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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 10만 명 시위 … 상점 45곳 불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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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세계는 반겼으나 그리스 국민은 비탄에 젖었다. 그리스가 2차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 수용해야 하는 긴축안이 의회를 통과한 13일(현지시간) 오전 1시, 이 나라 안팎의 표정은 이렇게 달랐다.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12일 오후 3시 의회가 긴축안 심의에 들어가자 의사당 주변에는 긴축안에 반대하는 성난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아테네 곳곳에 집결한 시위대는 10만 명으로 불어났다. 시위대 일부는 그리스 중앙은행 간판의 ‘그리스’ 부분에 페인트를 칠하고 그 옆에 ‘베를린’이라고 낙서하는 등 긴축안을 주도한 독일에 반감을 보였다. 경찰은 최루탄을 퍼붓고, 시위대는 돌과 화염병으로 맞섰다. 어두워지면서 여러 건물과 상점이 불탔다.

 의사당의 토론은 자정을 넘겼다. 0시20분 긴축안 표결에 앞서 루카스 파파디모스 그리스 총리는 “지금과 같은 중요한 시점에 항의 시위를 벌이는 것은 일종의 사치”라며 자제를 호소했다. 긴축안은 찬성 199명, 반대 74명으로 통과됐다. 거리는 참담했다. 경찰에 따르면 45곳이 넘는 상점 등이 불타고, 70여 명이 다쳤다. 현장에서 체포된 시위자는 80여 명에 달했다.

이날 통과된 긴축안은 그리스의 정치·사회에 커다란 후폭풍을 몰고 올 전망이다. 표결 직후 연립정부의 제1당인 사회당(PASOK)과 제2당인 신민당(ND)은 사전 경고를 무시하고 반대표를 던진 의원들을 출당조치했다, 이렇게 쫓겨난 의원은 사회당 22명, 신민당 21명으로 두 여당의 의석 수는 236석에서 193석으로 줄었다. 지난 9일 연정에서 이탈한 국민정통운동(LAOS)에선 소속 의원 2명이 찬성표를 던지는 역반란으로 당에서 제명됐다. 의회 해산과 총선 실시는 불가피할 듯하다. 지난주 내각에서 긴축법안을 처리하기에 앞서 LAOS는 소속 장관 1명과 차관 3명을 철수시켜 연정을 사실상 붕괴시켰다. 신민당 안도니스 사마라스 당수도 총선을 요구하고 있다.

긴축안이 통과됐다고 그리스 국민이 이를 수용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긴축안은 최저임금 22% 삭감과 연금 삭감, 공무원 연내 1만5000명 감원 등을 포함하고 있다. 궁핍과 축소 균형이다. 그 자체로 사회 불안 요인이다. 파파디모스 총리는 이날 의회에서 “(긴축안 반대로 구제금융을 받지 못할 경우의) 파산은 통제할 수 없는 경제적 대혼돈과 사회적 폭발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틈을 비집고 극우와 극좌 세력이 활개치고 있다. 이민 반대 등을 내세운 극우정당 황금새벽(Golden Dawn)은 처음으로 3% 넘는 지지를 얻고 있다.

중앙은행 간판에 ‘베를린’ 페인트 낙서
긴축안 의회 통과되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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