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된 독일 명과 암] 3. 우려 극복한 독일경제

중앙일보

입력

'독일경제 통일 이래 최대 호황' - 8월 30일자 디벨트.

'독일 통일 10년 경제적으로 실패' -9월 18일자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서로 상반돼 보이는 두가지 평가 중 무엇이 객관적 사실에 가까운지 찬찬히 살펴보기로 하자. 요즘 독일의 경제상황은 아주 좋다.언제 통일의 후유증이 있었나 할 정도다.몇가지 주요 지표만 살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독일 경제를 떠받치는 원동력은 과거 서독이 그랬듯 여전히 수출이다.국민총생산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25%를 넘는다.올 상반기 독일의 수출액은 5천6백억마르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9% 늘었다.

무역수지 흑자는 1백9억마르크, 특히 동독지역의 상반기 수출 증가율은 32%를 기록했다.통일 당시 동독지역의 총생산에서 수출이 차지하던 비율이 12%에 불과했으나 이젠 21%나 돼 이 지역도 본격적인 수출주도형 경제체제에 접어든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독일 통계청은 올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1조마르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물론 1조마르크라 해도 최근의 저(低)유로로 달러에 대한 마르크의 환율이 떨어져 달러화로 환산할 경우 지난해보다 오히려 줄어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 이후 전통적으로 마르크화가 안정됐고 달러화가 요동을 친 사실을 기억하는 독일인에게 달러화 통계는 별 의미가 없으며, 독일인들은 달러 베이스로 통계를 잡지도 않는다.

이같은 수출의 증가는 최근의 저마르크에 기인하는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환율이 떨어지는 만큼 역외지역에 대한 수출상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상반기 미국(23.2%)과 일본(25.2%)에 대한 수출 증가율은 전체 수출증가율(18.9%)을 상회한다.

그러나 수출증가가 꼭 저유로 때문만은 아니다.독일 수출의 60%를 차지하는 유럽연합(EU)국가에 대한 수출증가율도 18.8%라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환율상으로 같은 입장에 있는 EU국가들, 특히 유로지역에 대한 수출도 급증하고 있으니 환율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경제전체가 튼실하고 상품의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이같은 수출의 증가에 힘입어 올 상반기 경제성장률은 3.3%를 기록했다.연말까지 3%대의 성장률은 무난할 전망이다.이는 통일 이후 최고치다.

특히 옛동독지역 성장률은 올 상반기 32%를 기록했다고 롤프 슈바니츠 동독지역 개발청 장관은 밝혔다.

8월 실업률도 지난해 10.3%에서 9.3%로 떨어져 4백만명이 넘던 실업자수가 3백78만명으로 줄었다.서쪽이 지난해 8.5%에서 7.4%로 줄었고 동쪽은 17.6%에서17%로 줄었다.실업자는 연말까지 3백60만명 정도가 될 것으로 베른하르트 야고다 연방통계청 장관은 전망한다.최근 발표된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독일은 지난해 6위에서 3위로 뛰어올랐다.

모든 지표가 좋다.그런데도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이 인용 보도한 Ifo경제연구소는 "성급한 통일로 아직 동쪽 생산력이 서쪽에 못미친다" 며 통일 10년의 경제를 실패로 단정했다.

이는 "좀 더 경제논리에 입각해 통일을 추진했더라면 지금 동쪽의 상황이 훨씬 낳았을 것" 이란 말을 과장한 표현으로 보면 무리가 없다.

문제는 역시 옛 동독지역이다.통일후 지금까지 이 지역에 50만개의 기업이 생겨 3백20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그러나 여전히 동쪽의 생산성은 서쪽의 60% 정도에 불과하고 임금은 90%에 못 미친다.실업률은 2배가 넘는다.동서지역간 격차를 해소하는데 앞으로 5천억마르크 이상이 필요해 오는 2004년까지 지원키로 했던 동독부흥기금(연대협약)이 연장될 전망이다.

지난 8월 옛동독지역을 2주간 순회한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동독지역 재건이 절반만 달성됐다" 고 실토했다.

종업원 1천6백만명(통일 당시 동독인구)짜리 초대형 부실기업을 인수해 세계 초일류기업(서독)으로 만드는데 10년 갖고는 어려운 일이다.절반의 성공도 그만하면 대단한 성과인 셈이다.

[베를린=유재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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