Meet the Parents)〉, 만화영화〈디지몽: 더 무비(Digimon: the Movie)〉가 흥행에 가세하면 흥행분위기는 다소 밝아질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하였다.

한편, 소규모 극장에서만 제한 상영되어 나름대로 흥행에 성공한 영화들로서, 신인 미셀 로드리게즈가 푸에르토리코 출신 고등학생 여성 복서를 연기한 소니의〈걸 파이터(Girlfight)〉가 28개 극장에서 19만 7,896불(극장당 수입은 7,068불)을 벌어들였고, 영국의 극작가 겸 감독인 크리스토퍼 게스트 감독이 문제 많은 강아지 대회를 풍자한 워너 브러더즈의 〈베스트 인 쇼(Best in Show)〉는 단 13개 극장에서 41만 3,436천불(극장당 수입은 무려 3만 1,803불)의 수입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워너 브러더즈의 배급대표 댄 펠만은 최대한 빨리 이 영화를 확대개봉할 뜻을 표했는데, 아마 다가오는 13일의 금요일에는 300개 이상의 극장이 추가상영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들 외에도 소니 클래식이 내놓은 〈실연자 클럽(Broken Heart Club: a Romantic Comedy)〉이 뉴욕과 LA의 7개 극장에서 상영되어 10만 9,694불(극장당 수입은 1만 5,671불)의 상당한 수입을 기록하였고, 개봉 2주째인 파인 라인사의 〈댄서 인 더 다크(Dancer in the Dark)〉는 단 3개 극장에서 여전히 10만 6,463천불(극장당 수입은 기록적인 3만 5,488불)의 수입을 올리는 등 소수의 극장에서 제한 개봉된 영화들은 전반적으로 성공적인 흥행 스코어를 기록하였다. 이들 영화 대부분은 〈베스트 인 쇼〉와 마찬가지로 조만간 확대 상영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번 주말 확연한 차이로 1위를 차지한 〈리멤버 타이탄스(Remember the Titans)〉는 60년대의 시민권 운동이 막 끝나고 흑백 고교가 통합되던 71년의 버지니아주에서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감동적인 풋볼 영화이다.

블록버스터 영화치고는 비교적 작은 개봉관수인 1,865개 극장에서 상영되었지만 극장당 수입 1만 1,210불의 수입을 올리며 역대 9월 개봉작의 주말 흥행수입 랭킹 3위(더군다나 1위와 2위의 〈러쉬 아워〉와 〈더블 크라임〉은 2,500개 이상의 극장에서 상영되었다)에 오른 이 영화의 성공에 대하여 제작사인 디즈니 산하 브에나 비스타의 배급대표인 척 비앵은 "우리는 지난 주말 내내 공중에 떠 있는 기분이었다."며 기쁜 소감을 나타내었다. 그는 이러한 성공의 주요원인이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의 입소문이 워낙 좋아서 다른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들였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였다.

한편, 이러한 입소문 효과를 노린 디즈니는 영화가 개봉하기 일주일 전인 지난 주 토요일 파사데나의 로즈볼 풋볼 스타디움에서 전국 각지의 고등학교에서 초빙한 5만명의 관객들에게 시사회를 가져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월트 디즈니사의 대표인 피터 쉬나이더가 "작지만 달콤한 영화."라고 자신하는 이 영화는 메이저 영화사에서 제작한 드라마로서는 적당한 제작비라 할 수 있는 2,700만불을 투입하여 만들어 졌는데, 이번 주말의 다른 R 등급 영화들과는 달리 PG 등급을 받음으로써 가족단위 관객들이 많이 극장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이, 이 영화가 1주일만에 제작비의 상당부분을 회수할 수 있었던 주요원인중 하나로 판단된다.

버지니아주에선 고교 미식축구가 단연 최고의 인기 스포츠이다. 사람들에게 있어서 고교 미식축구란 삶의 한 방식 그 자체이자, 경의와 숭배의 대상이며, 시즌의 플레이오프 게임이 있는 날은 크리스마스를 포함한 그 어느 공휴일보다도 더 축제 분위기가 연출된다. 1971년 버지니아주 알렉 산드리아 주민들에게도 이는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지역 교육청이 모든 흑인 고등학교와 백인 고등학교를 통합하라고 지시를 받았을 때, 지역의 풋볼 기금은 혼란에 빠진다. 이러한 잠재적 불안이 있는 가운데, 워싱턴 정부는 사우스 캐롤라이나 출신 흑인인 허만 분(덴젤 워싱턴)을 T,C. 윌리암스 고교 타이탄스 팀의 헤드 코치로 임명하는데, 그가 전임 백인 헤드코치인 빌 요스트(윌 패튼)을 자기 밑의 코치로 두려하자, 윌리암스 고교는 일촉즉발의 분위기에 놓인다. 하지만 결국, 분과 요스트가 자신들 사이의 공통점을 발견하고 힘을 합치면서 상황은 바뀌어 나간다. 그들의 공통점은 바로 성실과 명예를 중시하고, 강한 직업 윤리를 가지고 있다는 점. 비록 서로 다른 환경에서 커 왔지만, 이 두 코치는 팀원들을 훌륭한 스포츠맨으로 변화시켜 나가는 한편, 팀도 더할 나위없이 강한 팀으로 이끈다. 이들의 이러한 협동은 팀을 버지니아주 대회의 우승으로 이끌 뿐 아니라, 편견과 편협함으로 분리되었던 알렉산드리아를 하나로 뭉치게 만든다. 비록 세월이 흘러 역사가 분과 요스트같은 영웅들을 기억하지 못할지 모르지만, 버지니아주는 항상 "타이탄스를 기억할(Remember the Titans)" 것이다.

덴젤 워싱턴과 호흡을 맞추는 백인 코치 역은 〈아마겟돈〉, 〈엔트랩먼트〉의 윌 패튼이 맡았고, 〈옥토버 스카이〉, 〈패트리어트〉의 스콧 마일스, 〈하지만 나는 치어리더야(But I'm a Cheerleader)〉의 킵 파듀 등이 공연한다. 연출은 샤뮤엘 잭슨 주연의 〈프레쉬(Fresh)〉로 데뷔하였던 66년생 신인 보아즈 야킨이 맡았는데, 르네 젤위그가 주연했던 〈루비보다 값진 것(A Price above Rubies)〉에 이어 이번이 그의 세 번째 연출작이다.

이 영화를 제작한(언제나처럼 신인 감독을 기용하여) 블록버스터 전문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는 이 영화를 "주류 영화들에서는 전혀 볼 수 없었던 이슈를 다루고 있는 소규모 영화."라고 부른다. 지금까지의 100% 오락 영화들과는 상당히 다른 영화를 선보여 할리우드 관계자들을 의아하게 한 그는 "영화는 브럭하이머 로고대신 테크니컬 블랙이라는 새 회사 로고로 선보입니다. 지금까지 내가 했던 영화들과는 전혀 다르니까요. 더군다나 제 이름이 없어야 영화평이 좋게 나올 것 아닙니까?"라고 농담을 던졌다.

아이들과 어른들이 모두 즐길 수 있는 영화 〈리멤버 타이탄스〉에 대하여 평론가들은 감동적이다는 반응과 너무 윤색되었다는 평이 엇갈렸다. 우선 전자의 반응을 보인 이로써 굿모닝 어메리카의 조엘 시겔은 "영화관람도중 적어도 17분은 울음을 터뜨렸던 것 같다."면서 "이 영화는 우리 나이 또래의 풋볼 팬들이 부르는 이른 바 3강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다. 위대한 연기력, 훌륭한 각본, 그리고 위엄과 강인함으로 자신의 배역을 훌륭하게 연기해낸 덴젤 워싱턴이 바로 이 영화의 3강이다."고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뉴욕 타임즈의 A.O. 스콧 역시 스포츠가 우리를 사로잡는 어떤 본질을 이 영화가 잘 잡아내고 있다고 칭찬하면서, "어떤 장면들은 관객들로 하여금 환호성을 참을 수 없게 만든다."고 평했다.

반면, 상당수의 평론가들은 그만큼 감동을 받지는 않은 눈치였다. 뉴욕 데일리 뉴스의 잭 매튜는 이 필름이 지나치게 감상적이라고 지적하면서,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이야기가 마담 터소(영국에 있는 터소 밀납 인형관의 창시자)가 만든 래시와 같이 왁스를 칠한 것처럼 보인다."고 시큰둥한 반응을 나타내었다. 또, 토론토 스타의 죠프 머피 역시 "마치 훌륭한 시민정신을 위한 정치 집회"처럼 보인다고 평했고, LA 데일리 뉴스의 밥 스트라우스는 "연설하고, 공을 던지고, 다시 연설하고, 게임을 이기고, 모든 이들이 오래된 명곡들을 부르고, 다시 연설하고, 인종 차별주의를 없앤다."는 판에 박은 형식에 취해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평했다. 하지만 필라델피아 데일리 뉴스의 게리 톰슨은 이러한 동료 평론가들의 의견에 반대하면서 "이 영화가 일부 사람들을 짜증나게 하는 것은 바로 영화가 인종차별에 대하여 최근 많이 토의되고 있는 비관주의, 분리주의, 우월주의의 국면을 훌쩍 뛰어넘기 때문이다. 사실 이 영화의 MTV식 겉치레를 제하면, 당신은 이 영화가 얼마나 감동적이고 사색적인 영화인지를 발견하고 놀랄 것."고 이 영화에 힘을 실어주었다.

이번 주말 10위로 턱걸이한〈뷰티플(Beautiful)〉은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낸 여주인공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맹목적으로 달려가지만 결국에는 그 과정에서 잃어버릴 뻔한 소중한 것들을 발견한다는 여성용 코메디물이다. 〈마음의 고향(Places in the Heart)〉과 〈노마 레이〉로 두 번이나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중견 여배우 셜리 필드가 감독으로 데뷔한 이 영화에서, 〈굿 윌 헌팅〉, 〈리턴 투 미〉의 미니 드라이버가 미스 아메리카의 꿈을 이루기 위해 억척인 여주인공을 연기하였고, 〈인사이더〉(러셀 크로우의 딸 역), 〈바이센티니얼 맨〉의 아역배우 할리 케이트 아이젠버그와 〈빅대디〉, 〈체이싱 아미〉의 조이 로렌 아담스가 각각 그녀의 딸과 친구를 연기하고 있다.

모나 히버드(미니 드라이버)는 소도시에 살고 있는 성질 급한 여성이다. 그녀의 유일한 꿈은 바로 미스 아메리카의 자리에 오르는 것이지만, 이미 8살이 된 딸 바네사(할리 케이트 아이젠버그)를 불법으로(즉, 사생아로) 키우고 있다는 것이 큰 장애물로 작용한다. 어린 시절부터의 친구로써 모나를 돕는 유일한 친구이기도 한 천사표 루비(조이 로렌 아담스)의 도움으로, 마침내 대회에 출전할 수 있게 된 그녀는 미스 아메리카에 대한 욕망을 분출하며 서서히 1위 자리에 다가간다. 그런데 문제는 그녀가 자신의 꿈에 한 걸음씩 다가갈수록, 점점 더 바네사의 엄마 역할로서의 열정을 느끼게 된다는 점이다.

기타 이번 주말 10위권에 든 작품으로는, 흥행성과 작품성 양면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르네 젤위거 주연의 블랙 코메디 〈간호사 베티(Nurse Betty)〉가 207만불의 수입으로 7위를 차지하였고, 흑인 스타 제이미 폭스가 은행강도조직을 잡기위한 미끼로 사용되는 스릴러물 〈배이트(Bait)〉가 173만불의 수입으로 8위, 국내상영을 시작한 〈왓 라이즈 비니스〉가 164만불의 수입으로 9위를 기록하였다. 한편,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 감독의 〈스페이스 카우보이(Space Cowboys)〉가 10위에 불과 7천불 부족한 140만불의 수입으로 11위를 차지해 개봉 9주만에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 영화가 벌어들인 총수입은 8,698만불에 달하여 이스트우드 영화중에서는 최고기록의 흥행 영화로 기억될 전망이다.

한편, 지난 주중에는 〈리멤버 타이탄스〉의 제작사와 제작자 관계인 뷰에나 비스타와 브룩하이머가 같이 만들었던 〈식스티 세컨즈〉가 총수입 1억불을 돌파한 채 상영을 끝마쳐 올해들어 1억불을 돌파한 13번째 영화로 기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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