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 시각장애 러년에 성원 답지

중앙일보

입력

30일 저녁 여자 육상 1천500m 결선에 나서는 시각장애인 말라 러년(미국)에게 '세계적' 성원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 대표로 선발됐을 때부터 뉴스의 주인공이 됐던 러년은 숱한 '인간승리' 사례가 쏟아지는 이번 올림픽에서 단연 돋보이는 존재.

이스라엘에서 아르헨티나에 이르기까지 세계 각국 사람들이 러년에게 e-메일과 편지, 전화를 통해 연일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러년의 올림픽 출전에 크게 감동했던 사람들은 러년이 마침내 세계 최강자 12명이 겨루는 결선에까지 오르자 '장애인도 정상인들보다 더 빨리 뛸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줬다고 흥분하고 있다.

9살때 망막 퇴행성 질환을 앓기 시작, 14살때 시력을 거의 상실한 러년은 지난해 세비야 세계육상선수권대회 1,500m에서 10위에 오르며 '정상인'과의 싸움에서 가능성을 보였다.

눈이 보이지 않아 훈련도 정상인들보다 더 힘이 들었지만 러년의 집념은 꺾이지 않았다.

국내 훈련 중 자전거에 치어 왼쪽다리 부상을 당해 5주동안 연습을 하지 못했고 미국 대표 선발전에서도 다른 선수와 부딪치며 중반까지 6위로 처져 탈락위기에 몰리기도 했으나 마침내 올림픽 출전 티켓을 거머쥔 러년의 결선 진출은 그야말로 경이로운 업적.

러년은 시드니에 도착한 뒤 언론과 사람들의 잇단 격려와 관심이 오히려 부담이됐으나 이제는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에 나설 평정심을 찾았다.

러년은 "메달은 나한테 중요하지 않다. 장애를 이겨내고 뭔가를 성취할 수 있다는 '희망'이 내게는 메달보다 더 소중하다"고 말했다. (시드니=연합뉴스)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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