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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키] 한국 남자 육탄수비로 첫 메달

중앙일보

입력

경기장에는 작은 태극기 하나가 휘날릴 뿐 한국 응원단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러나 붉은색 상의에 푸른색 하의를 받쳐 입은 태극 전사들은 경기장에서 쓰러져도 좋다는 듯 몸을 날렸다.

전.후반 70분간의 혈투가 끝나자 관중들은 기립박수로 한국 선수들의 투혼에 경의를 표했다.

훈련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2년여간 뼈를 깎는 훈련을 거듭해온 한국 남자 하키가 28일 벌어진 준결승전에서 하키 종주국을 자부하는 파키스탄을 1 - 0으로 꺾고 은메달을 확보했다.

남자 하키가 올림픽 메달을 따낸 것은 처음이며, 서울올림픽에서 남자 핸드볼이 은메달을 따낸 이후 남자 구기종목 최고 성적이다.

후반 21분. 페널티 코너를 이어받은 주장 강건욱(성남시청)이 골문 오른쪽으로 뛰어들던 송성태(성남시청)에게 재빠르게 패스했다.

송성태는 지체하지 않고 논스톱 슈팅을 날렸고 공은 수비수 2명 사이를 뚫고 네트를 흔들었다. 천금같은 결승골을 뽑아낸 선수들은 한데 엉켜 필드에 나뒹굴었다.

A조 1위 파키스탄을 상대하기 위해 전날 페널티 코너 공격과 수비 훈련에 치중한 것이 승인이었다.

한국은 페널티 코너로만 평균 3~4득점을 올리는 파키스탄의 주득점원 아바스를 막기 위해 임정우.서정호.한병배.김철환 등 4명에게 페널티 코너 전담 수비를 맡겼다.

슈팅 각도를 줄이기 위해 앞으로 뛰쳐나가 몸을 던지는 육탄 수비 앞에는 아바스의 예리한 스틱도 무용지물이었다.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기동력을 앞세워 상대 문전을 위협했지만 견고한 파키스탄의 수비에 막혀 쉽사리 골문을 열지 못했다.

수차례 결정적인 골 찬스를 날린 한국은 후반 들어 오히려 파키스탄에 경기 주도권을 넘겨줬고 슛한 볼이 크로스바를 맞고 나가는 위기도 맞았다.

결국 한국은 후반 두번째 얻어낸 페널티 코너 기회를 놓치지 않고 메달을 낚았다.

강건욱은 "메달을 못따더라도 후회없는 경기를 하자고 다짐했다. 결승전에서도 필드에 쓰러지겠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하겠다" 고 말했다.

한국은 호주 - 네덜란드전 승자와 30일 오후 6시(한국시간) 금메달을 놓고 맞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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