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 로비자금 신한국당 유입

중앙일보

입력

대검 중수부(김대웅.金大雄 검사장)는 3일 경부고속철도 차량 선정과 관련, 프랑스 알스톰사의 로비스트로 활동한 최만석(59.수배)씨가 국내로 들여온 수십억원이 15대 총선을 앞둔 지난 95년 말부터 이듬해 1월 사이 경남종금을 통해 세탁된 사실을 확인, 수사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특히 세탁을 거친 로비자금의 일부가 현역 한나라당 의원 및 원외 민주당 중진을 포함한 당시 신한국당 의원 10여명에게 흘러 들어간 혐의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에 따라 지난 7월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관련 계좌 수백여개의 자금흐름을 쫓는 한편, 조만간 경남종금 관계자들을 불러 구체적인 자금세탁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최씨가 국내로 반입한 로비자금의 흐름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며 "세탁된 돈이 당시 여당 등 정치권에 유입됐을 가능성에 대해 조사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경남종금을 통해 수차례에 걸쳐 세탁된 돈이 정치권으로 흘러들어 갔는 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검찰의 자금추적 과정에서 최씨가 받은 고속철도 로비자금이 정치권에 뿌려진 사실이 드러날 경우 불법자금을 수수한 정치권 인사들에 대한 소환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검찰은 그동안 최씨가 알스톰사 한국지사장 C씨의 부인인 호기춘(51)씨와 짜고 경부고속철도 차량 선정과 관련한 로비 명목으로 94년 11월과 95년 5월 2차례에 걸쳐 알스톰사로부터 1천100만달러(100억원 상당)를 받은 사실을 밝혀냈으나 최씨가 잠적해 최씨 및 친.인척 명의의 관련 계좌에 대한 추적작업만을 벌여 왔다.

한편 94년 7월 경남투자금융에서 종금사로 전환했다 98년 2월 폐쇄조치된 경남종금의 대주주인 김인태(金仁泰) 회장은 97년 8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호텔카지노에서 50만달러를 빌려 도박한 혐의로 기소중지된 상태에서 그해 12월 위조여권으로 해외로 도피했다.(서울=연합뉴스) 박세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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