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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 상장사 최초 ‘국민연금 사외이사’요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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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김승유 회장

하나금융지주가 국민연금에 사외이사를 추천해 달라고 요청했다. 국내 상장회사가 국민연금 등 연기금에 사외이사 파견을 요청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연금은 하나금융의 1대 주주로, 발행 주식의 9.3%(2260만 주, 시가 9100억원)를 보유 중이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12일 “국민연금공단 전광우 이사장을 최근 만나 오는 3월 23일 주주총회에서 새로 선임될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8명의 사외이사 중 3명 정도가 교체될 예정”이라며 “주주들의 의사를 존중하는 모범적 기업지배구조를 만들기 위해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에 사외이사 1명의 추천을 의뢰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주총 일정을 감안할 때 2월 말까지는 후보 추천이 마무리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외이사 후보 추천은 국민연금이 주주 자격으로 먼저 요구한 것이 아니라, 해당 기업이 자청한 것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경제 민주화를 위해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상장회사에 사외이사를 직접 파견토록 하자는 논의가 일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전광우 이사장은 “하나금융으로부터 그런 요청을 받았다”며 “실행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이사장은 “이번 결정은 앞으로 다른 기업들에도 중요한 선례가 되는 만큼 공정·투명한 절차와 후보 요건 등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진행할 생각”이라며 “그러기엔 시간이 좀 촉박한 편”이라고 말했다.

 금융계에선 하나금융에 사외이사 파견이 이뤄질 경우 국민연금이 주식을 대량 보유 중인 다른 금융그룹과 일반 상장사들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국민연금이 1대 주주인 상장사는 하나금융 외에 신한금융(지분율 7.3%)·KB금융(6.8%)·KT(8.5%)·포스코(6.8%)·제일모직(8.6%) 등이다. 국민연금은 또 하이닉스·현대제철·CJ제일제당·SK케미칼·만도 등 50여 개 기업의 지분을 9% 넘게 갖고 있으며 5% 이상 보유한 종목도 160개나 된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아직 소수지만 하나금융 외에도 몇몇 상장사가 사외이사 추천 등 상호협력 방안을 문의해 오고 있다”며 “미국 등 선진국에선 연기금이 사외이사 파견 등을 통해 투자회사에 대한 경영 지원과 모니터링을 하는 게 일상화돼 있다”고 말했다.

 김우찬 KDI 국제경영대학원 교수는 “시장 자율로 사외이사 추천과 선임이 이뤄지면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가 한 단계 향상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외이사

회사 경영진에 속하지 않는 비상근 등기이사. 이사회 멤버로서 일반 주주들을 대리해 경영진을 일상적으로 견제·감시하면서 기업의 중요 의사결정을 내리는 임무를 갖는다.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하고 경영진의 보수를 정하는 일도 한다. 자산 5조원 이상 상장회사와 금융회사는 이사회의 과반수를 사외이사로 채우도록 돼 있다. 독립성과 전문성을 생명으로 한다. 하지만 국내에선 기업 오너나 CEO가 사외이사를 선발하는 관행 때문에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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