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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동아리의 한국사 공부 비결

중앙일보

입력

선덕고 역사동아리 회원들이 자신들이 촬영한 UCC의 한 장면을 연출했다.

“광개토대왕 드라마 보시죠? 담덕의 형인 담망 왕자가 등장하잖아요, 근데 담망은 역사에 없는 허구의 인물이라는 거 아시나요?” 선덕고 역사동아리 ‘ROH(Road Of History)’회장을 맡고 있는 1학년 김현수군의 얘기다. 역사에 관심 있는 7명의 동급생이 모여 만든 이 역사동아리는 지난해 제2회 역사일기쓰기대회 UCC((User Created Contents, 사용자가 직접 제작한 콘텐트) 동영상 부문에서 장려상을 수상했다. UCC동영상 부문은 2회 대회에서 처음 신설됐다. 이들은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역에서 이또 히로부미를 저격하는 과정을 ‘하얼빈의 총성’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1분 30초의 영상을 찍기 위해 준비기간만 한 달이 걸렸다. 안 의사의 의거 과정을 시대순으로 구성했다. 학교에서는 점심, 저녁시간의 자투리시간을 활용했고 주말에는 자료조사와 장소를 선정하기 위해 박물관을 다녔다. 대본 작성을 담당한 김동하군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기 때문에 쉽게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막상 역사자료를 찾아보니 안중근 의사의 거사를 돕기 위해 음지에서 활약한 인물들이 있었다는 걸 알고 놀라웠다”고 회상했다. 자료 조사과정에서 유동하, 우덕순 같은 6명의 위인들이 함께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화이트보드에 배운 내용 쓰며 스스로에게 강의

 UCC를 만들면서 역사적인 고증을 살리려고 노력했다. 시대적 배경을 위해 서울역사박물관에 보관된 전차에서 이토 히로부미 암살장면을 연출했다. 화면도 흑백으로 처리해 역사적 사실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토 히로부미 역할을 맡은 선우영민군은 “또래의 눈높이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제작단계부터 많은 고민을 했다”며 “우리 역사를 이해하는 데 좋은 기회가 됐다”고 떠올렸다. ‘하얼빈의 총성’은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www.youtube.com)에서 ‘하얼빈의 총성’라고 검색하면 동영상을 관람할 수 있다. 또래에 비해 역사를 좋아하기에 한국사 내신도 1~2등급의 성적을 유지한다. 역사를 재미있게 공부하는 방법에 대해 이들은 “흥미를 가질 수 있는 동기부여가 필요하다”며 “만화형식의 역사서를 읽거나 역사소설 관련 영화와 드라마를 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입을 모았다.

 나윤기군은 수업에 집중했고 예·복습도 빼먹지 않았지만 생각한 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 나군은 “외울 때는 머리에 내용이 들어왔지만 시험 때는 어렴풋이 기억 나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고 떠올렸다. “시대 흐름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깨달았다. 김은규군은 집에서 화이트보드를 역사공부에 활용한다. 화이트보드에 그날 배웠던 내용을 정리하면서 스스로에게 강의를 해본다. “내용을 이해하고 숙지했는지 확인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권했다.

A4용지에 연도별 구분해 사건순으로 구조화

 김동하군은 학교에서 지급한 교과서 말고도 개인적으로 한 권을 더 구입한다. 여기에 핵심단어를 찾아 수정테이프로 지운다. 핵심단어가 없이 배경설명만으로 역사적 사건을 유추하며 공부한다. 김군은 “헷갈리는 내용이 많은 조약 부분을 공부할 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핵심단어를 찾기 어렵다면 교과서마다 중요한 단어는 색깔을 칠해 강조해놓기 때문에 이 단어만 지워나가도 충분히 공부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수군은 ‘A4용지에 그날 배웠던 내용을 연도별로 구분한 다음 사건 순으로 구조화시키는 방법’을 추천했다. 예를 들어 강화도 조약(조일수호조규)을 정리한다면 이 조약으로 부산·인천·원산항을 개항했다는 내용을 적는다. 이후 교과서와 참고서를 비교해 치외법권 인정과 같이 누락된 내용을 다른 색상으로 추가한다. 김군은 “교과서에서 해당 내용을 설명하는 사진이나 그래픽 도표 같은 참고자료를 오려내 붙인다”고 말했다.

 “서술형 문제 대비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문제집을 풀 때 답만 고르기 보다 제시된 보기를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김현수군은 “문제를 풀 때마다 주어지는 보기들을 살펴보고 해당하는 사건 설명을 적어보는 방법”을 추천했다. 예컨대 ‘동학농민운동의 설명으로 옳은 것을 고르시오’라는 문제가 나왔다면 5개의 보기가 설명하는 사건들을 기입해 보는 것이다.

 설명을 읽고 그에 해당하는 사건을 적을 수 있다면 한 문제를 푼 것이 아니라 다섯 문제를 푼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스카이에듀 황현필 사회탐구 강사는 “흔히 역사 과목을 암기과목이라고 하는데 역사에 대한 흐름을 잡은 후 세세한 부분을 암기해야 고득점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해·암기와 문제풀이를 겸해야 실력이 상승한다”고 덧붙였다. 황 강사는 “역사의 흐름은 중요한 사건을 중심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학농민운동으로 청에 파병을 요청한 것이 청·일 전쟁의 계기가 되고 이는 갑오개혁이 추친 되는 배경이 됐다는 방식으로 파악하면 역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 그의 조언이다.

<김만식 기자 nom77@joongang.co.kr 사진="최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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