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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구 활동·대회·동아리 … 쌓이는 기록이 진로 나침반 됐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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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면

학생이라면 자신만의 노트가 한 권씩 있다. 누구는 수업 필기노트지만, 또 다른 누구는 오답노트·연구보고서·학습일기로 사용한다. 박주홍(KAIST 4), 이경빈(서울대 정치외교학부 2), 장호근(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4)씨는 자신의 학업과정과 특기·적성을 담은 포트폴리오로 만들어 대학입시 전략에 활용했다. 그 경험을 담아 교육서 『명문대 포트폴리오』로 엮어냈다.

박정식 기자
사진=최명헌 기자

장호근씨(왼쪽)와 이경빈씨는 “학업 과정과 활동 경험을 적은 노트를 만들며 자아를 만들어 갈 것”을 대입을 치를 수험생 후배들에게 조언했다. [최명헌 기자]

초등 기록부터 컴퓨터 DB로 정리한 장호근

장씨의 노트는 컴퓨터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교 졸업까지의 학업성적과 활동내용을 모두 데이터베이스로 정리해 저장했다. 80여 개에 이르는 상장과 일기·방학숙제·수학문제풀이 등의 자료들을 빠짐없이 기록했다. 이를 날짜 순으로 정리하고 수학·과학·리더십 등 비슷한 분야끼리 주제별로 묶었다. 관련 활동사진도 파일로 저장해 함께 연결해놨다. 학습과정도 학년별·분야별로 나눠 정리했다. 훗날 필요한 내용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엑셀파일로 목록도 만들어 저장했다.

이 데이터베이스는 장씨가 학업성취도를 높이는 데 필요한 동기이자 목표가 됐다. 자신이 걸어가고 있는 학업과정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 장점을 키우고 부족한 점은 보완하는 길잡이가 된 것이다. 예를 들어 상을 받는 경우 작은 상에서 시작해 다른 분야나 더 큰 규모의 상을 받는 데 도전하는 계기가 돼준 것이다. 대회도 마찬가지다. 비록 탈락의 고배도 많이 마셨지만 이는 실력으로 쌓였다. 이런 도전정신을 키울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학업과정을 기록하면서 자신 장단점에 맞는 학습전략과 시간계획을 짤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잠재력을 나타낼 수 있는 기록을 모으는 것이 중요합니다. 당장 쓸 데가 없어도 훗날 어떤 식으로 쓰일지는 아무도 몰라요.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거울이 되는거죠.”

유엔 사무총장 꿈 향한 활동 모두 적은 이경빈

유엔 사무총장을 꿈꾸는 이양에게 노트는 활동노트가 됐다. 진로를 향해 공부하고 활동한 내용을 적은 노트는 꿈에 한 발짝씩 다가서는 활동과정을 담는 노트로 점차 바뀌었다. 고교 때 학생임원으로 활동한 자치활동을 기록했다. 해외 빈곤아동 돕기 성금모금, 커피·초콜릿 공정무역 캠페인, 탄소배출과 일회용품 줄이기 등을 벌였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자신의 장단점과 깨달은 점 등을 노트에 적었다. 자신의 행동과 의견이 친구나 교사와 어떻게 부딪혔는지, 무엇이 부족해 성과가 낮았는지 등을 반성하며 리더십을 길렀다.

이를 통해 국제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은 자신을 발견하면서 학교 밖으로 활동영역을 넓혔다. 지역 교육청의 남아프리카공화국 학생대사로 선발돼 남아공 대사를 만나는 경험을 가졌다. 의료봉사단을 따라 해외봉사에도 참여했다. 일본의 과거사 사죄를 요구하는 정신대 할머니들의 수요집회에도 참여했다. 국제현안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경험을 노트에 이야기로 엮었다. 어떤 동기로 참여했고 무엇을 깨달았는지 등 실패와 성공을 실었다. 이는 대한민국인재상을 받는 포트폴리오로도 활용됐다.

“인증시험이나 경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도 좋지만 스스로 문제의식을 느껴 하고 싶은 일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이 진정한 포트폴리오라고 생각합니다.”

동아리·학회 논쟁까지 연구노트 쓴 박주홍

박씨에게 노트는 연구노트가 됐다. 처음엔 과학적 이론이나 공식을 정리한 노트에 불과했다. 이어 과학동아리 연구활동을 적는 노트로 바뀌었다. 이후 닮고 싶은 인물을 찾으며 탐색한 진로와, 발명캠프 활동 과정과 시행착오로 채우면서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로 변신한 것이다. 그 노트가 일찍부터 KAIST 진학에 뜻을 품고 일반고에서 조기졸업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된 셈이다.

노트 작성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다. 낙서처럼 도형을 그리며 놀다 삼각형에 선을 반복해서 그으면 여러 개의 삼각형으로 계속 분할된다는 점을 알게 됐다. 이에 대해 누나의 도움을 받아 2차 방정식이라는 규칙을 알게 됐다. 이런 문제유형을 나름대로 정리하면서 연구노트가 시작됐다.

상급학교에 진학하자 연구노트의 쓰임새도 넓어졌다. 독서에서 감명받은 부분이나, 미해결 과학현상, 과학학회의 논쟁 등 관심사를 옮겨 적었다. 과학실험 실패과정도 적었다. 이를 곱씹으며 오류를 파악하려고 고민했다. 이런 공부가 실력이 되면서 고교 땐 수학·독서토론·생물·발명 등 4개 동아리에서 활동했을 정도다.

"나만의 관심사를 찾을 수 있었어요. 스스로 고민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했기에 주입식 지식보다 더 깊은 실력을 쌓을 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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