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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반대시위로 프라하는 전쟁터"

중앙일보

입력

26일 제55차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IBRD)연차총회가 개막된 체코의 수도 프라하는 각국의 비정부기구(NGO) 회원 등 모두 9천여명에 이르는 IMF반대자들의 과격한 시위로 사실상 마비상태에 빠졌다.

시위대들은 이날 경전철, 지하철 등을 이용해 시내 곳곳에서 출몰하면서 "IMF는 합법적 마피아". "부유한 국가들의 이해만을 대변하는 IMF를 박살내라" 등의 과격한 구호를 외치며 밤 늦도록 게릴라식 시위를 벌였다.

일부 시위대는 각목을 휘두르고 보도블록을 깨서 던지는 등 과격한 행동도 서슴지 않았고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를 무차별적으로 발사하는 등 강력한 저지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체코경찰 20여명과 시위대 수백명이 부상했다고 현지 방송은 보도했다.

▲회의장 주변 완전 마비

시위자들은 이날 오전중에는 체코경찰의 원거리 제지 등으로 회의장인 의회센터주변에 근접하지 못했다가 오후들어 회의장 주변 1㎞까지 진출해 회의장으로 통하는 골목골목에서 경찰과 바리케이드를 사이에 두고 대치했다.

이들은 특히 회의장 근처에 있었던 맥도널드 햄버거집을 다국적기업 `침입'의 상징으로 간주하고 유리창 모두를 파손하기도 했다.

이날 회의장 주변의 대부분 상가는 문을 내렸으며 지하철은 시위대의 하차를 막기 위해 회의장 주변역에서는 정차하지 않은채 그대로 통과했다. 회의장 주변에서는 택시.버스 등 대중교통수단의 운행도 사실상 중단됐다.

시위대들은 총회장에서 나와 시내로 향하는 각국의 취재 기자단까지 제지했으며 이 바람에 각국의 정부 관계자들은 아예 회의장 밖으로 나갈 엄두도 못냈다.

체코 경찰은 각국의 정부 당국자들이 밖으로 나갈 경우 심각한 위험에 빠질 수있다면서 한동안 외출을 통제하기도 했다.

결국 오후 7시께 이르러 체코당국은 회의장 주변 지하철역에 특별 지하철을 대기시켜 회의장에서 나온 사람들을 탑승시킨 뒤 숙소 등으로 긴급히 수송했다.

총회 참석차 이날 오후 늦게 도착한 진념(陳稔) 재경부장관은 회의장 근처에 마련한 호텔에 들어가지 못하고 한국 취재기자단이 머물고 있는 엑스포호텔에서 자정이 가깝도록 기다려야 했다.

▲시내 곳곳에서 출몰시위

시위대는 시내 곳곳에서도 수백명씩 몰려다니며 IMF반대 구호를 외치는 등 시위를 계속 벌였다.

이들은 지하철, 버스, 경전동차 등을 이용해 신속히 이동하면서 게릴라식 시위를 벌였으며 도로 전체를 점거한채 가두행진을 벌여 부분적으로 교통이 마비돼 프라하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가 던진 화염병으로 경찰이 화상을 입기도 했으며 정차돼 있던 차량이 불에 타기도 했다.

이날 프라하 상공에서는 시위대의 진출경로를 파악하기 위한 당국의 헬기가 계속 선회했고 도로에서는 경찰 차량이 사이렌을 울리면서 긴급히 질주하는가 하면 시내 곳곳에는 깨진 유리, 보도블록 등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어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했다.

한편 프라하 시내 학교들은 총회기간중에 임시휴교를 실시했다.

▲일부단체 폭력시위에 반대

`지구의 친구들'을 비롯한 일부 환경운동단체 및 개도국 부채탕감운동 그룹은 이날 빚어진 폭력사태를 비난하는 성명을 내고 양측의 대화를 촉구했다.

이들은 27일 오전 10시부터 IMF, IBRD 부총재단과 함께 양 기구의 개혁문제에 대한 토론회를 열자고 제안했다.

이들 단체의 일부 회원은 체코정부가 발행한 취재기자 출입증을 확보해 총회장지하에 있는 프레스센터에 진입, 토론회 개최사실을 알리는 전단을 뿌렸다.

이에따라 회의장은 이들의 옷에서 풍겨나오는 최루탄 냄새가 진동해 참석자들이 고통을 겪어야 했다.

▲시위대들의 주장

시위대들은 IMF 등이 추진하는 세계화가 빈국들의 경제상황을 어렵게 하고 부국의 빈부격차도 더욱 확대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IMF가 강대국과 다국적 기업의 시장개방 앞잡이 노릇을 하면서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심화시킨다는 것이다.

이들은 국제통상에서 국가개입을 최소화해 전세계에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도록함으로써 공동번영을 이루자는게 세계화의 논리지만 실제로는 허구성이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다국적기업들의 해외투자로 후진국의 경제가 발전한다는 IMF와 IBRD의 논리와는 달리 후진국의 경제상황이 전혀 나아진게 없다고 밝히고 있다. (프라하=연합뉴스) 윤근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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