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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해외칼럼

오바마에 대한 신임투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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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마이클 보스킨
스탠퍼드대 경제학 교수

성공한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이 발의한 정책을 시행하려고 한다. 2009년 상·하 양원을 장악했던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자신들이 원하는 법안을 얼마든지 통과시킬 수 있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오바마와 의회의 민주당 동지들은 당시 일자리 창출과 환경·건강보험 개혁 등을 위한 800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통과시켰다. 세수 증대 없이 지출만 계속 늘어났고,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을 능가하는 부채를 떠안게 됐다.

 정책방향이 전면 수정된 마지막 대선의 주인공은 1980년 세금을 줄이고 방만한 복지재정지출을 과감하게 줄이는 정책을 구사했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다. 88년과 92년, 그리고 2000년에도 중요한 변화는 있었지만 80년과 2008년만큼의 정책전환은 없었다.

 2010년 중간선거에서 오바마의 민주당은 공화당에 역사적인 참패를 당했다. 이어 올해 11월 실시되는 미국 대선과 총선은 또다시 오바마의 정책과 국정운영의 성과를 심판하는 신임투표다. 미국 경제가 서서히 회복되고는 있다지만 높은 실업률이 보여주듯 여전히 불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공화당은 지금의 하원 과반 의석을 유지하고 상원에서도 과반 의석을 장악해 명실공히 다수당으로서의 입지를 굳힌다는 계획이다. 미 공화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인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와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은 오바마 대통령에 맞서 세금을 대폭 감면하고 정부 지출을 크게 삭감하되 무역을 확대하는 정책들을 제시하고 있다.

 예컨대 롬니는 연방 지출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20%까지 줄이는 등의 59가지 경제 프로그램을 제시했고, 깅그리치와 다른 공화당 대선 후보들은 적극적인 세금 감면과 함께 작은 정부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앞세우고 있다. 공화당의 최종 승자는 아마도 다른 후보들의 좋은 아이디어들을 최종적으로 모두 취합할 것이다.

 공화당이 대선과 총선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게 된다면 세제정책을 필두로 기존의 오바마 행정부의 재정정책을 대폭 수정하게 될 것이다. 롬니는 대형 기업들의 법인세율을 기존 35%에서 25%까지, 즉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다른 공화당 후보들은 이보다 더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법인세율 인하로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의 불이익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화당 행정부가 들어선다면 에너지산업이 활성화됨은 물론, 롬니는 벌써부터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해 보복관세를 물리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민주당이 상원에서 과반을 유지한다면 이 역시 쉽지만은 않겠지만.

 만약 오바마가 대통령 재선에 성공하고,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한다면 오바마의 정책들은 목적지까지 배달되지 않는 편지와 같은 신세가 될 것이다. 그리고 공화당의 정책 요직에는 공화당의 시장 근본주의자로 분류되는 폴 라이언 하원 예산위원회 위원장과 에릭 캔터 하원 원내총무, 케빈 매카시 의원 등이 앉게 될 것이다. 이럴 경우 오바마는 94년 공화당에 의회를 내준 빌 클린턴 대통령이 그랬듯이 각종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노선을 변경해 의회의 공화당원들과 협상을 하려 할 것이다.

 유대인으론 최초로 미국 연방대법관을 지낸 루이스 브랜다이스는 국가를 ‘연구소’로 묘사했다. 정책 실험과 경험을 통해 서로 배우는 것이 있다는 뜻이다.

 대선과 총선이 치러지는 11월까지는 중요한 정책 변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선거 후에는 (선거에서 누가 승리하느냐, 그리고 미국의 재정상태와 국제수지, 외교관계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세금과 지출, 무역 정책, 연방제, 규제, 국방 등 모든 분야의 정책들이 노선 변경을 하게 될 것이다.

마이클 보스킨 스탠퍼드대 경제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