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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좌 개설→ 환전→ 전화·HTS 매매 … 해외주식 직접 투자 어렵지 않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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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연휴를 코앞에 둔 지난 10일 오후 5시 서울 여의도 신한금융투자. 유럽 증시의 개장 시간에 맞춰 유럽 주식을 매매하려는 투자자의 전화가 글로벌사업부에 걸려오기 시작했다. 이어마이크를 낀 직원들의 갑자기 움직임이 빨라졌다.

“현재 잔고 50%로 프랑스 에르메스 매수해 주세요. 그리고 그리스 알파뱅크가 몇 위 은행이죠?”(투자자)

“그리스 내 시가총액 2위 은행입니다.”(직원)

“나머지 50%를 알파뱅크에 투자해 주세요.”(투자자)

“그럼 에르메스 500주, 알파뱅크 2000주 주문 집행하겠습니다”(직원)

미국 증시가 개장하는 오전 11시30분이 되면서 주문을 넣는 키보드 소리는 더욱 요란해졌다. 투자자의 전화는 미국 증시가 마감하는 다음 날 새벽 6시까지 이어졌다. 신한금융투자 글로벌사업부 유진관 차장은 “최근 들어 미국·중국 주식을 사려는 투자자들이 부쩍 늘었다”며 “유럽 재정위기가 진정 기미를 보이자 그리스 주식을 사려는 주문도 제법 들어온다”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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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글로벌 주식 직접투자 A to Z


올해 글로벌 증시가 활기를 띠면서 해외 주식 직접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예전에는 해외펀드를 통한 간접투자가 주를 이뤘다면, 이젠 자신의 판단으로 해외 주식을 직접 사고파는 투자자들이 많아진 것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08년 49억1200만 달러이던 외화증권 결제금액은 2010년 125억3000만 달러로 증가했다. 지난해는 117억8700만 달러(약 13조2000억원)로 전년보다 소폭 감소했다. 우리투자증권 해외주식부 김국영 부장은 “지난해 글로벌 증시가 부진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정도의 수치가 나온 건 해외 주식 직접투자가 그만큼 대중화됐다는 의미”라며 “고액 자산가들은 포트폴리오의 7~10%를 해외 주식·채권 등에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주요 증권사 강남지역 PB센터에는 최근 애플·폴크스바겐 같은 해외 우량주식을 직접 사겠다며 해외 주식 계좌를 터달라는 문의가 크게 늘었다. 일부 지점에서는 해외 주식 주문량이 하루 최고 수십억원씩 몰릴 정도다.

 해외 주식 직접 투자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한국투자(33개국)·미래에셋(33개국)·우리투자(31개국)·신한금융투자(25개국) 등 10개 이상의 증권사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처음 거래를 하려면 우선 증권사 지점을 방문해 ‘외환증권매매거래계좌’를 만들어야 한다. 그 다음은 환전이다. 계좌에 돈을 넣은 뒤 증권사에 요청을 하면 증권사에서 투자 대상 국가에서 통용되는 화폐로 환전해준다. 투자자가 직접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환전할 수도 있다. 중국 상하이 증시는 미국 달러를 쓰지만 선전 증시는 홍콩 달러를 사용하는 것처럼 한 국가에서 다른 화폐를 쓰는 경우도 있다.

 환전 절차를 마치면 모든 주문 준비가 끝난다. 이후 우리나라 주식을 거래하듯 직접 전화를 걸어 주문하거나, HTS로 매매하면 된다. HTS를 이용한다면 매수·매도·정정·취소의 각 메뉴를 선택해 실행하면 된다. 수수료는 증권사마다 다르지만 거래대금의 0.25~0.8%를 떼간다. 전화 같은 오프라인 거래보다 HTS로 거래했을 때 수수료가 반값 수준으로 더 저렴하다. 다만 HTS를 통해 실시간 시세정보 등을 보려면 별도의 이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이용료를 내지 않으면 15분 정도 지연된 시세 정보만 볼 수 있다. 국내에서처럼 외상으로 주식을 사는 신용융자 거래가 불가능하다는 것도 차이점이다.

 투자를 할 때 해당 국가 증시의 개·폐장 시간 확인은 필수다. 예컨대 중국 증시는 한국 시간으로 오전 10시30분에 시작해 오후 4시에 문을 닫고, 낮 12시30분부터 오후 2시까지 점심시간으로 쉰다. 이스라엘은 금·토요일을 쉬는 대신 일요일에 증시가 열리고, 베트남은 오전 11시 이전에 주문해야 접수가 된다. 우리 시간으로 밤에 장이 열리는 미국·유럽 증시는 예약주문을 활용해 잠든 새 주문을 체결할 수도 있다.

 한국투자증권 해외투자영업부 안주영 부장은 “실시간으로 해외 주식을 살 수 있다는 게 해외 주식 직접투자의 매력”이라며 “우리나라에서는 ‘애플 수혜주’만 살 수 있지만, 해외 주식 직접투자를 하면 현지인처럼 애플 주식을 직접 사서 보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외 주식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게 그리 녹록지는 않다. 우선 해외 기업에 대한 정보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할뿐더러 정보를 신속히 파악하기도 힘들다. 이런 해외 기업에 대한 정보는 증권사를 통해 얻을 수 있다. 주요 증권사는 자체적으로 분석한 시장 및 종목 보고서, 해외 증시 시황, 해외 증권사 분석보고서 등을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또 ‘해외주식투자 설명회’를 열고, 별도의 동영상 강의를 통해 투자 노하우를 알려주기도 한다.

 해당 국가의 거래체계도 미리 파악해야 한다. 미국과 홍콩은 상·하한가가 없기 때문에 하루에도 40~50%씩 주가가 오르내릴 수 있다. 반면 중국은 상·하한가 폭이 한국(15%)보다 적은 10%다. 상·하한가 제도가 없는 나라에선 하루에 크게 벌 수도 있지만 반대로 손실이 커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환율도 신경 써야 할 요소다. 주가가 오르더라도 원화가치가 더 많이 올라가면 환차손 때문에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투자증권 김국영 부장은 “환율의 방향성과 해당 국가의 경제상황까지 봐야 하기 때문에 정보와 지식이 부족한 초보자들이 섣불리 투자하는 것은 금물”이라며 “굳이 해외 주식에 투자하려면 해당 증시의 대표 지수를 좇는 ETF 투자를 권한다”고 말했다.

 세금도 있다. 국내 주식에는 양도차익이 부과되지 않지만, 해외 주식은 1년 동안 250만원 이상의 차익을 냈으면 초과금액에 대해 22%의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1000만원의 차익을 올렸을 때 250만원을 공제한 750만원의 22%를 양도차익세로 부담해야 한다는 얘기다.

 해외 주식에 관심은 크지만 직접 투자가 여의치 않다면 해외 주식 랩어카운트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증권사들이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받아 해외의 자문사에 운용을 맡기는 형태다. 정보력과 분석력에서 개인에 비해 훨씬 뛰어난 전문가들이 종목을 선별하고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준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상품마다 최소 5000만원에서 2억원까지로 가입 하한선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소액 투자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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